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자가 오프라인 구매를 멀리하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큰 성장세를 보였던 데 비해, 올해는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주춤했다. 

네이버와 쿠팡 등 대형 커머스로 고객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고, 코로나 시기 성장세에 힘입어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은 모두 실패를 맛봤다. 더불어 존재감을 알릴 필요가 있던 일부 이커머스 기업들은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지각 변동도 나타났다. 

◇쿠팡, 온·오프라인 강자됐다···‘이마롯쿠’ 신조어 등장

올해 이커머스 기업 중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곳은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엔데믹·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속에서도 올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3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 창업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 또한 유력하다.

구체적으로, 매출은 8조 1028억원(61억 8355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310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원에 이어 10개월 만에 8조원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46억원(8748만달러)으로 11% 증가했다. 쿠팡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 규모는 4448억원(3억 419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2288억원 영업손실(1억 9542만달러)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셈이다. 

이러한 쿠팡의 독보적인 성장은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기존 오프라인 유통 강자와의 경쟁구도 확립으로도 이어졌다.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시장 규모는 약 625조원이다. 이 중 점유율 5%를 넘긴 유통사는 신세계그룹(5.1%)이 유일했고 쿠팡(4.4%)과 롯데(2.5%)가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신세계와 롯데도 각각 이커머스 기업인 SSG닷컴·G마켓, 롯데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SSG닷컴·G마켓과 롯데온은 쿠팡과 달리 소비침체와 비용 증가 타격으로 올해 3분기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SSG닷컴은 307억원,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G마켓은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온의 경우,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 [사진=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 [사진=11번가] 

◇연이은 IPO 실패···새 주인 찾는 11번가 

올해 ‘국내 이커머스 1호’ 타이틀을 거머쥔 곳은 없었다. IPO를 예고했던 기업들이 이를 철회하거나 미루기로 하면서다. 심지어 IPO를 조건으로 받았던 투자로 인해 매각을 앞둔 기업도 등장했다. 

구체적으로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 1월 투자심리 위축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2월에는 오아시스가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상장을 연기했고, 이어 올해 9월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했던 11번가 또한 IPO에 실패했다. 올해 IPO가 유력했던 SSG닷컴도 내년 이후로 상장 시점을 연기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이커머스 업계가 오프라인 회복세에 밀려 다소 주춤했다. 여기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상장 추진을 고수하기에는 어려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상장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다.

11번가의 최대주주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FI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11번가 지분 18.18%를 넘기고 5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9월 당초 약속한 상장 기한을 넘겼고 SK스퀘어는 FI로부터 11번가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 행사 또한 포기했다. 사실상 11번가 손절 수순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11번가의 매각 주도권은 FI가 갖고있다. FI는 SK스퀘어의 11번가 지분 80.3%까지 제 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행사할 전망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 큐텐의 광폭 M&A행보···심상치 않은 알리의 국내 진출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도 눈에 띄었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은 지난해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4월 인터파크에서 쇼핑·도서 부문만 떼어낸 인터파크 커머스의 발행주식 100%를 취득, 5월에는 위메프 발행 주식의 86%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3개 기업을 품에 안았다. 이들 3사(일명 티메파크)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4.6%로 업계 4위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G마켓 매각 이후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다. 대표 사업은 오픈마켓으로,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배경에는 큐텐의 ‘큐익스프레스’가 주효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이 자체 물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1개국에서 19여 곳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고정 거래처는 아마존과 이베이재팬 등이다. 

큐텐의 강점이 해외 시장 경험인 만큼, 티메파크도 가장 먼저 풀필먼트 서비스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각각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 ‘Qx프라임’ 전용관을 론칭해 배송 일자를 줄인 것이다. 또 큐텐과의 협력으로, 큐텐이 주요 국가에서 직접 입증하고 확보한 직구 상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엔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진출도 심상치 않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짝퉁 논란 등 일부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도 지난 10월 월간 사용자수 613만명을 찍으며 지난해 8월 277만명 대비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는 큐텐처럼 M&A를 통한 국내 진출보다는,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데 집중해 직접 선택받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지난 6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우선적인 목표는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송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마케팅 총괄도 “인수보다는 알리익스프레스로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데 더 에너지를 쏟을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업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면, 이후에는 강자가 보다 뚜렷해지고 M&A 사례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별로 마주한 상황은 다르지만 이커머스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고객 유입을 위한 출혈 경쟁보다 수익성을 꾀하는 데 집중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