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리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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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쿠팡·네이버 2강 구도인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고물가로 저렴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초특급 가성비를 내세우는 중국 이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은 이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이용자 수 ‘가장’ 많이 늘었다 

중국 이커머스의 인기는 수치로 증명된다. 6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 순사용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앱 1·2위에는 테무와 알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먼저 테무는 지난해 4월 5788명으로 출발했으나, 같은해 12월에는 328만명까지 급등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지난해 1월 227만명에서 12월 496만명으로 늘었다. 

이에 반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고객 이탈이 나타났다. 지난해 1월과 12월을 비교하면, 쿠팡은 2759만명에서 2728만명으로, 11번가는 862만명에서 744만명으로 감소했다. 티몬 또한 357만명에서 321만명으로 앱 사용자 수가 줄었다. 

이 같은 흐름에 중국발 직구 액수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발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3조 2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구(6조 7567억원)의 절반가량이 중국발 직구인 셈이다.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사진=쿠팡]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사진=쿠팡] 

◇ 쿠팡·네이버 2강 구도···“아직은 OK”

이처럼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거센 공세에, 업계 안팎에선 2강 구도를 보이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에 시선이 쏠렸다. 다만, 현재로서는 쿠팡과 네이버가 중국 이커머스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알리와 테무는 DTC(direct-to-consumer)로 고객과 제조사를 직접 연결하며 가격을 대폭 낮춘 기업이다. 그간 중국 공산품을 일부 한국 유통업자들이 가져와서 G마켓, 11번가, 네이버 쇼핑 등 각종 오픈마켓에 이윤을 두고 판매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셀러들과 오픈마켓 이커머스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그러나 쿠팡의 경우, 직매입 상품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즉 오픈마켓 셀러들을 핵심으로 하는 기업 대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이다. 또 직매입이 핵심인 만큼,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직면해있는 ‘짝퉁’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쿠팡은 빠른 배송에 대한 강점도 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유료 회원인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주문 다음날 상품을 받는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물류 인프라 확보에 6조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그 결과 현재는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세권을 확대했다.

네이버 또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가 네이버 쇼핑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열린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커머스 업체들은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분명해 성장이 가파르다”면서도 “이들이 제공하는 상품 정보나 종류가 광범위한 만큼 네이버 쇼핑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광고 부문에서는 오히려 전략적 협력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네이버 쇼핑 모델 자체가 광고 중심의 ‘어그리게이터(제품∙서비스 통합 제공)’ 역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알리’는 네이버 플랫폼에 DB(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광고를 집행 중이고, ‘테무’도 광고 집행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했다.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직구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직구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파격적인 가격’이 변수

관건은 오픈마켓을 메인으로 사업 중인 이커머스 기업들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오픈마켓을 전개 중인 이커머스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결국에는 국내 소상공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또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중국 제품을 가져와 국내에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해외 플랫폼에 대한 경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의 국내 중소상공인들이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지게 되고, 국내에서 제조되는 제품들도 좀처럼 볼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알리와 테무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상식을 초월한 ‘파격적인 가격’도 변수다.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아 장기적으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알리는 지난 2018년부터 국내에 진출했으나 지난해 3월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특히 인기 영화배우 마동석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국내에서의 인지도를 크게 높였으며, 대표적인 유인책인 ‘천원마트’에서는 1000원대 상품을 3개만 사면 무료로 배송해 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테무의 경우 알리의 한국 내 성공 진입을 확인하고, 지난해부터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각종 할인과 쿠폰, 무료 배송 등 고객 유인 마케팅에 공격적이다. 특히 최대 90% 할인이라는 공격적 프로모션을 앞세워 1000원 미만의 제품까지 판매한다.

여기에 두 기업 모두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알리는 시총 240조의 알리바바그룹이 모기업이고, 테무는 시총 260조원의 판둬둬 기업이 모기업이다.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해 얼마든지 국내에서 마케팅·물류 등을 강화 및 전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알리와 테무의 초저가 가격은 국내 이커머스에서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가격”이라며 “제품 구매 시 다양한 고려 요소가 생겨났지만, 가격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여기에 두 기업 모두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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