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한 번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핵심 변화 키워드는 ‘인수합병(M&A)’과 ‘상장’이다. 

◇ 큐텐, 11번가도 품에 안나 

19일 IB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와 지난달 말부터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고 18.18% 지분을 넘겼다.

문제는 당시 투자 약정상 조건인 5년 내 기업공개(IPO)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SK스퀘어는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를 위한 돌파구로 11번가 매각을 선택했다는 평이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재무 여력이 빠듯해지면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 사이에서 그룹 내에서 ‘팔 수 있는 건 다 팔자’는 얘기가 나왔었다”며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여름부터 사업부, 계열사 등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건은 큐텐이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18.18%를 얼마에 사들일지다. 큐텐은 이달 초 11번가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실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실사에 한두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연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큐텐의 11번가 인수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번가의 지분까지 확보하면 큐텐이 국내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큐텐은 지난해 전자상거래 기업인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4월 인터파크에서 쇼핑·도서 부문만 떼어낸 인터파크 커머스의 발행주식 100%를 취득, 5월에는 위메프 발행 주식의 86%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3개 기업을 품에 안았다. 

M&A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실상 이들 3개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4.6%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7위 정도다. 단 여기에 4위 업체인 11번가(7%) 지분을 확보하면 전체 점유율은 11.6%로 쿠팡과 네이버에 이어 업계 3위까지 올라서게 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의 품에 안긴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는 모두 큐텐의 경쟁력인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해외 직구 역량을 키우고 있다”라며 “11번가 또한 미국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해외 직구 경쟁력을 키워왔다. 큐텐의 인수가 이뤄지면 ‘해외 직구’ 시장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전항일 지마켓 대표(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이인영 SSG닷컴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전항일 지마켓 대표(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 IPO 재추진 고려도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내년 3~4월 중에 IPO 절차 착수를 목표로 주관사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도 최근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재추진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SSG닷컴 또한 2018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원 투자를 약정 받으면서 5년내 상장을 약속했다. 이에 SSG닷컴은 2021년 10월 IPO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IPO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잠정 중단했다. 

다행히 SSG닷컴의 경우, 지난해 이행의무조건이었던 총 거래액 5조 16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복수의 IB로부터 IPO 가능 의견을 제출받으며 풋옵션 발동 위험에서 벗어났다. 다소 여유롭게 상장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SSG닷컴은 IPO 재추진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규모 줄이기에 성공한 것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SSG닷컴의 영업손실 규모는 340억원으로 적자 기조를 이어갔지만 전년 동기(662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올해 1월 IPO 추진을 잠정 중단한 컬리 역시 적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35% 가량 줄였다. 판매관리비를 전년 대비 252억원 줄이는 등 마케팅 비용과 고정비용 지출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또 지난 5월에는 12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아 유동성도 한결 좋아졌다는 평이다. 

국내 새벽 배송 업체 중 유일한 흑자기업인 오아시스의 IPO 재추진도 점쳐지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당초 목표로 했던 코스닥 상장과 함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 방식이 거론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 큰 성장세를 맞이한 이커머스 업계가 오프라인 회복세에 밀려 다소 주춤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상장 추진을 고수하기에는 어려운 한 해였다”라며 “시장 상황에 맞춰 기업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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