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지난 7일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6월 성과를 설명했다. [사진=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6월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11번가의 최대주주 SK스퀘어가 매각 주도권을 재무적 투자자(FI)에 넘겨준 가운데, 기업 가치 하락으로 11번가를 인수할 원매자 후보도 뚜렷하지 않아서다. 

7일 IB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달 이사회 결의를 통해 11번가 FI 지분에 대한 우선 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앞서 SK스퀘어는 2018년 FI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11번가 지분 18.18%를 넘기고 5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때 IPO가 실패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 ‘드래그앤콜’이 담겼다. 원금에 연이율 이자 3.5%를 붙인 약 5500억원에 지분을 다시 사 오는 콜옵션 조항과, SK스퀘어가 이를 포기하면 FI가 SK스퀘어의 11번가 지분까지 동시에 제 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를 넣은 것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최은지 기자]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최은지 기자]

◇어려운 원매자 찾기···알리, “인수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에너지 쏟을 것”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 포기에 따라,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3% 까지 제 3자에 매각할 수 있게 됐다.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다. 

관건은 FI가 원하는 수준의 매각가를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타날 수 있는지다. 실제 SK스퀘어는 지난달까지 큐텐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된 바 있다. 

업계에선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와 미국 아마존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알리익스프레스는 전날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11번가 인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11번가 인수 관련) 아무런 계획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알리익스프레스의 우선적인 목표는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송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마케팅 총괄도 “인수와 관련된 것보다는 알리익스프레스로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데 더 에너지를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의 경우, 11번가와 협력 관계라는 점에서 거론됐다. 아마존은 지난 2020년 SK와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고 11번가와 함께 해외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Amazon Global Store)’를 선보였다. 다만 아마존 또한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에 일각에선 큐텐의 재협상 가능성도 대두된다. 큐텐만큼 적극적으로 11번가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큐텐은 지난해 전자상거래 기업인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4월 인터파크에서 쇼핑·도서 부문만 떼어낸 인터파크 커머스의 발행주식 100%를 취득, 5월에는 위메프 발행 주식의 86%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3개 기업을 품에 안았다. 

M&A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사실상 3개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4.6%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7위 수준이다. 그러나 11번가(7%) 지분을 확보하면 전체 점유율은 11.6%로 쿠팡과 네이버에 이어 업계 3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11번가 CI. 사진=11번가
11번가 CI. [사진=11번가]

◇ 속앓이 하는 FI···드래그앤콜 사라지나

이번 사태로 IB업계에선 향후 드래그앤콜 투자 조건이 사라질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드래그앤콜 구조는 신뢰가 바탕이다. FI가 일정 기간 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되지만, 대주주에게 다시 살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준다. 기업이 경영권과 임직원을 포기해 FI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적용되는 것이다. 

11번가의 FI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FI가 11번가 IPO 조건과 함께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넣지 않은 것은 SK스퀘어가 11번가의 지분을 포기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11번가는 IPO에 실패하고 SK스퀘어는 콜옵션을 포기하며 사실상 11번가 손절 수순을 밟았다. 이와 관련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직접 투자금을 돌려주는 대신, 투자자들에 회사를 직접 매각하고 알아서 챙겨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좋은 매각 딜로 이어지면 투자금 대비 더 큰 이익으로 얻을 수 있지만, 11번가는 상황이 다르다.

5년 전 약 2조 7000억원으로 추정되던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성장했을 때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이에 최근 11번가는 2008년 서비스 출시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만 35세 이상 근속연수 5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은 그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SK스퀘어의 책임이 크다”면서 “투자 당시 대비 기업 가치가 감소한 만큼, FI가 원매자를 찾아 거래를 끝낼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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