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며 미국의 금리 인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며 미국의 금리 인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에 대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23일 경제학계에서는 지금은 미래를 위해 인하 카드를 아껴야 한다는 지적이 학파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바에 부합한다"며 "연준이 경기확장세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그러면서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은 없는 마지막 인하'라는 의견에 대해 "연준이 인하 여지를 닫은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내놨다. 내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뜻을 내비춘 것이다.

경제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다음 달 16일이나 11월 2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1.50%→1.25%)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먼저 케인즈 학파에서 금리 인하 반대론을 펼치는 것이 눈길을 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 언론과의 만남에서 "경기가 너무 좋지 않으면 올해 기준금리를 한번 더 내릴 순 있겠지만 가능하면 이 현행 기준금리 연 1.50%에서 더는 안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부동산과 달러·금에 돈이 몰리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어 미래를 위해 정책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박 전 총재는 케인즈식 재정 확장 정책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기준금리 연 1.50%도 한국으로서는 굉장히 낮다"면서 "재정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 같은 주장에 대한 근거로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들었다.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케인즈식 재정정책을 시행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정부지출의 증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기업의 투자, 민간의 소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엔 공공부문 비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오스트리안 학파의 반론이다. 

오스트리안 경기순환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통해 통화를 팽창시키면 일시적으론 투자가 일어나 경제가 붐을 이룬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노동과 자원 가격이 오르고 기업은 오히려 힘들어진다.

박승 전 총재가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펼쳐온 완화적 정책에 따른 저금리로 형성된 버블이 금리 인상으로 붕괴될 경우 버스트(bust)에 따른 불황은 더욱 깊어질 수밖게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도 저금리 정책으로 유동성이 풀린 뒤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Fed가 2004년 6월 이후 금리를 매달 0.25%포인트씩 인상해 2006년 6월 연 5.25%까지 올린 결과 이로 인해 자금이 빠져나가자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글로벌 금융가에선 지난 19일 Fed의 금리인하를 더이상 추가 인하는 없는 '사실상의 동결'로 해석해왔다. 하지만 이 총재가 이를 거꾸로 해석하며 기회만 있으면 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는 모습을 보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같은 달에만 두 차례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지금에 와서 마지막 인하라고 하지만 그동안 풀린 유동성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며 "미·중 무역전쟁,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가득한 가운데 저금리에 감춰졌던 실상까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 경제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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