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배당 시즌은 무슨…끝물이다. 전 부서가 예산 줄이느라 난리다. 정부가 돈을 퍼붓는데도 금고로 들어오는건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용 전자렌지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옥같은 제조업 현장 얘기가 아니다. 직전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신한·KB·농협·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거대 그룹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하소연이기도 하다.

폭탄 TNT가 아닌 현대통화이론(MMT)이란 신종 폭탄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빚을 26조 늘려 513조에 달하는 내년도 수퍼예산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새 130조원 예산이 증가하고 정부 지출이 늘었지만, 시중에서 오고가는 돈은 사라진지 오래다. 

국내 시장을 이탈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개인들까지 덩달아 원화를 안전자산인 달러화나 금으로 교환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고, 기획재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는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한국을 떠나고 있다.

더 들어가 금융지표를 보자. 원화 환율은 한 달 만에 1200원을 넘어 전일 1206.0원에 마감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라지만 정확하지 않다. 지난 8월에도 일본발 경제보복 충격으로 1230원 가까이 치솟을 정도로 경제 체력이 좋지 않다. 또 이런 가운데 코스피 시장도 하루에도 30~40포인트 오르내리기 정신이 없다. 

정부가 이렇게 돈을 뿌리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저금리 정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한국 기업이 그렇게 호락하락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키도 한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일뿐 기업들은 "정부가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투자할 곳이 없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며 아우성이다. 

이처럼 무용지물이 된 기준금리는 일년만에 반토막(1.75%→1.25%)을 바라보면서 급변하는 주식시장보다 훨씬 위험한 변수가 됐다. 독일·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금리연계 파생상품 손실로 이어져, 금융감독원의 보복성 판매 제한의 칼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겨냥하고 있다. 

어느덧 국내 경제의 지배자가 된 MMT에 따르면 정부는 세수로 거둔 것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지폐를 더 발행해서 갚으면 그만이어서 걱정할 것이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외부 탓하며 여유로운 척하는 것도 이런 믿음에 근거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불가피한 마지막 금리 인하'를 시사했음에도 이주열 총재가 반색하면서 내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는 것도 MMT론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국채를 많이 발행할수록 민간의 금융자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채를 적극적으로 발행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보다시피 정반대다.

또 자유시장 경제로 돌아가자는 '민부론'을 말하니 "과거 흐름을 보면 이제는 쉽지 않게 됐다"는 이상한 소리나 한다. 케인즈의 정부 만능주의와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를 대충 결합시킨 사이비들이 정부 정책과 금융을 좌우하고 있다.

이 놈의 MMT는 한 나라의 경제를 말아먹는 실력도 사회주의보다 못하진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3년도 되지 않아 공공부문의 비대화는 통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공공부문 수입 증가속도는 1.8배인 5.7%, 지출 증가속도도 2.2배인 6.8%다. 국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빠져나간 혈세가 건국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비대칭적 재정지출 끝에 이제서야 디플레이션이 일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어디엔가 숨어있는 화폐가 갑자기 튀어나와 유동성 장난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52시간 근로제와 소득주도성장 등 반시장 정책으로 인해 기업가들이 치러야 할 비용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붐 앤 버스트(Boom & bust)는 필연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는 때가 바로 MMT란 '마술 지팡이'가 만들어낸 핵폭탄이 터지는 순간일 것이다.

경제의 진짜 펀더멘털인 서민계층, 자영업 몰락으로부터 시작돼 은행과 대기업의 목덜미까지 옥죄는 시한폭탄이 터질 시간이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기에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도 준비할 때라는 오스트리안의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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