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5' <사진 제공=LG전자>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G5’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아직 G5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미지수라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MWC 2016’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G5의 새로운 ‘모듈화’ 기능과 디자인이 ‘새로움’에 목말랐던 소비자와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음에도 과연 이런 시도가 지속되고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남아 있는 것이다.

◆ ‘G5’가 환영받은 이유… ‘새로움’에 목마른 시장의 빈곤함

'G5'와 '프렌즈'

먼저 G5가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한발 앞서 채택한 메탈 바디를 택한 것이다. 단지 메탈 소재를 활용했을 뿐 아니라 경쟁자들이 메탈 일체형 바디를 적용하면서 포기해야 했던 교체형 배터리의 장점을 유지했다.

모듈화 된 단말 하단부를 분리해 배터리를 탈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부분에 하이파이 오디오 또는 카메라 제어 기능을 탑재한 모듈을 결합해 하드웨어 확장성을 제공한다는 아이디어에 많은 이들은 환호를 보냈다.

이 모듈화 기능이 호응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지난 수년간 프로세서, 메모리 등의 하드웨어 사양과 운영체제(OS) 등의 소프트웨어를 통한 경쟁만이 이뤄지고 스마트폰은 천편일률적으로 네모반듯한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과거 아이폰의 첫 등장과 같은, 혹자는 ‘혁신’이라 평가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요구는 커져만 갔고 변신 로봇을 연상시키는 G5의 시도가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모듈화 시도는 G5 개발을 주도한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연출’에 뛰어난 전문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유용한 마케팅 소재로 개발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 ‘G5’ 모듈화의 불안함… 물리적 한계 극복이 낳은 또 다른 한계

'G5' 배터리 모듈 실제 분리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반면 이런 G5의 모듈 기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만만찮다.

가장 먼저 반복적인 모듈 탈착에 따른 ‘유격’ 발생 등 물리적인 한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LG전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G5의 모듈 부분을 매우 뻑뻑하게 조율해 놓았으며 G5 체험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하던 한 블로그 사용자는 유격 발생을 확인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LG전자가 G5와 함께 공개한 ‘프렌즈’ 주변기기들이다.

LG전자는 G5와 물리적으로 결합되는 2종의 모듈 기기를 포함해 총 7종의 프렌즈를 발표했다. 카메라 모듈부터 VR(가상현실) 헤드셋, 가정용 카메라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실제 활용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뱅앤올룹슨(B&O)와 협업해 선보인 하이파이 오디오 모듈이나 이어폰 등은 오디오 마니아층의 관심을 끌었을 뿐 대중성에는 한계가 있다.

하이파이 오디오 모듈을 따로 구매하면서까지 오디오 재생 성능을 끌어올릴 수요는 제한적이며 이어폰의 경우 기존 B&O 이어폰의 안드로이드 호환용에 불과하고 가격도 30만원에 육박한다.

체험매장에 전시된 'G5'에 '하이파이 플러스' 오디오 모듈이 결합돼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그립감을 제공하는 카메라 모듈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지만 평상시 스마트폰에 결합시켜 놓기에는 부담스러운 부피이며 따로 소지하고 다니다가 촬영 시 교체하는 것도 ‘언제 어디서나 손쉬운 촬영’을 추구하는 최근의 기능 트렌드와 배치된다.

이는 LG전자가 흥행을 이끌지 못한 전작 ‘G4’와 ‘V10’에서 보여준 ‘전문가 촬영 모드’와 같은 ‘부가적’ 기능에 치우친 상품 기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G5 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주변기기는 이상의 2가지 모듈에 그친다. 나머지 프렌즈는 대부분 ‘롤리팝’ 상위 버전 운영체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과 호환되는 별도의 제품군이다.

여기에 모듈화 기능을 적용함으로써 애써 적용한 메탈 일체형 바디의 소재감을 해치는 부분도 지적된다.

알루미늄 소재를 기본으로 하는 G5 본체에 비해 결합이 가능한 모듈 제품군은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 가공 수준이 조악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고급스러운 재질감을 선사하지도 않아 결합 시 G5의 디자인을 훼손하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메탈 바디 스마트폰의 경우 안테나 수신에 관련된 공정이 필요한 데 모든 프렌즈 제품군을 메탈 소재로 제작할 경우 수신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설명이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자인 일체감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의 경우 “이렇게 하면서까지 모듈화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부수적으로 G5의 메탈 일체형 바디는 경쟁 모델인 ‘갤럭시 S7’, ‘아이폰 6s’ 등의 그것과 그립감과 소재의 단단함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플라스틱과 같은 가벼운 느낌으로 갤럭시 S7의 단단한 느낌은 없으며 디자인 일체감 면에서 아이폰 6s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 ‘게임 체인저’인가 ‘비운의 작품’인가… “이슈화보다 가치 완성 필요”

조준호 LG전자 사장

무엇보다 LG전자가 선보인 모듈화 기능은 G5에 국한되지 않는 지속성이 성공의 관건이다.

G5와 직접 결합되는 모듈의 확장 뿐 아니라 향후 ‘G6’, ‘G7’과 같은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호환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게임 체인저(Game-Changer)’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모듈화의 물리적인 한계에 따른 것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신기술 상용화가 목전인 상황에서 ‘접는 스마트폰’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때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컨셉 영상 이미지

실제로 일부 매체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중으로 접는 스마트폰을 출시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이 경우 더 강한 ‘새로움’에 G5의 도전이 덮여버릴 수 있다.

즉 현 시점에서 스마트폰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모듈 기능이 미래 제품의 컨셉과 충돌하는 물리적 한계로 돌아올 수 있고 이것이 후속작의 디자인 또는 기능을 해칠 경우 LG전자는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기능인 모듈화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G5는 또 하나의 ‘비운의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피처폰 시절 제조사들이 시도한 다양한 하드웨어적 변신 중에는 신선하지만 살아남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려하게 데뷔했음에도 G5의 모듈화 기능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물론 다수의 언론에서 연일 ‘없어서 못 파는 G5’를 주제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G5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에 유의미한 경영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G5의 시도가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를 바꾸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비운의 작품’으로 회자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소비자들은 G5가 조준호 사장의 마케팅 기획물 한계를 넘어서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제품이기를 바라지만 G5 출시 이후 LG전자의 행보는 단기적인 흥행에 치우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였다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도록 다듬고 소비자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함에도 현재의 LG전자 마케팅에서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없어서 못 판다’는 보도 자체도 G5가 아직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바람잡이식’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견해다.

아직 갈 길이 먼 주변기기 완성도 및 활용성 확보, 생태계 조성 등에 대한 계획 제시보다 체험존 운영 등을 통한 ‘이슈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는 만큼 ‘진정성’과 ‘끈기’ 있는 마케팅이 LG전자에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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