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사장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이제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히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제는 '생존'을 위한 제품 진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그 폭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이디어 기획 단계부터 실제 상품 구성까지 역량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양사의 최근 전략 제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 경쟁에서부터 이를 상품화 하는 기획 단계까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 ‘뛰는 LG, 나는 삼성’… 2% 부족한 LG전자의 기획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부터 냉장고까지 자사의 역량을 총동원한 가전제품으로 맞붙었다.

LG전자는 CES 2016 개막 전부터 ‘초(超)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이며 기존 프리미엄 가전에 디자인·편의성 가치를 더해 ‘시그니처’라는 TV, 세탁기, 냉장고 라인업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시그니처 시리즈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LG전자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화면 외에 다른 요소들이 보이지 않게 됐으며 세탁기와 냉장고는 조작 편의성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LG전자의 기존 ‘트윈워시’ 세탁기 도어에 디스플레이가 결합되고 터치 디스플레이와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냉장고는 수납공간 ‘매직스페이스’를 두드리면 내부 조명과 함께 내용물을 보여주는 투명 창이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LG전자의 새로운 브랜드가 무색할 정도로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쪽은 삼성전자였다.

이미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애드워시’ 세탁기가 도어 조작부 결합과 작은 창을 통해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계속해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고 IoT(사물인터넷) 기능을 적극 활용한 TV와 냉장고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 ‘SUHD TV’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각광받는 OLED를 적용하지 않고도 나노 무기물 입자를 활용한 ‘퀸텀닷’ 디스플레이 기술로 아직까지 충분한 화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리모컨 하나로 게임기기, 홈시어터 등의 주변기기를 모두 제어하는 등의 ‘스마트 허브’ 기능도 함께 선보였다.

LG전자의 시그니처 브랜드를 가장 무색하게 만든 것은 삼성전자의 ‘패밀리 허브’ 냉장고였다.

LG전자가 투명한 창을 적용하는 데 머문 반면 삼성전자는 아예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냉장고 도어에 탑재하고 내부 상태 뿐 아니라 쇼핑, 일정관리, 메모 등의 기능까지 넣었다.

LG전자가 OLED TV와 같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는 이 같은 상품 기획력의 차이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에어컨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출발선부터 LG전자를 멀찌감치 제치고 앞서나갔다.

에어컨 시장의 강자로 우위를 점하고 있던 LG전자는 먼저 ‘인체 감지’ 카메라를 통해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냉기를 보내고 사람이 적을 때에는 약한 바람을 내보내는 ‘듀얼 냉방’ 기술의 ‘휘센 듀얼 에어컨’을 출시했다. 기존 에어컨 시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바람이 필요 없어 소음과 전력소모 문제를 줄이고 직접 바람을 맞을 필요 없는 ‘무풍 에어컨’을 내놓아 판세를 뒤집을 혁신을 선보였다.

LG전자가 바람의 제어에 신경 쓰는 동안 삼성전자는 ‘바람 없는’ 에어컨을 만들어 상품 기획력에서 비교 대상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모바일 기기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비해 LG전자는 5위권 밖으로 밀린 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시장 진입이 늦었던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키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올해 ‘MWC 2016’에서 ‘혁신적인’ 스마트폰 ‘G5’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7’과 같은 날 공개라는 강수를 둔 LG전자의 자신감은 G5가 최초로 선보인 ‘모듈화’ 하드웨어 확장 기능에서 나왔다. 하드웨어 경쟁 한계에 달했다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물리적인 주변기기 결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실제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단, 이 같은 호응이 실제 G5의 판매가 갤럭시 S7을 앞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G5가 혁신적인 기능과 함께 좋은 디자인과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나온 만큼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새로운 모듈화 기능과 주변기기는 향후 LG전자가 지속적으로 생태계를 조성·유지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해 스마트워치 경쟁에서도 LG전자가 원형 디자인의 ‘LG 어베인’ 시리즈로 눈길을 끌었지만 삼성전자가 원형 베젤(테두리)을 돌리면서 사용하는 ‘기어 S2’를 선보이면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선례가 있다. 현재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기어 S2와 ‘애플워치’의 경쟁 외에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 분위기다.

◆ ‘도전’에 그치지 않는 가치가 경쟁력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고 이보다 훨씬 먼저 성장을 멈춘 가전 시장 역시 수익성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이에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을 통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삼성과 LG가 그룹 차원에서 성장을 위한 동력의 무게중심을 지금까지의 모바일·가전 등 전자 완제품에서 바이오, 에너지, 스마트카 관련 사업 등으로 옮기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특정 기업과의 경쟁이 아닌 고정관념, 기술한계 등에 대한 도전이 관건이다.

현재까지 제품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기본적인 품질만을 주 무기로 삼고 있는 LG전자의 상품 기획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아 위기를 암시한다.

LG전자가 지속적인 ‘도전’에도 매번 ‘2류’라는 이미지에 머무는 원인도 이 같은 상품 기획력의 한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도전에 그치지 않는, 실제로 소비자의 마음과 피부에 와 닿는 가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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