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영 명동연세이비인후과 원장.

난청을 약물이나 일반적인 수술로 치료하기가 불가능할 때 의료진은 청력 재활을 권한다. 대표적인 청력 재활 방법이 보청기다. 그런데 보청기로도 청력 재활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때 고려하는 게 인공와우 이식술이다.

인공와우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달팽이관을 이용해 이를 보완을 하는 보청기와 다르게 손상된 달팽이관을 인공으로 교체해 직접 청신경을 자극하며, 고도 난청은 물론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수술이다. 

이 인공와우 수술은 우리나라에서 1988년에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약 7500건 시행됐다. 최근에는 매년 600건 정도 수술이 시행된다. 

구체적으로 성인은 청각 역치가 70dB 이상의 고도 난청 환자에게 보청기를 이용하게 했을 때 정확하게 소리를 알아듣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할 때 검토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보청기를 3개월 동안 잘 조절해서 최대한 보청기로 잘 듣게 했음에도 어음 분별력이라고 하는 실제 말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50%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 보청기보다 인공와우 수술이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수술을 권유한다.  

그런데 인공와우 수술을 결정할 때 많은 환자들이 수술 결과에 대한 걱정 뿐 아니라 실제 수술비용에 대한 부담, 그리고 수술 이후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수술비는 2005년도부터 의료보험을 적용해 과거에 환자가 부담했던 3000만원에 비해 550만원정도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이 비용도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 한해서는 지자체나 다른 기관들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수술비가 없어 수술을 못 받는 상황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수술 후 언어치료 비용이다. 인공와우 수술은 보청기와 달리 착용 후에 일정기간 언어치료가 필요하다. 말을 이미 배우고 난 이후에 발생한 후천성 난청이라고 하더라도 ‘인공와우’라는 기계를 통해 듣는 소리는 난청이 오기 전에 들었던 소리와 다른 형태로 들리기 때문에 인공와우로 듣는 소리를 뇌에 적응시키고, 듣기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이 언어치료 비용이 엄연히 치료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교육비 형태로 인식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영어 같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이 본인이 전적으로 부담을 해야 하는 학원비와 같이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의 위해서라도 언어치료비가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와 별도로 언어치료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과거 필자가 인공와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인 2003년만 하더라도 병원 앞에 1년간 하숙을 해서라도 병원을 자주 다니시면서 언어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치료 개념이 많이 달라져 언어치료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공와우 수술 환자와 하루에 가장 많이 접촉을 하는 사람을 언어치료 교사로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교사는 가족이 가장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면 가족이 된다. 하지만 학교나 유치원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곁에 있는 친구도 될 수 있다. 이 교사들의 자격은 와우 환자를 도와줄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치료진은 환자의 교육과 더불어 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우리 병원도 인공와우 수술 후, 기계 착용 시 매핑과 함께 재활훈련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한 달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하면서 보호자까지 교육해 보호자 도움을 받으면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재활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후에는 3개월 또는 6개월 뒤에 내원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언어평가를 통해 듣기능력 향상을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보호자와 함께 집중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치료효과를 짧은 기간 내에 극대화시킬 수 있다. 또 매핑과 동시에 치료를 원스탑으로 진행해 병원을 자주 내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비용 부담도 많이 줄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난청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75%가 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경험하는 질환이다. 인공와우 수술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난청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난청 환자가 생이 다할 때까지 일정 수준의 소리를 들으며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와우 수술은 아주 매력적이다. 필자가 귀를 전공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난청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청각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적 보안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나도 언젠가는 난청인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난청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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