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영 명동연세이비인후과 원장.

오늘 한달 남짓 이명과 회전성 어지럼증으로 고생을 했던 젊은 남자가 청력 검사 후 진료실에 들어왔다. 청력이 호전이 될 듯 될 듯하면서 개선이 안돼 나를 안타깝게 만든 환자였기에 약간은 긴장된 기분으로 검사 결과를 보았다. 

그리고 난 웃으면서 환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와우! 축하합니다. 이제 됐네요! 환자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꾸고 나니 귀가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진작에 일러주신 대로 할 걸 그랬어요! 

선생님. 나는 진료실에서 원장님이란 호칭보다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가 그렇다. 나는 나를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 중에서 내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왠지 그 분들을 떠올리면 더 정감이 느껴지고 항상 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교수님이란 호칭은 왠지 딱딱하다. 나에겐 원장님이란 호칭이 그렇다. 

환자도 청력이 좋아지고, 청력이 호전됐으니 이명이 사라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선생님이란 호칭도 들었다. 보람도 느끼고 기분도 좋다. 의사 할 맛을 느낀다. 

나에겐 환자가 또 다른 선생님이다. 앞서 언급한 환자는 정밀 검사 후 메니에르씨 병으로 진단됐다. 그에게 약물치료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카페인이 메니에르씨 병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드렸다. 

하지만 그는 술과 밥보다 커피를 좋아하는 젊은 30대 청년으로 커피를 끊기가 쉽지 않았던 가 보다. 하지만 그가 약물치료 만으로는 한계를 스스로 느끼고, 식이 조절 치료의 일환인 카페인과 술, 담배, 소금 중 카페인을 끊는 결단을 내렸다. 약물 치료에 식이 조절이 더해져 어지럼증 소실은 물론 청력도 개선이 돼 그도 나도 행복함을 느끼게 됐다. 또 내게는 그를 치료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 확실히 카페인은 메니에르씨 병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확신을 가지고 메니에르씨 병 환자들에게 카페인 섭취를 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또 하나 생겼다. 그리고 환자에게 상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도 함께다. 내게 환자는 역시 가장 좋은 선생님 중 한 분이다.

의사로서 병을 치료하다 보면 모든 질병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치료 형태가 구분된다. 첫 번째는 병의 원인도 모르고 따라서 치료 방법을 몰라서 결과도 좋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는 병의 원인은 아는데 그 원인을 치료할 방법이 없는 것. 세 번째는 병의 원인도 알고 치료 방법도 아는데 환자가 이 치료방법을 여러 가지 이유로 거부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병의 원인도 알고 치료 방법도 알아 환자가 이를 받아들여 좋은 결과를 내는 것. 이렇게 네 가지다.

앞서 말한 환자분은 처음에는 세 번째 경우였으나 결국엔 네 번째로 옮겨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사례다. 

이제 이것을 이명이라는 질환에 적용해보자. 이명은 의사들조차도 극복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명은 외이도 입구부터 시작하여 최종 뇌까지 소리가 전달되는 청각 경로과정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확한 부위를 찾고 그곳을 집중적으로 치료한다면 치료가 어려운 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은 정확한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청력 검사 외에도 이명의 주파수와 크기 등 이명의 특성을 분석하여 이를 청력의 주파수와 비교하면서 이명의 부위를 찾아내고 이명의 발생 부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여러 치료 방법들을 적용하여 이명으로 고통 받던 많은 환자들이 호전되는 것을 봤다. 

또한 이명을 악화시키는 심리적인 요인들, 대표적으로 불안감 등을 상담을 통해 찾아내고 극복하도록 도와주면서 왜 환자가 이명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지를 이해시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환자가 병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치료에서도 협조를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바로 병을 나누는 분류 중 세 번째에 해당되는 경우다. 즉 병의 원인도 알고 치료 방법도 아는데 환자가 이 치료방법을 여러 가지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다. 나는 많은 경험을 통해 환자분들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을 권하여도 환자가 이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치료자에 대한 신뢰도 부족(사실 이것 또한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또는 이명 치료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등을 이유로 치료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명이 낫지 않는 경우를 상당수 경험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이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명을 이유로 내원한 환자 한 분 한 분을 뵐 때마다 이 분에게는 어떤 예를 들어가면서 이명에 대한 설명을 드려야 본인에게 이명이 왜 발생하는지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대화를 진행하다가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 환자들과 대화하는 그 순간에도 내 머리 속은 계속 바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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