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영 명동연세이비인후과 원장

얼마 전 멀리 경북에서 찾아온 어느 환자의 안타깝고 의사로서는 다소 민망한 증례를 한가지 소개하면서 오늘의 주제를 이어갈까 한다. 

이미 지방에서 세 군데의 병원을 방문한 후 필자를 찾아온 이 환자의 주 증상은 귀 먹먹함이었다. 첫번째 병원에서는 검사없이 이관기능의 문제가 있다는 진단만 받고 약을 복용했는데 호전이 없었고, 두번째 병원에서는 청력 검사를 통해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 스테로이드 치료를 했으나 호전이 없었다. 돌발성 난청을 잘 본다고 하는 부산에 위치한 세번째 병원에서는 돌발성 난청을 치료하기 위해 항바이러스 약물과 고압 산소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환자는 돌발성 난청이 아니었다. 아예 검사를 하지 못해 추정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한 첫번째 병원도 유감이지만, 청력 검사를 시행하고도 돌발성 난청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는데 돌발성 난청 진단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한 두번째 병원, 그리고 돌발성 난청이 아닌 데도 돌발성 난청에 효과가 입증이 되지도 않은 항 바이러스 약물과 1회 치료에 수 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고압 산소치료를 한 병원 등에는 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돌발성 난청은 의학적 정의상 달팽이관이 손상이 되는 감음 신경성 난청의 일종으로, 증상이 없는 반대쪽 귀에 비해 30% 이상 청력 소실이 있으면 진단을 내릴 수가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돌발성 난청은 ‘갑자기 청력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이것은 명확하게 진단기준이 있다. 즉, 돌발성 난청이라는 질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 이러한 진단기준을 만족하면 돌발성 난청이라고 하자’라는 약속이 돼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의학적 정의가 필요한 이유는 의사들끼리 이 질환에 대한 치료 정보를 공유하고 돌발성 난청에 대해 어떠한 치료를 했을 때 그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설명하기 쉽게 청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돌발성 난청’이라고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 진단명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약 1/3 정도가 치료를 해도 청력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환자들도 돌발성 난청의 의학적 정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돌발성 난청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에서 생길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발생 후 3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일단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이 되면 치료를 최우선으로 먼저 시작하면서 원인에 대해 알아보는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돌발성 난청이 1/3에서는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다고 해서 2~3주 예약을 통해 대형병원의 치료를 기다린다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좁은 의미의 돌발성 난청의 원인은 특발성, 즉 ‘잘 모르겠다’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면 이 돌발성 난청의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전이 달팽이관의 미세혈관을 막아 발생한 것으로 설명돼 있다. 이것은 돌발성 난청을 앓다가 사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후 연구를 통해 알아낸 결과로, 추정가능한 원인일 뿐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행하는 동시에 원인을 밝혀내는 검사를 병행하면서 그 원인이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돌발성 난청이 아닌 돌발성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이 진단명이 돼야 한다. 예컨데, 청력이 떨어져 치료를 하는 도중 귀 MRI에서 청신경 종양이 발견이 되는 경우에는 ‘청신경 종양’으로 진단명이 바뀌게 된다. 필자는 이에 대해 “청신경 종양이 돌발성 난청의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라고 표현을 한다. 

정확한 의학적 정의에 근거한 정확한 진단이 교과서적인 치료원칙으로 이어질 때 좋은 치료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귀 질환 치료를 위해선 환자와의 정확한 소통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환자 입장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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