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영 명동연세이비인후과 원장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50년 한국의 총인구가 30% 가까이 줄고 생산 연령 인구 1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도 1명을 넘어서게 된다.

고령화 시대와 갈수록 문제되는 소통의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 난청의 중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난청은 다른 감각기관과는 달리 사회적 활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난청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태어날 때부터 난청인 사람들은 ‘난청 공동체’ 내에서만 교류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난청으로 인한 소통의 문제는 노년기에 발생하게 되는 경우에도 발생하게 된다. 

잘 듣지 못하게 되면 사람들 간에 대화가 어렵다 보니 감정교류에도 어려움이 있고 이런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건청인들과의 교류가 점점 힘들게 된다. 난청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노화와 더불어 발생하는 노년기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유명 학술지 ‘란셋’에 따르면 ‘10’을 기준으로 한 치매 위험인자에서 당뇨가 1, 고혈압이 2, 흡연이 5인데 비해 난청은 9로, 성인들의 치매 위협 위험인자들 중 가장 높은 위험인자로 제시되고 있다. 

뇌과학적으로는 뇌에서 주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구조와 귀의 신경학적 연관성을 담은 여러 논문들이 나와 있다. 최근에는 난청 뿐만 아니라 어지럼증을 담당하는 기관인 전정기관도 이 해마와 연관돼 해마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마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기억력 저하를 의미한다. 인지기능의 저하, 즉 치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소리 자극을 계속 뇌에 가하는 것은 인지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르신들이 재미삼아 즐기는 고스톱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셈이다. 꾸준한 독서 또한 지속적으로 뇌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치매 발생율이 낮다. 이처럼 우리의 뇌기능은 자극을 계속 줘야만 오랜 기간 정상적인 기능으로 유지가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 기초한 이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듣기 위해 집중해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청취 노력이라고 한다. 난청인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청취노력이 상당히 올라가 있다.

이러한 경우 뇌가 듣는데 힘을 많이 쓰다 보니 다른 부분은 힘을 덜 쓰게 되는데, 이때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즉, 뇌가 기억에 쓸 힘을 잘 듣기 위한 노력에 써버림으로써 기억력은 더 빠르게 떨어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지금까지 청취 노력의 증가가 스트레스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알려져 왔지만, 청취 노력이 기억력 저하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난청은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는 난청을 겪고 있는 본인보다는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이 먼저 알게 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고령층 노인들이 TV 음량을 크게 올리거나 대화 시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등의 난청 초기 증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청력 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조기 청력 재활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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