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영 명동연세이비인후과 원장.
유신영 명동연세이비인후과 원장.

필자가 이비인후과에서 처음 공부할 때와 비교하면 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최근 귀의 여러 증상 중 귀 먹먹함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귀 먹먹함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정확하게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귀 먹먹함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에게 필자가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비행기를 타고 이륙할 때나 고층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귀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한지 아닌지를 물어본다. 이처럼 의사가 정의하는 귀 먹먹함이 비행기나 고층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와 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알아두면 의사와 소통하는데 도움이 된다.  

귀 먹먹함 증상은 주로 외이(바깥귀)와 중이(가운데 귀)가 고막에 작용하는 압력이 서로 같지 않아서 발생한다. 

우리 몸에는 중이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코의 뒷부분과 귀를 연결해주는 이관이라는 기관이 있다. 그런데 이 이관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기능이 떨어지면서 중이 쪽으로 공기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해 귀 먹먹함이 발생한다. 

이관은 평상시에 닫혀 있다가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할 때, 잠깐 열려 중이 압력을 조절하고 바로 닫힌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갈 때 귀가 먹먹해져 침을 삼키면 다시 귀가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관이 중이의 압력을 조절하는 현상이다.

이관 기능 저하는 이비인후과에 내원했을 때 고막 상태를 진찰하는 것만으로는 판단하기가 힘들다. 주로 코 내시경을 통해 이관의 입구를 관찰하면서 압력에 따른 고막의 운동성을 알아봄으로써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관 기능 장애는 귀 먹먹함을 주증상으로 하는 전혀 다른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바로 이관 폐쇄증과 이관 개방증이다. 

이관 폐쇄증은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관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중이에 공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다. 이관 개방증은 이관이 열린 뒤 바로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으면서 발생하는 압력 조절 이상으로 귀 먹먹함과 동시에 자기 목소리가 울리는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 이 둘은 귀 먹먹함을 주증상으로 하지만 서로 원인과 치료가 정반대에 가까워 오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잘못된 치료 방법 선택으로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구별하는 손쉬운 방법이 자세 변화에 따른 증세 호전 여부다. 즉 귀 먹먹함이 발생했을 때 바로 누운 자세를 취한다. 이렇게 하면 코가 막히면서 이관이 닫힌다. 이때 이관 폐쇄증 환자는 증세가 좋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 하지만 이관 개방증 환자는 이관이 닫히면서 귀 먹먹함이나 귀 울림 증세가 호전된다. 이 같은 차이를 이용하면 귀 먹먹함이 폐쇄증과 개방증 중 어떤 현상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진단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귀 먹먹함을 호소하는 환자의 질병 원인에는 이관 기능 감소 외에도 급성 저음형 난청이 있다. 이 질병은 갑자기 저음 영역의 주파수만 선택적으로 떨어지는 난청이다. 주 증상으로 귀 먹먹함과 귀 울림을 호소한다. 따라서 귀 먹먹함으로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이관 기능 감소가 의심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청력 검사를 시행해 이관 기능 감소와 급성 저음형 난청을 감별해야 한다. 

급성 저음형 난청은 일찍 진단해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시기를 놓쳐 청력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귀 먹먹함 증상이 자세 변화에 의해 변하지 않고 지속될 때는 난청 가능성을 고려해 꼭 청력검사를 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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