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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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날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증권가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증시 환경에 정책금리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2.25%로 50bp(1bp=0.01%p)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높은 물가와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화와 금융불균형 리스크 대응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에 속도가 붙는다. 이에 따라 증시 거래대금이 빠지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1일 기준 5조5232억원으로 지난해 7월 평균(6조7259억원)보다 17%가량 쪼그라들었다.

거래대금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6조3600억원)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11일(6조3012억원)을 제외하고 지난 2020년 2월 17일(5조6392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주는 충격도 작지 않다. 같은 기간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 평균은 7.2%로 지난 1년 평균(6.3%)을 웃돌았다.

반대 매매란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난 후,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기간 내 변제하지 못할 경우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매매를 의미한다. 전일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으로 주문이 산정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편 ‘빚투(빚내서 투자)’의 지표가 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4조원 이상 줄었다. 올초만 해도 24조원에 육박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7일 17조4946억원까지 감소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내려왔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끼면서 빚투 열풍도 사그라들었다는 방증이다.

올해 미국발 긴축정책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면서 빚투족의 반대매매 규모가 급증,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3개월 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기도 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포함해 중소형사에서도 반대매매 결제일을 하루 연장하는 등 완화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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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지난달 외국인의 보유 주식수는 6월 기준 593조6900억원으로 2020년 10월 이후 다시 500조원대로 내려왔다. 국내주식 보유 비중도 26.4%로 13년 만에 가장 낮았던 지난 4월의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에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4조원가까이 팔아치우는 등 6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도 증시 자금을 빼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추세라 당분간 증시 환경이 캄캄하다”며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물가, 고강도 긴축에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불확실성이 가세하며 2023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며 지수 하단을 2050선 전후로 추정키도 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6.69포인트(0.29%) 오른 2324.45로 출발해 금통위 발표 후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며 2328.61로 장을 마쳤다.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기관투자자가 3567억원어치를 홀로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승 랠리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9시 30분께 발표되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8.8% 인상으로 고점 경신을 예상하는 가운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다시 한 번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경기 회복세 둔화, 민간부채의 상환 부담 증가, 취약부문 부실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은 사실”이라면서 “물가 상방 요인이 여전히 우세해 적어도 연말까지는 긴축 기조를 지속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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