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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최근 주택시장 불안에 따라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지난해와 올해 1분기까지 증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최근 주택시장 불안에 따라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주가를 종합해 나타낸 KRX 증권 지수는 지난 6월에만 16% 이상 하락하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3.15%)을 밑돌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기조와 증시급락이 증권업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다.

특히 낙폭이 눈에 띄게 큰 종목은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한양증권이다. 6월 한 달간 각각 25.81%, 15.66%%, 18.97%씩 떨어졌다. 세 증권사의 공통점은 IB 부문, 그 중에서도 부동산 PF를 통해 선방했던 기업들이다.

위험자산 회피심리 부각으로 대부분 증권사가 부진을 겪는 가운데 부동산 PF 실적에 힘입어 오히려 매출과 영업익이 상승했던 지난 1분기와 상반된 분위기다.

지난 1분기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를 포함한 기업금융(IB)부문 호실적에 힘입어 연결기준 영업이익 3770억원(전년비 +32.4%)을 기록,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익이 3000억원을 돌파했다. 순이익도 2117억원에서 2824억원으로 33.4% 늘었다.

국내 58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2조596억원)이 전년동기(2조9946억원) 대비 31.2% 감소하는 동안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간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에도 해외주식과 IB 부문 성과가 브로커리지 수익 하락을 방어하면서 1분기 선방했던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1분기 IB 수수료 수익(1061억원)은 전분기 대비 92% 증가했고,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38% 가량 늘었다. 두산공작기계와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인수금융 부문과 적극적인 부동산 PF 확대가 IB 실적을 견인했다.

한양증권도 1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IB 부문이 전년동기 대비 54% 증가하면서 영업익을 견인해 전년동기 대비 50% 증가한 2055억원을 기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존의 부동산PF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곧 신규 딜 감소와 관련 수익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적 방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증권업) 합산 이익은 컨센서스를 25.5% 하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부동산 익스포져가 많은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다만 단기간에 대규모 손실이 반영될 만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권역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권역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들어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면서 PF 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부동산PF란 기업의 신용과 담보에 기초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존의 기업금융과 달리 기업과 법적으로 독립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고점을 찍은 주택시장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되는 셈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금융 전체 위험노출 규모는 2021년 말 2566조4000억원으로 2017년 말 1797조1000억원에 비해 42.8%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대금은 3조원 수준으로 전년동기(31조원)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 1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전월대비 10.5% 감소했다. 미분양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1만7710가구로, 전월(1만4094가구) 대비 25.7%나 늘었다.

오히려 2분기부터는 부동산PF 부실이 증권사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8일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PF 대출채권 등 우발채무 현실화와 부동산 유동화증권 차환 실패는 금융시장 내 리스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개별 회사에 맞는 시장충격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를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시장의 호황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급증한 시중유동성이 높은 수익률을 쫓아 부동산 시장과 관련 금융투자상품 시장으로의 유입이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부동산금융 위험노출(exposure) 현황과 리스크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과 부동산담보단기어음(ABCP) 등 유동화 상품도 시장 불안 시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PF 관련 유동화 상품은 만기가 3개월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만기변환 리스크가 높고 시장 불안시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해 유동성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주택시장이 주춤하면서 부동산 관련 유동화증권 및 관련 채무보증이 부실화되거나 차환에 실패하는 경우, 유동성‧신용위협이 증권사와 시공사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증권사의 PF 사업이 위축되는 동시에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단 의미다.

중소 증권사의 경우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부동산 시장 호황에 편승해서 공격적으로 PF 대출을 확대시켜 온 중소 증권사는 단기차입을 통한 자금운용이 일반화돼 있어 투자자산 가치 하락에 의한 건전성 훼손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KIF)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글로벌 차원의 금융긴축 기조 강화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정체 또는 침체국면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과 사전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PF대출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단기자금 위주의 운용으로 상당한 레버리지와 만기변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PF 사업장별 사업성 분석,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를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대하는 등 사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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