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지난해 불었던 기업공개(IPO) 열풍은 식었지만 여전히 개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환경 불안에 따른 변동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 수익률보다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PO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총 50개다. 그 중 코넥스, 스팩, 리츠 기업을 제외한 30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39.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1.66%)보다 양호한 성적표다.

상반기 IPO 기업 수(50개)는 과거(1999~2021년) 상반기 상장 기업 평균(45개)도 웃돌았다. 최근 5개년 내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유례없는 유동성이 풀리면서 역대급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에는 못 미치더라도,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랭히’ 식었다고 하기엔 꾸준히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사진=안경선 기자]
[사진=안경선 기자]

◇옥석가리기 심화…자발적 보호예수 참여도 ‘주목’

특히 ‘묻지마 투자’가 아닌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가능성이 보이는 업종의 경우 어려운 증시 환경에도 오히려 흥행에 성공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상반기 주요 상장기업 중 △오토앤(125%) △지투파워(104%) △유일로보틱스(103%) △퓨런티어(74%) △아셈스(69%) △가온칩스(62%) △세아메카닉스(49%) △LG에너지솔루션(33%) △청담글로벌(27%) △비씨엔씨(23%) 등은 지난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상장 당시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외에도 지난 4월 2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포바이포는 거래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 뒤 상한가)을 기록, 상장 이튿날에는 공모가(1만700원)보다 126.7% 오른 3만8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전 진행된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서 37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포바이포는 2017년에 설립한 초고화질 실감형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으로, 딥러닝 화질 개선 솔루션 ‘픽셀(PIXELL)’을 개발해 메타버스 관련주에 거론되면서 나타난 기대감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최근으로 와도 기대 업종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

지난 7일 상장한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는 시초가가 공모가(2만5000원)보다 41.2% 높은 3만5300원에 형성됐다. 15일 기준 종가는 증시 약세 흐름에 힘이 빠지며 공모가보다 9.8%% 상승에 그치긴 했지만 상장 이튿날에는 공모가 대비 42%오른 3만5500원으로 마감하기도 했다.

앞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48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 희망밴드최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도 경쟁률 1386.86대 1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반도체 고압 수소 어닐링 공정기술 선도기업 에이치피에스피(HPSP)가 15일 상장해 장 초반 6만5000원까지 오르며 소위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을 기록했다.

지난 6~7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결과 1159.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그보다 앞선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1577개 기관이 참여해 1511.3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박종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스팩, 리츠, 코넥스 기업 제외한 30개 종목)은 지난해 상반기에 1,314:1로 높은 경쟁률을 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특정종목군은 오히려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기관 투자자는 종목 선별작업을 통해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일반 투자자들은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반으로 유사한 종목 선별을 통해 청약을 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일반청약경쟁률(코넥스 기업 제외한 48개 종목)도 비슷한 경쟁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재무적투자자(FI)의 공모투자 매력도 제고를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유진형 DB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현재까지 IPO를 완료한 기업들의 유통가능 주식 수 비율은 30.1%로 2020년(38.8%)과 2021년(33.4%) 대비 낮아졌다. 프리IPO가 아닌 시리즈 B‧C단계에서 투자한 FI들이 1개월에서 6개월에 이르는 보호예수를 수용하면서다.

한편 프리IPO 투자라운드에서 책정된 기업가치와 공모가밴드에 반영된 기업가치의 차이도 특이점이다.

유 연구원은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을 줄여 공모투자의 매력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라며 “이런 노력들로 인해 6월에는 공모시장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보이며 공모가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는 기업이 늘어났고 청약 경쟁률도 다시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모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공모가가 프리IPO 밸류에 근접하게 형성된 종목을 매수해 유통물량이 늘어나기 전에 매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전체 시장 관점에서 보면 공모시장이 단기투자 위주로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에이치피에스피 상장 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지난 1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에이치피에스피 상장 기념식. (왼쪽부터)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용운 에이치피에스피 대표이사,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라성채 한국IR협의회 부회장. [사진=한국거래소]

◇하반기도 기대감 키운다…시장 온기 돌아올까

현재 수요예측 및 상장 진행 중인 기업은 17개다. 이 중 대어급인 쏘카를 포함해 상장 시가총액이 5000 억원을 상회할 기업으로는 수산인더스트리, 성일하이텍, 루닛 등이 꼽힌다.

이외에도 IPO 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47개인데 케이뱅크, 바이오노트, 골프존카운티, 컬리, 교보생명보험 등 ‘알짜’ 기업이 포함돼 있다. 승인 이후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으로 현대오일뱅크도 있다.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훈풍이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유경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쏘카, 현대오일뱅크, 성일하이텍, 루니 등 기업가치 5000억원을 웃도는 대형 기업들의 공모절차 개시와 함꼐 IPO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며 “위 기업들은 7~8월 중 공모를 마무리하고 증시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으며, 여전히 매크로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된 현실을 직시하고 속히 공모를 완료하는 편이 기업경영 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도 상장 청사진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 오는 9~10월 승인과 함께 청약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해 11월 코스피에 상장할 전망이다.

또한 승인을 받고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오일뱅크, 수산인더스트리, 성일하이텍, 루닛, 쏘카 등이 있다. 지난 5월 공모 과정에서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심사 승인 이후 6개월 내 상장을 완료해야 하지만 빠르게 진행할 경우 2개월 이내에 상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여러 대어급 기업이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한다는 판단에 상장을 철회한 기업도 있지만 하반기 기대되는 공모주 대어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선두주자가 흥행에 성공하고 나면 시장 분위기를 살피던 다른 기업들도 연내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며 “더욱이 당분간 미 연준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올해를 그냥 넘기면 상장 시기가 너무 늦어질 수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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