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인여자대학교 기념관 내 교수실에서 만난 서진형 교수. [사진=이하영 기자]
8일 경인여자대학교 기념관 내 교수실에서 만난 서진형 교수. [사진=이하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6‧17 부동산 대책에 날을 세운 국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매물이 잠기고 집값이 뛴 것 모두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 투기성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최근 ‘공룡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강병원(서울은평을) 의원은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을 발의해 2017년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약속한 세제 혜택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박상혁 의원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사실을 동시 보고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임대사업자 역할을 없애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부동산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주택임대차보호 3법(임대차 3법)이 시행될 경우 무주택자 서민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8일 서진형(대한부동산학회장)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아니었던 것처럼, 임대차 3법도 똑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양성화 한 임대사업자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차 3법 시행되면 서민 고통

임대차 3법은 임대차 계약 시 실거래 신고를 의무화 하는 ‘전월세 신고제’, 임대차 재계약시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한 ‘전월세 상한제’, 세입자가 원할 경우 최장 4년(2+2)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 등이다.

서 교수는 “전월세 임대차 계약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날 때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4년이나 그 이상 기간을 한정해야 할 경우 임대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 전월세 매물은 급속히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택 매매를 할 만큼 돈이 없는 사람은 임대차 시장에서 주택을 구할 수밖에 없는데, 임대 매물이 줄면 수요가 폭등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임대 기간이 늘어나면 임대인이 매물을 관리하지 않아 주택이 슬럼화 되거나, 신고하지 않고 임대해 정부에서 세수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대차 3법이 정부 예상대로 7월 입법이 마무리 되면 올해 10월쯤 적용될 수 있다. 직방에 따르면 10월 입주물량은 올 들어 가장 적은 1만4651가구로 이 법이 시행 될 경우 그야말로 전세 대란이 예상된다.

임대사업자 38.1% 국민에 ‘주택 제공 통로’

지난달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자가 거주 가구 비율은 58%이며, 임차가구는 38.1%다.

서 교수는 “다가구나 임대사업자는 임차가구 국민에 주택을 제공하는 꼭 필요한 존재다. 임대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임대 가격이 높아지고 결국 전세대란이 일어나게 된다”며 “서울‧수도권에서 급격한 전세가 상승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는 전체 임대사업자 문제로 볼 수 없어 노태우 정권 때처럼 100만호 이상 주택 공급을 늘리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호하고 육성해야지 마녀사냥 하듯 규제만 반복하면 시장 오류는 격화할 뿐”이라며 “민간 임대사업자를 없애려면 정부가 주택을 사서 모두 무료로 임대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투기 세력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제도권 내에서 잘 관리하고 세금 징수를 통해 공공에 이익을 환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다시 말하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은 안정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8일 서진형 교수가 이뉴스투데이와 만나 임대차 3법을 비롯한 임대사업자 관련 국내 주택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이하영 기자]
8일 서진형 교수가 이뉴스투데이와 만나 임대차 3법을 비롯한 임대사업자 관련 국내 주택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이하영 기자]

임대사업자를 ‘투자자’로 봐야 하는 이유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들이 2017년 사업자 등록으로 인해 받은 여러 가지 세제혜택을 이용해 투기에 빠졌다. 반면 부동산전문가들은 현재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안은 투기의 정의와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에 맞춰져 있지만 현재 정책을 보면 기준을 정하지 못한 채 여론 재판에 흔들린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운을 뗐다.

서 교수는 “투기세력의 학문적 정의는 토지를 이용하지는 않고, 자본 획득 도구로만 보고, 단기간 매도하는 경우”라면서 “임대사업자는 임대를 통해 사회적 기능을 하고, 10~20년 동안 장기 임대를 하는 경우도 많아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점에서 서 교수는 7일 강병원 의원이 제시한 단기성 부동산 매매의 경우 양도세율을 80%까지 인상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효과가 있지만 최근 나온 다른 대책들은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서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는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로 임대사업을 선택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에게 임대사업자는 ‘퇴직 후 직업’”이라며 “치킨집 대신 임대사업을 하는 격인데 수익창출이 되지 않고 과태료만 늘어 경제 활동에서 도태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또 다른 사회현상으로 대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물 잠김 현상 막으려면 계도기간 필요

서 교수는 “서민들이 임대매물을 안정적으로 구하기 위해서는 임대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규제가 중첩돼 임대사업자들이 과태료 부담에 내놓지 못하는 것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물잠김 현상을 막으려면 법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 계도기간을 주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10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기존 세입자의 다음 계약부터 ‘임대료 인상률 5% 상한제’에 맞춰 계약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0만원이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기존 세입자 갱신 이외에 다음 세입자와 계약할 때도 해당된다. 2017년 4‧8년 장기임대사업자를 신청한 경우에는 만료 이전 임대 물건을 말소 해도 과태료가 부과돼 어쩔 수 없이 빈집으로 놔두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서 교수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차 3법과 같은 강압적인 규제책이 아닌 당근책이 필요하다”며 “양성화한 51만명 임대사업자를 규제로 압박하는 것도 2017년 ‘임대주택등록활성화방안’과 대치돼 정책일관성에 어긋난다. 결국 국민 불신을 야기해 ‘깜깜이 시절’로 돌아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서진형 교수 약력

40여년 전통을 가진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이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과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위원회 위원, LH 경영투자심사위원회 위원, 경기도공사 민간사업자 평가위원, 인천도시공사 내부경영평가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는 13년간 국토부 국토교통인재개발원에서 13년 자산관리, 부동산 관련 과목을 강의한 공로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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