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이하영 기자]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이하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전세를 월세로 바꿔줬다 과태료 3000만원을 물게 됐습니다.”

2018년 1월 임차인 요청으로 주택 전세를 월세로 변경했다 바뀐 법에 저촉돼 3000만원 벌금을 물 처지에 빠진 한 주택임대사업자(주임사) A(43세, 남)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2012년부터 경기도 파주에서 활동 중인 8년차 주임사이지만, 해당 행위가 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올해 3월에서야 알았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3월 2일 발표한 ‘등록 임대사업자 공적 의무 위반여부 전수조사, 합동점검 실시’에서 임차인 보호 강화를 이유로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을 때다.

국토부는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등록한 주임사에 한해 △3월~6월까지 표준임대차계약서 양식 미사용 및 임대료 증액제한 위반했을 경우 자진신고 기간을 주고 △위반 의심 사안은 7월~12월까지 처분할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임대료 증액제한을 지키지 않은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이 정상 부과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임차인 요구를 들어줬다가 ‘임차인 보호 강화’를 이유로 역으로 범법자로 내몰리게 됐다.

A씨가 국토교통부에 임대사업자 과태료 부과 관련 민원을 14일 접수했으나 2차 연기돼 답변일이 6월 2일로 변경됐다. [사진=A씨]
A씨가 국토교통부에 임대사업자 과태료 부과 관련 민원을 14일 접수했으나 2차 연기돼 답변일이 6월 2일로 변경됐다. [사진=A씨]

통상 경기가 어려워지면 유동자금을 늘리기 위해 보증금을 낮추고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올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이 늘며 이와 같이 임대 변경을 한 경우가 많았다.

A씨 사례도 이에 비견된다. A씨는 임차인 요청으로 공인중개사 도움을 받아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40만원’에 계약했던 주택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으로 변경했다. 이는 2018년 기준(한국은행 기준금리 1.75%) 임대료 증액계산에 의거해 월 5938원이 초과되는 수준으로, A씨는 한달에 6000원가량 금액을 더 받는 동시에 3000만원 과태료 대상이 됐다.

이와 관련 A씨는 “계약 변경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을 때도 담당 공무원조차 신고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정상 신고 처리해 접수증을 교부받았다”며 “업무를 처리해준 공무원이나 공인중개사 모두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법을 당장 적용한다는 것은 선량한 시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와 같은 사례는 전국에 적지 않다. △B씨(60대 여성/ 경기도 김천 9년차 주임사)는 보증금600만원/ 월세32만원 → 보증금300만원/ 월세35 변경(250원 위반/ 2018년 1월)해서 △C씨(70대 여성/ 인천 5년차 주임사)는 보증금100만원/ 월세50만원 → 보증금50/ 월세53만원 변경(2708원 위반/ 2015년 3월) 해서 △D씨(60대 남성/ 경기도 수원 9년차 주임사)는 보증금2000만원/ 월세75만원 → 보증금3000만원/ 월세75만원 변경(3750원 위반/ 2013년 8월)하는 등으로 A씨처럼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처지에 놓였다.

답답한 마음에 많은 주임사들은 국토부에 민원 신청도 해보지만 대다수가 담당자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자꾸 연장되는 민원 처리기간에 속만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국토교통부가 3월 2일 배포한 ‘등록 임대사업자 공적 의무 위반여부 전수조사, 합동점검 실시’ 공문. [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3월 2일 배포한 ‘등록 임대사업자 공적 의무 위반여부 전수조사, 합동점검 실시’ 공문. [사진=국토교통부]

주임사들은 피해를 키운 이유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임대료 증액 제한에 대해 안내나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관련법이 개정된 2018년 이후 개인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업자의 경우 해당 교육을 받았지만, 이전에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경우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임대조건을 신고해 임대료 증액 부분을 알아볼 수 있는 ‘렌트홈’도 2018년 운영을 시작해 주임사들은 공인중개사들에게만 의지해 활동을 지속했다.

반면 이번 임대료 증액 제한의 경우 공인중개사도 모르는 경우가 다수로, 그야말로 주임사들은 3월에 국토부 발표를 듣기 전까지 ‘깜깜이’ 활동을 지속해왔다.

심지어 이번 법률에 따르면 착한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10%~20%까지 임대료를 할인해 준 주임사들도 경기 회복 후 제값을 받으려 했을 때 ‘불법’의 멍에를 쓸 수도 있다. 이에 22일 관련 법률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44조 제2항 등’에 위헌 확인을 요구하는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관련 자문변호사는 “일반사업자는 관련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 국가에 관리를 받는데 2018년 이전 개인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분들은 이에 대한 어떠한 고지나 교육도 받은 부분이 없다”며 “관리는 게을리 하고 계도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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