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모자를 쓴 대당사부와 손오공 뒤로 사오정, 저팔계 등의 순서로 나열되는 한옥 추녀마루 끝자락에 있는 잡상을 우리말로 '어처구니'라고 한다.

궁궐이나 집을 지으면서 이들 '어처구니'를 깜박 잊고 올리지 않았을 때, "쯧쯧, 어처구니가 없구먼!" 하고 혀를 찼던 데서 '어처구니 없다'라는 말이 유래됐다. 오늘날엔 무슨 일이 이치에 맞지 않거나 기가 막힐 때 쓰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 가운데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바로 탈핵(脫核)으로 상징되는 원자력 발전 제로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탈원전을 강행하며 "석탄에너지를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더 늘려야 하지만, 전기요금이 크게 높아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뒤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이 바통을 이어 "전 세계적인 추이를 보면 1996년도에 18% 달했던 원전 비중이 최근 10.8%대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2079년까지 탈핵을 목표로 추가 건설은 물론 모든 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은 없다"고 못 밖았다. 

두 사람의 이 같은 발언에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어처구니 없음'이다. 

이 가운데 진짜 '어처구니' 없는 것을 찾기 전에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원전을 없애더라도 전기 가격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은 터무니가 없다는 점이다.

'어처구니'와 별개로 '터무니'는 '집이나 건축물이 세워진 자리'를 뜻하는 것으로 주장의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엉터리일 때 '터무니 없다'는 표현이 사용된다.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국전력은 지난 5년 평균 단가가 53원/kWh인 원자력을 1kWh 당 100원 이상으로 공급해 남는 이익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태양광(243원/kWh) 또는 풍력(182원/kWh)을 지원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REC) 제도를 운용해왔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저렴한 원자력 공급부분이 없어짐에 따라 사라지게 될 REC 혜택 만큼의 가격 인상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 탈원전이 산업용 전기료 등 제조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엑소더스(해외 탈출)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에너지 정책은 고려할 문제가 많은 전문적이고 복잡한 이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초점을 두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나 환경 문제도 가벼이 볼 수 없는 정책 목표다. 하지만 산업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제조비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다. 

최저임금 등으로 인건비를 과하게 올려놓은 상태에서 법인세 인상과 함께 에너지비용까지 올리겠다는 발상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의 지적대로 "한국에서는 기업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기업 엑소더스는 날로 심해져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현지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는 109만2000개에 달한 반면 정작 국내로 유치된 일자리는 27만1000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미국과의 FTA 재협상에서 특히 산업용 전기료는 가장 문제가 될 정도로 우리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저렴한 산업용전기를 생산비 왜곡을 통한 수입규제라고 시비를 걸며 반덤핑 관세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실제 한국산 유정용 강관이 지난 4월 제제조치를 당했으며, 수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든 낮은 전기료를 고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산업용 전력이 다소비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거꾸로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미국이 2010년부터 시작된 셰일혁명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 비용 절감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한국의 제조원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미국을 추월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백 장관은 "원전을 건설하거나 계획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파키스탄, 인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전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가 이들 산유국과는 달리 '기름 한 방울 나기 어려운 나라'라는 치명적인 '어처구니'마저 잊어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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