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원전 기술 개념도 <사진 출처=스마트파워주식회사>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강행으로 기존의 1·2세대 원전은 물론 수출효자 상품으로 알려진 '스마트원자로'와 '파이로프로세싱' 등 3·4세대 원자력 기술까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계를 비롯한 학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탈원전 공약이 아니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도록 정책 방향이 잡혀 있다"며 "석탄에너지를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더 늘려야 하지만, 전기요금이 크게 높아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원전 공급을 줄이게 되면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그는 "전력 수급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2030년까지 몇 개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전기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수급은 어떻게든 조절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원전의 저렴한 공급단가 덕분에 지금까지 풍력, 태양력 발전 부분이 받아온 REC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5년 평균 단가가 53원/kWh인 원자력을 1kWh 당 100원 이상으로 공급해 남는 이익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태양광(243원/kWh) 또는 풍력(182원/kWh)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REC) 방식의 거래 제도를 운용해왔다.  

원자력 공급부분이 사라지면 이 같은 혜택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전기 가격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해명은 터무니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정부가 '탈원전 기정사실화'보다는 '탈원전의 당위성'을 먼저 논의해야 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2015년 12월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연구시설 PRIDE에서 한 연구원이 아르곤셀 내부를 바라보며 파이로 공정장치 원격운전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까지 전체 전력 공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면, 태양광 패널 설치에는 서울 면적의 60%에 상당하는 부지가 필요하고, 풍력 터빈의 설치에는 제주도 면적의 1.6배에 상당하는 해상·육상의 장소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차세대 기술로 주목을 받아온 파이로프로세싱과 스마트원전 사업은 비전문가들의 반대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 강행으로 연구가 늦춰지거나 재검토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프로젝트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재처리를 통한 한국의 핵무장을 우려하던 미국의 반대를 딛고 2015년 4월 한미원자력협정을 42년만에 개정하면서 가능해졌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해 다시 연료로 사용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준위폐기물량을 약 20분의 1, 처분장 면적의 약 100분의 1, 방사성 독성감소 기간의 약 1000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으로 오는 2025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 실증시설을 구축하고, 재처리된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소듐냉각 고속증식로’를 2028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단의 반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로부터 제출받은 원자력시설안정성 시민검증단 27인 명단에 따르면, 주민을 제외한 위원 다수가 정치·시민단체 간부였으며 실제 원전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원자로 내부 <사진 출처=스마트파워주식회사>

수출효자 산업으로 주목되는 스마트원자로도 소리 없이 중단될 위기다. 

스마트원자로는 세계 최초의 일체형 소형 원자로로 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에 착수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아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18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이 원전의 특징은 원전 발전을 위한 핵분열 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데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크기 또한 작은 3층 건물 정도로 진도 7.0의 지진과 높이 10m의 쓰나미에도 견딜 수 있다. 이와 함께 원전 내부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와 같은 수소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지난 2015년 3월 '한-사우디 스마트 파트너십 구축 및 원자력 인력양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으로 스마트원전을 설계해 사우디 현지에 2기를 건설한 후, 추가 건설이나 제3국 수출을 타진해 왔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전환되면서 이 사업도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내의 원전은 모두 한수원이 건설하거나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미래부가 주도해서 스마트 원전을 제주도 등에 건설하는 데 반대해온 단체"라며 "탈원전 시대에 보조를 맞춰 풍력, 태양력 발전에 여념이 없을 한국전력이 과연 이 사업을 챙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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