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상헌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우리나라도 5년 만에 망가진 아르헨티나 같은 막장 테크트리를 탄 것 같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 파편 한 가운데 선 느낌이다."

추석 연휴 중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한미 FTA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회담 결과 한미 양국 정부가 FTA 개정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30대 한 직장인은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막장 테크트리(tech tree) 탔다'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유래된 용어다. 아무리 새로운 기술을 펼쳐도 대세가 기울어 패배의 단계를 하나하나 타고갈 수밖에 없는 경우에 쓰인다.

정부는 이번 개정합의를 두고 표면적으로는 한미 양국간 호혜성 강화를 위한 개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지난 5년간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보호해 준 유리창이 깨져버리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창문이 안 깨지면 유리 장수는 어떻게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겠느냐"며 "한미FTA 개정이 또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되지 않겠냐"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개정협상을 통해 일부 산업은 손해를 보겠지만 다른 산업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협상력을 과대평가한 안이한 판단이다.

개정협상을 미국이 먼저 요구한 만큼 우리는 수세적 입장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FTA가 주는 기왕의 편익 총량을 지켜내기만 해도 다행인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정치권은 또 한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탓하며 차제에 내수활성화에 주력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단견의 소치다.

반도체 호황의 착시 효과로 인해 가려져 있지만 지금 한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들에 둘러쌓여 있다.

당장 내년에 예고된 최저임금 16.4% 인상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에 가시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더해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등도 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 같은 산업계의 상황은 아랑곳 않고 "기존의 독소조항이 제거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나 "농민, 어민, 임업인, 축산인들이 국제적인 봉이 될 우려"부터 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발언은 개정 협상을 지켜보는 기업인들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FTA로 적용받던 양허관세가 취소되면 향후 5년간 수출 총손실은 269억달러, 일자리손실 역시 24만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인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2017~2020년 4년간의 수출손실은 518억달러, 일자리손실은 45만5000개, 생산유발손실은 141조원, 부가가치유발손실은 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정치라는 가면을 쓴 유리 장수들은 오늘도 포퓰리즘의 위선 속에 자신들의 득실을 계산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한미관계는 깨어져 가고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일자리 현황판은 0으로 달려간다. 

프랑스 경제학자 바스티아는 이러한 '깨어진 유리창의 오류'에 대해 "멈추시오! 당신의 정책은 보이는 것에만 갇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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