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대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정상명 기자] 에너지·화학업계가 4차산업혁명으로 가는 길목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기 어려운 나라에서 지난 50여년 시설 고도화를 꾸준히 추구해 지난해 8조원대의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정유3사의 고부가가치 제품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한 첨단소재를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은커녕 '빅데이터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한국에서는 당장에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를 활용한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소재 부분에서 국내 업계 가운데 단연 선두에 선 것은 LG화학이다. 지난 23일 LG화학은 올해 3분기 실적이 매출액 6조3971억원, 영업이익 789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은 첨단화학 중심의 생산구조 구축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2배 가까이 늘려왔다. 

이에 따라 내년도에는 자동차용 전지 사업이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회사 측은 "2020년에는 매출이 7조원 가깝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강창범 LG화학 전지 부문 경영전략담당상무는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ESS가 성장하고, 저희가 시장 주도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LG화학의 성장 과정에서 시련도 없지 않았다. 에너지저장시스템(EES)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지난해 중국 상무부가 전기차 보조금 혜택 중단조치를 내린 것이다.

같은 2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여서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조립공장이 지난 3월 중국 투자자의 일방적 결정으로 가동이 멈추면서 연간 500억 상당의 매출을 놓치게 됐다. 

중국에 대한 판로를 일부 상실했음에도 LG화학은 배터리·바이오·정보전자소재 개발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인수한 국내 1위 그린바이오(농화학) 업체 팜한농과 생명과학 부문에서도 실적이 차츰 개선되면서 꾸준한 수익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소재부문을 주력으로 전환함에 따라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시장 개척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7662억원으로 LG화학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연구개발보다는 물량을 앞세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은 0.48%에 불과했으며 수년째 투자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범용 제품 중심의 생산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의 투자는 지역 및 원료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원료 수급을 다변화하고 아시아를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업에서 보여준 '덩치 키우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몇 개 기업을 빼면 100%가 석유화학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장기적 생존과 기술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추격과 미국이 셰일 에너지를 기반으로 범용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석유화학 의존도 줄이는 동시에 기초소재 중심의 연구개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력 생산품인 에틸렌의 경우 미국 기업들이 생산 효율성이 높은 에탄분해설비(ECC)를 통해 셰일가스에서 나온 에틸렌을 대량으로 생산할 계획이어서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생산되는 제품 가운데 에틸렌의 비중이 30~40%인데 비해 ECC는 생산 제품의 80%가량이 에틸렌"이라며 "덩치만 키우는 사업전략은 호황기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에 추락할지 모르기에 언제나 포트폴리오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영업이익 8조원 이상의 사상최대의 실적을 내며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정유3사가 꾸준히 시설 고도화를 통해 생산력을 높여온 결과 윤활기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꾸준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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