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쿠팡이 2010년 창사 이래 14년 만에 계획된 적자를 마무리하고, 이커머스 기업 유일의 흑자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를 뒷받침한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도 지난 1년간 27% 증가하며 무려 1400만명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고객에게 와우’를 선사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게 쿠팡의 각오다. 

28일(한국시간) 쿠팡이 공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6174억원(4억 73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31조 8298억원(243억 83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함과 동시에 매출 또한 30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전까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연간 흑자를 기록한 곳은 G마켓이 유일했다. 다만 G마켓이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적자로 전환해,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쿠팡이 유일하게 됐다. 

매출 또한 유통업계 시장 규모 순위를 재편하는 성적이다. 이른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에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으로의 변화가 시작된 것. 실제 연결 기준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쇼핑 매출은 각각 29조 4722억원, 14조 5559억원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매출을 합친 규모(35조 8292억원)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쿠팡의 이같은 실적에는 부문별로 고른 성장세가 주효했다. 먼저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지난해 매출은 30조 7998억원(235억 9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쿠팡이츠·대만사업·쿠팡페이·쿠팡플레이·쿠팡페이 등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1조 299억원(7억 8900만달러)로 전년대비 27% 증가했으나, 지속 투자의 영향으로 연간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 손실은 6083억원(4억 6600만달러)으로 107% 증가했다.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인 8조 6555억원(분기 평균 환율 1319.24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1715억원으로 51% 증가했다. 특히 성장사업 부문 매출이 3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성장하는 성과가 있었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멤버십 회원이 지난해 말 기준 1400만여명으로 나타났다. [사진=쿠팡]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멤버십 회원이 지난해 말 기준 1400만여명으로 나타났다. [사진=쿠팡]

◇계획된 적자에서 첫 연간 흑자까지

사실 그간 업계에선 쿠팡의 로켓배송·물류센터 투자 등으로 인한 ‘계획된 적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다. 실제 쿠팡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 2021년 1조를 넘은 1조 790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은 위축되지 않고 ‘플라이휠’ 사업 전개를 이뤄냈다. 플라이휠은 ‘떠 있는 바퀴’라는 뜻으로, 외부 힘에 의존하지 않고 관성만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자동차 부품이다. 처음에는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알아서 돌아가는 게 핵심으로, 흔히 고객이 많아지면 판매자(상품군)가 늘고, 고정 비용의 감소와 효율성의 증가로 선순환 된다는 경영모델을 의미한다.

그 결과, 쿠팡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 2022년 1447억원(1억 1201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하는 데 이어 2022년 3분기 첫 분기 영업흑자(1037억원)를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지난해 연 단위 흑자전환 달성에 성공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 쿠팡의 성장 배경인 ‘고객’ 지표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의장은 “쿠팡의 상품과 쿠팡이츠, 새벽배송을 포함하는 독점 할인, 쿠팡플레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쿠팡이 제공하는 전례없는 가치를 찾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210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지난해 1분기(5%), 2분기(10%), 3분기(14%)에 이어 4분기는 16% 오르며 고객 성장률이 매분기 가속화됐다. 

충성 고객으로 구분되는 유료 와우 멤버십 회원은 지난해 말 기준 1400만여명으로, 전년 동기(1100만명)와 비교해 27% 성장했다. 고객 1인의 구매 금액 또한 41만 1600원(312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다. 전반적인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세가 엔데믹으로 주춤한 가운데, 쿠팡만은 예외가 된 셈이다.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사진=쿠팡]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사진=쿠팡] 

◇“한국과 대만 소매시장서 쿠팡 점유율 매우 낮아”

김 의장은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로켓 배송이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쿠팡은 설립 초기부터 근본적으로 새로운 역량(new competency)을 만드는데 도전했다”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오랜 인내로 도전한 로켓배송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로켓 네트워크를 열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와우 회원 대상으로 쿠팡이 제공한 혜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우리는 와우 회원에게 30억달러(3조 9162억원) 상당 절약 혜택을 제공했다”며 “와우 멤버십에 더 높은 수준의 비용 절감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사업 부문 성과도 강조했다.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할인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주문량이 두 배 증가했고,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경기 생중계로 네이마르·손흥민이 뛰는 모습을 사상 처음으로 수백만 명의 한국 관중이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김 의장은 쿠팡의 잠재력에 대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 소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이 매우 낮아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고객 와우 경험을 위한 노력에 전념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묻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막대한 소매시장 지출이 이뤄지는 한국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대만은 훨씬 작다”며 “2024년에도 계속해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그 어느 때보다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장은 지난해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 대해서는 “인수할 의도는 없었지만 5억달러를 투자해 거래액(GMV) 40억달러에 달하는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였다”며 “몇 년 후에는 쿠팡이 어떻게 파페치를 고품질 비즈니스로 성장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