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명문요양병원장] 몇 년 전 말기 난소암 진단을 받은 환우분 이야기다.

난소암 말기 암 진단를 받은 지 한달되신 겉보기에 너무 멀쩡한 50대 초반 환우와 입원 상담을 했다. 암 진단을 받은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고 정신적으로 안정하는 것이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암진단을 받고 오히려 삶이 행복해졌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50대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오기 쉽다. 그 상황에 우리나라 굴지의 S그룹에서 수십 년 일하면서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아왔고, 슬하의 두 아들은 서울의 대학을 다니기 위해 품을 떠나고, 남편은 집을 짓기 위해 몇 년 동안 집보단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지독한 외로움에 지내야 했었단다.

하지만 암 진단을 받자마자 가족들이 온통 그 동안 못해 주었던 엄마와 아내로서의 관심을 갖게 되었고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한 달 동안 평생 할 것을 다 하게 되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암 진단을 받고나면 보통 처음엔 죽음으로부터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오다가 결국,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억울하고 분하다는 분노와 원망으로 바뀌고 만다.

부정-분노-협상-우울-용납의 심리변화를 거친다. 암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암을 아예 부정하고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는 진단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주위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시간이 소중해지고 가족이, 남편이, 아내가 고마워지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환우분도 있다.

암진단을 받게되면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사랑스러워 보이고, 귀찮았던 아이들의 호기심가득한 질문에 자상한 아버지로서 답을 해주고, 주말이면 한 주의 피곤함을 잠으로만 채웠던 시간들을 가족과 함께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어떨까?

만약 암진단을 받지 않았다면 행복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을까?

암진단을 받고 분노와 원망, 그리고 항암 치료의 고통 속에서 삶의 질은 송두리째 없어지고 마는 것과 오히려 암 선고를 기회로 가족과 못했던 행복과 사랑을 찾는다면 어느 것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될까?

사람은 시간이 되면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한다. 우리는 이러한 슬픔을 두려워할 뿐 삶의 진정한 맛을 느껴보지 못하고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더 불행한 일은 아닐까?

말기 암 환우들이 항암 치료를 받는 이유는 조금 더 생명을 연장해 보자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살기 위한 목적이 무엇인가?

조금 더 살기 위해 현재를 포기한다면 아름다운 미래가 올 수 없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의미가 없다. 현재를 사랑하고 현재에 충실함을 다한다면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50대 아주머니는 산속에 병원이 있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별장에 놀러온 기분이라며 즐거운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해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암은 훌륭한 의사나 병원이 치료해 줄 것 같지만 병을 만든 원인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본인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치료를 받아도 재발하거나 효과가 없다.

말기 암 환자들 중 의사가 예측한 시간보다 훨씬 예후가 좋거나 호전된 분들의 공통점은 찡찡하거나 부정적인 얼굴이 아닌 긍정적이며 행복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동석 명문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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