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열 정치사회부장
안중열 정치사회부장

조 바이든 당선인이 이변이 없는 한 내년 1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북미‧남북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만큼 향후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 활동 기간 외교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정통합니다.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장과 외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8년 간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외교를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2012년 부통령 시절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2.29 도하 평화 합의’를 통해 협상력 검증도 끝냈습니다.

지금의 바이든에겐 대북 강경파 색채가 강합니다.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의 출범이 향후 남북‧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부정적입니다. 수차례에 걸친 고위급 회담을 거쳐 ‘2.29 합의’까지 도출하며 협상력을 발휘했던 기억에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기대감도 있습니다. 최소 4년 간 한반도 정책의 가장 강력한 카운터파트(Counterpart)의 실제 성향은 어떨까요.

일단 바이든의 색깔은 전술한 ‘2.29 합의’ 전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외교 전문가답게 합의 전까지만 해도 대북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대화’를 중시했었습니다. 그해 오바마 정부 2기의 관문인 미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합의 성과는 확실했죠. 합의문에 서명한 뒤엔 대대적인 언론 홍보로 자화자찬까지 했고요.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는 당시 ‘2.19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미사일 실험을 감행한 북한의 일방적 파기로 정권 재창출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대북정책 스탠스를 바꿉니다. 오바마 정부 2기가 들어서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북 강경파의 바이든을 보게 됩니다.

트럼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을 비판하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서그’, ‘깡패’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 선행’을 요구하는 그의 모습은 부통령 시절 만들어진 셈이죠.

바이든은 자신의 성향을 떠나 과거와 지금의 북한의 달라진 위상도 살펴야 합니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 더 이상 오바마 정부 당시의 북한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을 감행하던 북한이 사실상 핵 개발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미국으로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제나 방식에 대한 궤도 수정이 필요해졌으니 압박 기조는 유지하되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한 노력은 피할 수 없겠죠.

결국 대화의 방향에 집중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완전한 비핵화’라는 북한과의 통큰 합의엔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이 트럼프 정부에서 만든 3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요란한 퍼포먼스’로 혹평해온 만큼, 바이든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합니다.

실무협상과 바텀-업(bottom-up) 과정을 거치면 협상의 시간이 자칫 지연되겠지만 협상의 방향과 관련해선 기존의 ‘빅딜(완전한 비핵화)’보다는 과거 북한이 요구했던 ‘스몰딜(단계적 비핵화)’을 통해 첫 단추를 꿰는 쪽으로 갈 전망입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대화 재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자칫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대화를 촉진시키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로 이끌어가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고 원론적인 축전을 보냈습니다.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한다”며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니, 같이 가자”고 바이든과 카멀라 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일단 바이든의 당선 대국민 연설이 있던 8일 강경화 장관의 미국행이 있었습니다. 바이든 측의 인사들과 접촉을 시작했으니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설정을 위해 감도를 체크하겠지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이든 행정부와 조기에 조율하는 시간이 아닐까요. 내년 5월까지는 청문회 기간을 고려할 때 대북정책기조 조율은 양국에겐 ‘골든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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