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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고객 개인정보 분실·누락 등 제주항공의 미숙한 행정에 불만이 제기됐다. 티켓 취소에 대한 환불이 4개월째 누락되는가 하면 기제출한 고객의 신분증 사본 등은 오리무중이다.

16일 자신을 제주항공 이용객이라고 소개한 신모(남·29세)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작년 9월에 신청한 환불 조치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라며 “항공사 내규에 명시된 기한과 절차를 지켰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신씨는 "취소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는 항공사의 말만 믿고 확인하지 않았으면, 모르고 넘어 갈 수 있었다"며 "같은 피해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1주일만, 3주일만 더’ 계속 말 바꾼 제주항공, '해 지나도 환불 안 돼'


신씨는 지난해 친구들과 다낭으로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런 일정이 생겼다.

이에 신씨는 그해 9월 29일 예약했던 다낭행 발권을 취소했다. 제주항공 내규에 의하면 취소수수료를 제외하고 약 12만원을 항공사 측으로부터 환불받을 수 있다.

환불에 필요한 신분증과 통장 사본까지 모두 제출한 신씨는 항공사로부터 “환불까지 1주일 정도 소요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약 두 달 뒤인 11월 22일. 신씨는 환불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신씨가 항의하자 항공사는 “1주만 더 기다려달라”며 “접수는 됐지만 진행이 안 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얼마 뒤 항공사는 “3주 더 걸릴 것 같다”고 신씨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항공사는 해를 넘길 때까지 환불 처리를 해주지 않았고, 신씨의 감정골을 깊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신씨가 항공사 측에 다시 전화하자 ‘처음에 제출했던 신분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다시 제출하라’고 했던 것.

기제출한 신분증과 통장 사본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선 '확실하게는 모른다'는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신씨는 "블랙컨슈머가 되기 싫어 잠잠히 기다렸는데,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 제주항공 측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접수 후 담당 부서 전달 과정서 삭제 됐다” 제주항공의 '황당·당당'한 해명


신씨는 항공사 측에 환불이 지연되는 경위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신씨에 따르면 항공사는 "(신씨가) 계좌이체로 티켓을 예매했기 때문에 수기 작성 처리에 시간이 걸렸고, 상담실은 접수 후 (환불) 담당 부서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해당 건이 삭제됐다”고 해명했다.

본지 확인 결과, 제주항공은 취소 접수 시 본인 확인 절차를 위해 신분증과 통장 사본을 이메일로 받고 있다. 이는 신분 확인 용도로 쓰인 후 곧바로 폐기된다는 게 제주항공 측 설명이다.

신분 확인이 끝나면 환불 건에 대한 수기 작성 처리를 진행한다. 실시간 계좌이체 등을 통해 티켓을 예매한 고객에겐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환불을 담당하는 부서로 수기 건을 넘길 때는 전자문서로 전달한다.

이에 따라 신씨가 제출한 신분증과 통장 사본은 확인 후 폐기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자문서가 누락됐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누락이 됐다고 한다면, 시스템 문제 등 여러 가지 건이 있기 때문에 확답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복수 항공사 관계자 “‘4개월째 환불 미조치는 있을 수 없는 일”


복수의 항공사 관계자들은 환불 지연이 4개월 이상 걸릴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정산 문제가 있더라도 4개월 지체는 어려운 일"이라며 "수기 작성 처리는 아직 ERP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재무적인 절차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란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과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연계해 관리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환불이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항공사에 직접 결제했을 때는 카드는 1주일, 현금은 보통 한 달 안에 처리된다"며 "계속해서 누락됐다는 것은 내부적인 문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 부서가 고객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었다는 게 더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창립 15주년 맞이한 제주항공, "내실부터 다져야…"


일각에선 이스타항공 인수 등 최근 공격적 경영에 나서는 제주항공이 정작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는 잃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제주항공에서 발생한 직원 사생활 침해 논란에 이번 사례가 더해져 제주항공의 정보관리 등 행정관리 실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연확장의 성공을 위해서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지난해 창립 14주년 기념식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안하고 △안전운항체계 고도화 △고객지향적 혁신 △사업모델 혁신 등을 실천 과제로 꼽은 바 있다.

그러나 긴급회항, 기체 결함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제주항공의 안전운항체계가 위협받고 있다. 미숙한 고객응대는 고객지향적 혁신을 목표하는 이석주 사장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 사업모델 혁신을 위한 미래 전략의 일환인 이스타항공 인수는 난항을 겪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연 확장을 위해선 내실을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여지는 성과에 매몰되선 안 된다"면서도 "이석주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 충분히 현재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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