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기름 주유가 없는 삶, 소음이 없는 드라이빙, 기대를 뛰어넘는 퍼포먼스! 당신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한국지엠주식회사가 지난 3월 국내 출시한 순수전기차 '볼트EV(Bolt EV)'의 홍보용 팸플릿에 적혀있는 글귀다.

다소 거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볼트EV를 직접 타 본 기자 생각엔 간단명료하면서도 핵심을 '콕' 집어주는 문구다. 

'2017 서울모터쇼'가 열리는 동안 일산 킨텍스 주차장에 마련된 볼트EV 시승 행사장에서는 왠지 모를 기대감이 느껴졌다.

넓찍한 '쉐보레 볼트EV 드라이빙 센터' 부스 내에는 국내 전기차 가운데 최장거리인 383km의 1회 주행거리를 인증 받았다는 한국지엠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공간에서 볼트EV는 전용 롤러 위에서 신나게 질주했다. 실제로 움직이진 않지만, 바퀴만 돌려 이동거리를 측정해 나갔고 볼트EV의 주행거리는 거침없이 늘어갔다.

볼트EV는 각을 맞춰 일렬로 세워져 있었고 비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외관 디자인은 독특했다. 세단이라고 하기엔 해치백에 가까웠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나 다목적 차량(MPV)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한국지엠의 경차인 스파크의 '확장판'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잘 빠진 외관 디자인은 스포티한 인상을 줬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4165mm, 1765mm, 1610mm다. 축거는 2600mm다.

경차인 스파크(2385mm)보다는 215mm, 소형 세단 아베오(2525mm)보단 75mm 가량 더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또 준중형 세단인 크루즈(2700mm)과 비교할 때 100mm 짧다.

차량 전면부는 깊이 있는 3차원 디자인에 양감을 표현한 패턴을 삽입해 새로이 선보이는 판타스틱 듀얼포트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 HID 헤드램프가 볼트EV의 독특한 시그니쳐 디자인을 자랑한다.

또 사이드미러에서 시작돼 차체 숄더 라인 전체로 이어지는 크롬 라인과 입체감 넘치는 LED 테일램프는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측면 디자인에 어울려 전기차 고유의 인상을 연출해 준다.

실버에 블랙을 음각시킨 독특한 디자인의 17인치의 투톤 알로이 휠은 스포티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챙겼다.

후면부는 덩치에 비해 과감해 보이는 테일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줬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머릿 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한국지엠 기존 차량들과도 완전히 다른 실내 인테리어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플했고 군더더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 측은 "새롭게 재해석된 듀얼 콕핏 인테리어와 다이아몬드 입자형 IP와 도어트림, 앰비언트 라이팅 등을 통해 전기차 고유의 스마트하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고 설명했지만, 심플하다 못해 휑한 모습은 어색했고 당황스런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랬던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익숙해졌고 오히려 필요한 버튼들만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어 조작이 편리했다. 이것 저것 버튼을 눌러보고 난 뒤, 볼트EV가 이렇게 스마트한 차였는지 새삼 놀라웠다.

센터페시아는 8인치 스마트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인치 대형 컬러 디스플레이가 상시 연동됐다. 한 눈에 차량 정보와 배터리 용량, 에너지 흐름 방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0.2인치 대형 컬러 디스플레이는 큼직큼직한 버튼과 글자로 구성돼 직관적이었다. 다만 촌스럽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에너지 흐름과 충전, 정보, 에너지 설정과 같이 4가지 모드로 배터리 사용과 충전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에너지 흐름 모드는 배터리 전력 상태를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정보 모드는 최근 사용한 에너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충전 모드는 즉시 충전부터 출발 시간에 따라 설정하는 맞춤형 충전 등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설정 모드는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따라 여러가지를 설정할 수 있다.

쉐보레 마이링크(MyLink)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전화, 라디오, 블루투스 기능뿐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사용자의 편의에 맞게 디스플레이를 설정할 수 있는 위젯 기능, 입체적 이미지로 차량 내부의 기능들을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차량 설정 기능을 제공해 준다.

브랜드 최초로 제공되는 '마이 쉐보레(myChevrolet)' 앱을 활용하면 배터리 충전상태 및 타이어 공기압 등 차량의 주요 기능을 확인하고 도어 잠금 및 해제,에어컨 및 히터 작동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참 스마트하다.

볼트EV는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배치해 2열 시트 바닥을 평평하게 설계했다. 또 짧은 오버행과 넓은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공간도 구현한다. 앞좌석의 경우 기존 시트보다 얇으면서도 안락한 '씬시트'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6 대 4 폴딩시트와 트렁크 트레이가 적용된 트렁크 공간은 대용량 화물 적재도 가능하다.

볼트EV의 시승코스는 킨텍스부터 파주 헤이리마을까지 왕복 45km 구간이었다.

스티어링 휠(핸들) 오른쪽 뒷 부분에 자리잡은 파란색 버튼(오션블루 스마트 시동 버튼)을 누르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편안했다.

시동을 켰는지 고개를 가우뚱 하게 할 정도로 조용했다. 킨텍스를 빠져나오는 구간은 순조로웠다. 가속 페달을 조심히 밟아봤다. 부드러운 바퀴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도심 구간을 빠져나와 바로 자유로 구간에 진입했다. 가속 구간에서 페달을 천천히, 끝까지 눌러봤다. 전기차스럽지 않은 치고 나가는 반응 속도와 화려한 주행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볼트EV는 운전자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페달의 움직임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기차지만, 더욱 다이내믹한 주행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스포츠 모드도 마련돼 있었다.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전기차의 순간 가속력이 이렇게나 강력하다고?'.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7초 이내에 주파하는 수치만 봐도 볼트EV의 파워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원페달 드라이빙(one pedal driving)' 기술이었다. 전자식 기어 시프트를 D 모드 아래에 위치한 'L'로 설정하면 활성화되는 기능이다.

브레이크의 도움 없이 가속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가속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면 천천히 정차까지 가능하다.

첫 시도에서는 의도와 다르게 브레이크로 발이 자꾸 향했고 움찔움찔 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작동법만 잘 익히면 자연스러운 가속과 감속 조절이 가능하다. 

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 시스템도 볼트EV의 많은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리젠 버튼을 조작해 속도를 줄일 경우, 이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배터리로 저장해 줘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다.

원페달 드라이빙과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이 잘 어우러진 덕분일까. 볼트EV는 한 번 충전만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할 수 있는 진기록을 세웠다.

올해 국내에 판매된 볼트 EV의 판매 가격은 4779만원, 세이프티 패키지 포함하면 4884만원이다. 정부 보조금을 더하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올해 배정된 물량 400대는 이미 완판됐기 때문에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내년을 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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