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새 경제팀의 수장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것은 잘 된 일이다. 적어도 기자가 보기엔 그렇다. 그렇게 볼 이유는 꽤 있다.

첫째는 그가 갖고 있는 ‘경제 관료로서의’ 위기관리 경험이다. 그는 DJ 정부 때의 외환위기, 노무현 정부 때의 신용카드 사태, MB 정부 때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요 위기 때마다 요직에서 위기관리 경험을 쌓아왔다.

전임 유일호 부총리를 폄훼할 의도는 없지만 이런 면에서 임 위원장은 작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데 있어 전임자보다는 한결 적임이라 생각한다. 경제학자는 직업적 성격상 위기의 관찰자이지 관리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가 관료로서는 흔치 않게 민간기업(NH농협금융지주) 경영을 체험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그는 관료 시절에는 말과 보고서로만 전해 듣던 민간기업의 애로 사항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그의 행보에 대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생각된다.

셋째,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임종룡 부총리 카드는 좋은 선택이다. 그는 금융위원장으로서 조선·해운 구조조정,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 등 주요 경제정책 입안을 주도해 왔다. 따라서 그가 부총리에 기용된 것은 기존의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사인이고 이는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제3의 인물에게 경제팀 수장을 맡긴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인간의 속성상 그는 정책에 자신만의 색깔을 투영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는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평시라면 몰라도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다.

이런 점들 외에도 사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 지도 의문이긴 하다. 잔여 임기가 1년 남짓이고 그나마도 난파 직전인 이 정부의 경제팀 수장을 선뜻 수락할 인물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다.

이제 남은 것은 임종룡 부총리가 현재의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그가 경제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그 힘을 대통령이 실어준다. 쉽게 표현하자면 관료 세계에선 부총리가 대통령을 얼마나 자주 독대하느냐로 그 힘을 가늠한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라도 인정하듯 대통령이 힘을 실어줄 형편이 못된다.

사정이 이렇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경제팀 조각을 임종룡 부총리에게 맡기는 것이다. 임 부총리로 하여금 자신과 호흡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케 하라는 얘기다. 그 대상에는 청와대 경제수석까지도 포함된다. 물론 정상적인 시국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한 결단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자가 쓰는 이 글의 방점도 바로 이 ‘비상한 결단’이라는 부분에 있다.

임혁 편집인 lim5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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