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2017년 정유년의 아침이 밝았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공전을 완주한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무려 46억 번 넘게 거듭돼 온 일이다. 억겁의 세월 동안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노역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지구의 인내심에 경외감을 갖게 된다. 그에 비하면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들의 삶은 새삼 부잡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껏해야 백 년 남짓의 삶만이 허용된 존재로선 지나간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일을 거를 수 없다.

지난 2016년은 ‘쇼크의 연속’이었다. 연초 중국 증시의 폭락이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뒤이어 브렉시트 찬성, 트럼프 당선, 최순실 게이트 등 국내외에서 충격이 이어졌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들 쇼크는 예측불가의 사건들은 아니었다. 중국 증시야 진즉에 불안한 조짐을 보였었고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도 청천벽력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자칭 타칭 전문가들을 포함해)이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됐을 뿐이다. 사상 초유의 국정 마비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 역시 2014년 소위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조짐을 보였었다.

이들 쇼크에는 또 다른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쇼크라는 점이다. 즉 지진, 해일 같은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의지가 다른 방향으로 작용했더라면 반대의 결과가 나오거나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 예컨대 브렉시트 반대파, 또는 클린턴 진영이 더 열심히 캠페인을 했다면 세계가 ‘놀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역시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설마’로 치부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수 있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 사건은 작년에 일어났지만 정작 본격적인 충격은 2017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영국은 올 1분기 중 EU(유럽연합)측과 탈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협상이 시작되면 그동안 잠복돼 있던 양측의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이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파장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오는 20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 이를 신호탄으로 트럼프가 내건 ‘America First’ 공약의 액션 플랜이 가동에 들어가면 세계는 그동안 맛보기 수준이었던 트럼프 쇼크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도 헌재의 탄핵심판과 그 이후의 정치 일정을 거치며 그 충격을 더해 갈 전망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특검 수사의 향방은 경제계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017년은 2016년에 형성된 각종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뒤덮인 채 시작되고 있다. 게다가 앞에 거론된 요인들만이 먹구름의 다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에서 먹구름이 피어오르고 있고 국외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같은 새로운 먹구름들이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라는 말처럼 구름의 가장자리에는 환하게 빛나는 부분도 있게 마련이다. 구름 뒤에 밝은 태양이 숨어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silver lining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에도 실버 라이닝을 찾아볼 수 있다. 작년 11월의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3.4%로 7년2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 강세 현상도 속도만 적절히 관리된다면 나쁜 소식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전통적인 주력 수출산업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해당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호전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17년을 시작하면서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제 안정에 펀더멘털(fundamental)보다 더 중요한 게 멘털(mental)’이라는 말이 있듯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으면 그 자체가 큰 악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그 책임을 공유하는 정치권이 이 점을 유념하여 새해에는 경제 주체들의 기를 살리는데 노력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임혁 기자 lim5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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