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컬리 대표는 격의없는 소통으로 수평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켰다. [사진=컬리]
컬리가 지난해 12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사진=컬리]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마무리하고 이커머스 유일 흑자 기업으로 올라서자, 쿠팡처럼 ‘빠른 배송’으로 승부하고 있는 컬리에 대한 흑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6일 컬리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12월 창립 이후 9년 만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로, 법인세·이자 비용·감가상각비 등을 제거하기 전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쿠팡 또한 EBITDA 기준 흑자를 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온전한 영업이익을 냈다. 

이번 컬리의 월 EBITDA 흑자는 일시적 효과가 아닌 철저히 계획된 구조적 개선의 결과라는 게 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컬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연속 EBITDA 흑자를 기록, 2월에도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의 지난해 12월 실적. [사진=컬리] 
컬리의 지난해 12월 실적. [사진=컬리] 

◇컬리, ‘수익성 개선’ 효과 봤다

그간 컬리는 밤 11시 이전 주문시 다음날 아침 8시에 오는 ‘샛별배송’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를 위한 전국 유통망이 필요하면서 투자와 비용 지출이 커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실제 컬리의 실적을 살펴보면, 2015년 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2년 2조 372억원으로 700배 이상 커졌으나, 창업 이후 영업이익은 한번도 내지 못했다. 적자 규모 또한 2016년 88억원에서 2022년 2334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에 컬리는 수익성 개선에 몰두했다. 대표적인 것이 직접물류비의 개선이다. 컬리는 지난해 상반기 신규 오픈한 창원과 평택 물류센터의 생산성 증대와 기존 송파 물류센터의 철수를 통해 물류 운영 안정화 및 최적화를 이뤄내 주문처리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배송단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배송 집적도 향상으로 효율을 극대화해 라스트마일(Last Mile, 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배송비를 낮췄다. 또 재사용포장재인 ‘컬리 퍼플박스’의 이용량 증가로 주문당 종이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고 드라이아이스 생산을 내재화해 관련 비용도 함께 축소시켰다. 

마케팅비도 크게 절감됐다. 적은 비용이지만 효과가 큰 채널을 선택해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집중 진행하며 효율을 높였다. 또 지난해에는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도입으로 고객 록인(lock-in) 효과가 나타났고, 이는 재구매율 증가로 이어져 마케팅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인건비, IT시스템 유지비, 기타 운영비 등의 고정비도 소폭 줄였다.

매출총이익도 대폭 개선했다. 매출원가 절감 노력으로 EBITDA 증가를 이뤄냈고, 뷰티컬리, 수수료 기반의 3P, 컬리카드, 풀필먼트서비스 등 신사업을 통한 추가 매출 증가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컬리가 샛별배송 권역을 경주시와 포항시까지 확장했다. [사진=컬리]
컬리가 샛별배송 권역을 경주시와 포항시까지 확장했다. [사진=컬리]

◇올해도 바쁜 컬리

컬리는 올해도 바쁘게 움직인다. 일례로, 컬리는 지난달 29일 영남권 샛별배송 권역을 경주시와 포항시까지 확장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경주와 포항 지역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컬리가 국내 최초로, 영남권 신규 고객 확보에 용이해졌다는 게 사 측의 평가다. 

컬리 관계자는 “경주와 포항은 컬리의 주요 고객에 속하는 2040세대의 비중이 전체 인구 중 각각 32%와 36%를 차지하고 있다. 경상권 내 대도시인 대구와 부산의 2040비중이 각각 39%와 38%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주와 포항의 주요 고객 비중은 도시 규모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기대했다. 

전날에는 테크 분야 전 직군에 대한 대규모 경력직 채용 소식을 전했다. 컬리의 테크 부분 대규모 채용은 지난 2022년 봄 세 자리 수 채용 이후 2년 만이다. 모집 분야는  AI·데이터·개발·기획·디자인 등 총 6개 분야이며, 총 예상 채용 인력은 두 자리 수다.

특히 이번에는 초개인화 및 자동화를 위한 인공지능(AI) 관련 모집이 새롭게 추가됐다.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가 가시화된 만큼, 신규 기술 확보를 통해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선보여 충성 고객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으로 상품 탐색부터 주문, 구매 후 경험까지 고객이 컬리와 만나는 모든 과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는 게 사 측의 목표다. 

신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컬리는 올 초 배달 대행업체 부릉(VROONG)과 손잡고 1호 MFC(도심물류센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상품군인 신선식품과 뷰티 제품군을 중심으로 퀵커머스(근거리 빠른 배달)를 전개한다는 구상으로, 올리브영의 ‘오늘드림’이나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컬리의 퀵커머스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통상적으로 퀵커머스는 이마트·쿠팡 등의 기업들이 사업 철수를 결정할 만큼, 많은 MFC 기반이 필요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컬리 관계자는 “한 번에 여러 지역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 특정 지역을 타겟팅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MFC 설립에 대한 부담은 비교적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퀵커머스에는 고객 수요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판단해, 컬리 고객들이 많은 동네를 검토·공략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처음으로 퀵커머스를 진행할 지역을 논의 중인 단계”라고 부연했다. 

한편 일각에선 컬리가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IPO 본격 재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컬리는 2022년 3월 유가증권시장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1월 경제 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 가치가 다소 저평가 되면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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