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황기로 불리는 조선업이 올해 1분기만을 앞둔 가운데, 수주 잔고를 채우는 것은 물론 기술 초격차 실현을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LNG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 및 운반선으로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선박 훈풍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조선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사진=HSG성동조선]
[사진=HSG성동조선]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조선업계 불황기를 맞아 어려움을 겪으며 파산위기까지 내몰렸던 HSG성동조선이 신사업을 고심해온 가운데, 지난 5월 덴마크 글로벌 재생에너지기업 오스테드와 수천억원대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특히 기존 조선업의 강점을 밑바탕으로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이들의 새로운 도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SG성동조선은 지난 5월 23일 대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착수식을 개최한 이후 오스테드 사로부터 수주한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권이 이름을 올렸던 성동조선해양(현 HSG성동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외환파생상품손실, 조선업 침체 등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2018년 법정관리 들어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2019년 HSG중공업이 새 주인으로 등장하면서 청산을 모면했고 2020년 5월 HSG성동조선으로 새출발을 알렸지만 수주에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선박수리 등으로 활로를 찾으며 버텨왔다.

하지만 조선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압)에 납품하는 선박 블록(조립 형태 부품) 제작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신사업으로 주목한 해상풍력 구조물에 뛰어들며 관련 제작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120만㎡ 규모의 넓은 야드, 배를 만들던 각종 설비, 수 백톤을 들 수 있는 대형 크레인 등 조선업의 강점을 활용한 해상풍력 구조물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했다.

◇ 신사업 해상풍력 글로벌 기업과 계약으로 물꼬

이에 발맞춰 오스테드가 대만에 짓고 있는 창화 2b & 4 해상풍력 발전단지 하부구조물 33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물꼬를 텄다.

더욱이 HSG성동조선은 실적 기반 진출 장벽이 높은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사와 계열을 체결하며 기술과 경쟁력을 입증받은 셈이 됐다.

[사진=HSG성동조선]
[사진=HSG성동조선]

여기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은 기존 조선업 생산설비를 일부만 개조해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 유리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부구조물은 높이 100여m, 무게 2000톤에 달해 선박 건조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배의 기존 단위인 블록을 만들던 블록공장의 일부는 현재 하부구조물과 터빈을 연결하는 트랜지션피스를 만드는 시설으로 쓰이고 있다. 조선 소조립 공장에선 하부구조물을 구성하는 대형 파이프를 이어 붙이는 공정이 이뤄진다.  

실제 법정관리 졸업 후 전원 복귀한 옛 성동조선 직원 670명은 하부구조물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에 대해 배를 만드는 공정에 비해 기술적으로 더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한다. 이는 용접사의 기량도 더 높아야 하고 내구성을 포함한 품질이나 안전 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한다. 또 유럽 발주사가 한 설계를 보유한 설비에 맞게 조정하는 능력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이 작업을 전환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하부구조물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진상 HSG성동조선 대표는 사업 방향 전환을 위해 직원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잘 따라와 줬다고 설명하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과 기존 조선업 기반 설비·야드 등 하드웨어 부분이 결합 돼 새롭게 떠오르는 해상풍력 분야와 맞물리며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진=HSG성동조선]
[사진=HSG성동조선]

HGS성동조선은 오스테드에 하부구조물 33개를 공급하고 오스테드는 이를 대만 창화 지역 해상에 조성하는 풍력발전단지에 투입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 말 완공 예정인 920MW(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단지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 공급된다.

더욱이 HSG성동조선은 그간 해양플랜트 설비를 납품한 경험은 있지만 단독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뿐만 아니라 HSG성동조선은 오는 2030년경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유체(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하부구조물) 시장 대응에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구조물 및 설치선 등 확장···사업 방향 전환 가속화

옛 성동조선 설비 대부분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만들어져 대형화됐고 이런 설비가 부유체 제작에 더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하부구조물 외에 수천톤짜리 구조물인 해상변전소(OSS) 제작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밖에 HSG성동조선은 최근 국내 최초 해상풍력 설치 전용선인 ‘현대 프론티어호’를 건조했다.

현대스틸산업이 주도한 현대 프론티어호는 정부지원금 116억원을 포함해 총 1300억원의 개발금비가 투입됐다. 800t까지 들 수 있는 회전식 크레인을 달아 10MW급 해상픙력 발전기 설치가 가능한 1만4000톤급 선박이다.

현대 프론티어호.[사진=현대스틸산업]
현대 프론티어호.[사진=현대스틸산업]

현대 프론티어호는 안정적 설치 뿐만 아니라 작업속도도 기존 대비 50% 이상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선박은 지난 6월 통영을 출항해 제주 한림해상풍력(100MW) 건설 현장에서 실증 겸 실전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오는 2024년 1월부터는 전남 신안자은해상풍력(100MW) 설치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SG성동조선이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부침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설계 인력도 대거 이탈해 선박 수주를 통한 건조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기존 장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실적 개선 뿐만 아니라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한편 HSG성동조선은 기존 선박 블록과 더불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까지 훈풍을 이어가면서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2021년 매출 681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18% 급등한 148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520억원에서 322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고 순이익은 –471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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