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황기로 불리는 조선업이 올해 1분기만을 앞둔 가운데, 수주 잔고를 채우는 것은 물론 기술 초격차 실현을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LNG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 및 운반선으로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선박 훈풍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조선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사진=한화오션]
[사진=한화오션]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올해 조선 빅3의 가장 큰 변화는 다름아닌 한화오션의 출범이다. 그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조선 명가로서 위상을 지켜왔지만 조선업 불황기를 버티지 못하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긴 여정을 거쳤다. 이에 한화오션은 모기업인 한화그룹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체질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모그룹의 방산 계열사들과 협업하며 특수선 경쟁력으로 포문을 연 가운데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발 수주를 통해 실적 개선에 한걸음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2029년부터 연간 수상함 4척, 잠수함 5척, 창정비 2척 등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의 건조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지난 8월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들은 조달한 자금 중 9000억원을 방산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특히 이중 2500억원은 잠수함·수상함 건조시설 구축에 투입된다.

이처럼 한화오션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한화그룹 계열사로 새출발하면서 우선 방산 강자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잠수함 분야를 비롯해 특수선 명가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잠수함 건조 능력은 독보적이다. 이들은 1987년 대한민국 해군으로부터 1200톤급 잠수함(장보고-I) ‘장보고함’을 최초로 수주한 이후 1200톤급 잠수함 9척과 1800톤급 잠수함(장보고-II) 3척, 3000톤급 신형잠수함(장보고-III) 4척, 인도네시아 잠수함 6척 등 총 22척을 수주했다.

더욱이 국내 유일 잠수함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수상 함정 분야는 HD현대중공업과 자웅을 겨루다가 매각 등으로 부침을 겪으며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못해 다소 뒤쳐진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7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전초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울산급 차기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다시 승기를 거며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D현대중공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 서둘러 대규모 투자가 단행돼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 방산 명가 회복으로 물꼬···인프라 구축 등 경쟁력 확보

이에 발맞춰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인상적이다.

한화오션 인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조선업 세일즈를 위해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초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MSPO)’에 참석해 한화 전시장을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한화의 방산기술과 더불어 한화오션의 잠수함 알리기에 나선 바 있다.

이날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의 우수한 잠항 능력과 다목적 수직 발사관 등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폴란드가 추진하고 있는 3000톤급 잠수한 3~4척 신규 도입하는 3조원대 규모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그는 폴란드 방문 이후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2003’에 참가해 한화오션의 친환경 선박 영업에도 손수 나섰다.

김 부회장은 앞서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의 한화오션 부수를 찾아 “한화오션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겠다”며 강조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김 부회장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6000억원을 미래 조선 산업의 핵심인 친환경·디지털선박 및 자율운항 선박 기술 확보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놔 이목을 끌었다.

또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위한 해상풍력 토털 솔루션에 2000억원을, 자동화 기반 스마트 야드 구축에도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스마트 야드란 사물인터넷(IoT), 5세대 이동통신(5G), 증강현실(AR) 등 최신 기술들이 결합돼 다양한 공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며 선박을 건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김 부회장은 오는 2040년까지 한화오션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한화오션이 실적 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2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은 3조2605억원, 당기순손실은 3576억원이다.

다만 이들 역시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고 올해 반기말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13조6000억원, 부채총계 11조3000억원, 자본총계 2조3000억원으로 부채 비율 역시 지난해 1542%보다 485%로 대폭 감소하는 등 흑자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한 금융정보업체는 한화오션이 올해 3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봐 12개 분기만에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의 3분기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매출 2조632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조선업계가 과거 저가수주 물량을 해소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확대된 것이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저가수주를 지양하고 고부가 선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진행중인 카타르 에너지 2차 프로젝트도 연간 수주 목표를 채우는 데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화오션]
[사진=한화오션]

◇ 상반기 부족한 수주실적···카타르 2차 물량으로 만회

한화오션은 지난해 1차 발주 때 19척을 수주한 바 있다. 이번 2차 발주에서도 10~15척씩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LNG운반선 17척 건조계약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면서 조선 빅3 수주의 물꼬를 텄다. HD현대중공업은 17척을 39억달러 한화 약 5조2806억원에 합의했다.

한화오션 역시 비슷한 규모로 수주할 경우 21%(14억7000만달러)에 머물러 있는 연간 수주 목표 가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화오션이 새 출발하는 과정에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지 못하는 등 부침이 있어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빠르게 정상화를 위한 기틀을 만들어 있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과 계열사와의 협업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이 곧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편 한화오션은 지난 7월 수익성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적 운영 혁신 프로그램인 톱 추진TFT는 오호진 한화오션 상무가 맡아 수주잔고의 질적 개선, 원가부담 통제 등으로 미흡한 수익 구조 개선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 상무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출신으로 한화에너지, 한화솔루션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한화글로벌에셋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화그룹은 최근 신용인 전 한화솔루션 재무실장을 새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한화오션 재무실장으로 선임해 재무안정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잘 알려진 신 부사장은 부채비율을 줄이고 유상증자를 통한 실탄 마련에 나서는 등 당분간 한화오션 재무건선성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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