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황기로 불리는 조선업이 올해 1분기만을 앞둔 가운데, 수주 잔고를 채우는 것은 물론 기술 초격차 실현을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LNG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 및 운반선으로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선박 훈풍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조선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사진=HD한국조선해양]
[사진=HD한국조선해양]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HD한국조선해양이 3년 연속 연간 수주 목표를 조기달성하며 한국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한 친환경 선박 기술을 비롯해 자율운항기술부터 첨단 방산기술까지 기술 초격차를 통한 경쟁 우위를 쌓아가고 있는 가운데 카타르 2차 발주분까지 남아 있어 이들의 초과 실적 달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2023’에서 싱가포르 EPS사, 그리스 캐피탈(CAPITAL)사 등과 8만8000㎥급 암모니아 운반선(VLAC)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HD한국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총 122척(해양 1기 포함)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인 157만4000만달러를 넘어선 159억4000만달러(101.3%)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PC선 35척 △컨테이너선 29척 △LPG·암모니아운반선 26척 △LNG운반선 20척 △PCTC 4척 △탱커 3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중형가스선 2척 △해양 1기를 수주했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3년 연속 연간 목표 조기 달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HD한국조선해양의 질주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50년 탈탄소를 추진하고 있어 전세계 선주들이 친환경 선박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이들이 수주한 선종 가운데 약 70%가 친환경 선박이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의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세계적 해운그룹 머스크가 발주한 19척의 메탄올 추진선 중 첫 선박을 인도했다.

로라 머스크호로 명명된 해당 선박은 메탄올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세계 첫 번째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지난 20일 ‘제20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훈받은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초격차 기술로 국내 경쟁사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 앞서 있다. ‘기술 차별화’로 앞으로도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가 부회장은 또 “중국 조선사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중국 조선사가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 조선사를 따라 잡았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중국이 앞섰다고 평가하는 곳은 없다”며 “기술에서, 다시 말해 질적 측면에서 한국 조선사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규모로 밀어붙이는 중국에 앞서기 위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게 한국 조선업이 가야할 길”이라고 당부했다.

LNG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LNG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이처럼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중간지주 차원뿐만 아니라 그룹차원에서 기술 초격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글로벌 메탄올 추진선 발주 물량 중 가장 많은 43척을 수주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발주한 24척의 대형 메탄올 이중연료컨테이너선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16척, 일본 니홍조선이 8척을 수주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메탄올 뿐만 아니라 수소, 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 확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 HD현대, 기술 초격차로 중무장···수소 생태계 정조준

정 사장은 최근 “HD현대는 그동안 가장 혁신적 해상운송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을 이끌어왔다”며 “친환경 시대에 선도적 첨단 기술 개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HD현대는 수소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암모니아의 해상 공급 기지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수소 생태계와 관련한 제반 분야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19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FSRU(저장·재기화설비)에 관한 기본 승인을 획득했다.

암모니아 FSRU는 생산지에서 운송된 액화암모니아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가스상태로 바꿔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선박으로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한국석유공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특히 기체상태의 수소를 액화수소로 만들기 위해 영하 253℃ 아래로 냉각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액화 암모니아는 영하 33℃에 불과해 수소 생태계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정 사장은 최근 STX중공업 인수를 결정하는 등 친환경 선박의 수요 증가와 함께 친환경 엔진 기술력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사진=현대미포조선]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사진=현대미포조선]

한편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목표 초과 달성 신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직 1분기 남은 상황에서 카타르 LNG 2차 물량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은 현대 카타르 측과 2차 물량 발주를 두고 가격 협상을 진행중이다. 2차 물량은 모두 40척 규모로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단계 발주 때에도 국내 조선 3사는 전체 65척 중 54척을 싹쓸이한 바 있다. 당시 HD한국조선해양은 17척을 수주했다. 올해도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선박을 수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체 물량이 줄면서 업체 당 10여척 수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LNG운반선 선가가 크게 올라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1차 발주 때는 한척에 2억1500만달러에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2억4000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10척을 수주하게 되면 24억달러 한화 3조원의 실적을 추가하게 된다.

이 밖에 모잠비크, 북미 등 대형 LNG 프로젝트로부터 수주가 예상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이 최소 184억달러 이상의 수주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컨테이너선 교체 발주, LNG선 및 부유식 천연가스생산설비 등의 신규 수주 모멘컴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선가도 견조한 가운데 발주가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주가 상승 사이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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