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황기로 불리는 조선업이 올해 1분기만을 앞둔 가운데, 수주 잔고를 채우는 것은 물론 기술 초격차 실현을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LNG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 및 운반선으로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선박 훈풍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조선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55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사진=HJ중공업]
55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사진=HJ중공업]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1937년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중공업’으로 첫발을 땐 HJ중공업이 이후 대한조선공사, 한진중공업을 거쳐 새 이름인 HJ중공업으로 32년만에 옷을 갈아입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HJ중공업 전통의 특수선 건조 역량과 더불어 친환경 선박 기술 위용을 드러내며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차세대 선박으로 꼽하는 메탄올 연료 추진선을 두고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발주된 143척(개조 포함)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선(컨선) 중 61척 가량을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했다.

지난 8월까지 HD한국조선해양이 43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과 HJ중공업이 각각 16척, 2척의 메탄을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특히 HJ중공업은 국내 조선소로서는 2번째 메탄올 추진선을 수주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HMM이 메탄올 추진 중대형 컨선(9000TEU)을 9척 발주하는 이벤트에서 HD한국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이 7척을 수주했고 HJ중공업 역시 2척 수주하며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당시 업계의 시선은 2척을 수주한 HJ중공업으로 쏠렸다. 차세대 탈탄소 선박으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은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중에서도 HD한국조선해양이 돋보적인 수주 및 건조 실적을 가지고 있다.

그 뒤를 나머지 대형 조선소가 아닌 HJ중공업이 수주하면서 메탄올 관련 친환경 기술에서 대형사들과 견줘 부족함 없은 기술력을 선주사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친환경으로 상선 사업 재기 첫 단추···탈탄소 훈풍 긍정적

이뿐만 아니라 HJ중공업은 지난 8월 30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유럽 선주사가 발주한 5500TEU급 메탄올 추진 컨선 2척의 명명식을 개최하며 친환경 기술력을 뽐냈다.

해당 선박은 HJ중공업이 2021년 10월 총 2억7000만달러 규모로 수주해 2년여 간의 공정을 거쳐 건조됐다.

이날 유상철 HJ중공업 조선분야 대표는 “우수한 선주사와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대한민국 조선 1번지의 경험과 기술력을 통해 고기술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HJ중공업은 이번 명명식은 2016년 채권단과의 맺은 자율 협약에 따라 한동안 접었던 상선 사업 재건의 이정표가 됐다. 이들은 선박 탈탄소의 흐름이 사업 재건의 기회로 삼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추진선을 중심으로 수주 곳간을 채우는 중이다.

HJ중공업은 2021년 수주한 4척의 메탄올 레디 추진 컨선(메탄올 추진선 개조 가능한 사양)을 필두로 같은 해 메탄올 레디 컨선 2척,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선 2척을 수주했고 올해 초 HMM으로부턴 메탄올 추진 컨선 2척을 수주했다.

다만 HJ중공업이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한진중공업 시절인 2008년 이들의 조선부문 매출은 2조원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3202억원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특히 HJ중공업이 흑자를 낸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며 이후 12년 동안 누적 적자는 1조4631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고부가 친환경 선박 중심의 수주가 핵심과제로 급부상했다. 이를 의식한 듯 HJ중공업은 아직 어려운 시기지만 미래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들은 LNG 연료를 해상 공급하는 선박인 7500㎥급 LNG 벙커링선 선형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선사들이 기존 벙커C유 대신 LNG 추진선을 대서 도입하면서 해상 급유 수요가 증가한 것에 선제적 대응한 결과다.

특히 해당 선박은 선박평형수(선박의 무게중심 유지를 위해 탱크에 넣는 바닷물)로 인한 해양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평형수의 유입·배출 없이 선박 운항이 가능한 ‘무평형수’ 선박으로 개발했다.

이와 더불어 HJ중공업은 특수선 부문에서도 해군의 고속상륙정과 차기고속정, 독도함 성능개량사업, JLOTS(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체계), 해경 3000톤급 경비함 등의 추가 수중에 성공했다.

여기에 지난달 21일 싱가포트 고등법원이 싱가포르 시트리엄(전 케펠) 사가 2020년 12월 제기한 3250만달러(한화 약 433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해 HJ중공업으로서는 소송리스크가 해소되며 한숨 돌리게 됐다.

LNG 벙커링선.[사진=HJ중공업]
LNG 벙커링선.[사진=HJ중공업]

◇친환경 기술 개발로 미래 준비···특수선 건조 역량 기틀

다만 HJ중공업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영 성과는 부진한 상황이다. 건설부분은 견조한 수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기대되지만 조선부분은 손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9063억원, 영업손실 862억원을 기록했다. 약 256억원의 금융비용까지 더한 순손실은 1041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7934억원) 대비 14.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48억원의 영업이익은 대규모 영업 손실로 돌아섰다.

또 부채비율 역시 급증하고 있어 2021년 12월 말 연결기준 452%에서 지난해 말 566%, 올해 6월말 835%로 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HJ중공업의 안정적인 수주잔고가 올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HJ중공업의 수주잔고는 1조853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 부문 역시 4조7915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업계는 HJ중공업의 조선부문의 경우 상선사업의 수주 확대로 사업 자체가 과거 전성기 시절을 구현할 경우 빠른 회복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HJ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기술을 토대로 고부가 선박 수주에 전념할 경우 수익성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J중공업 관계자는 “IMO의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친환경에너지를 주 원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소제로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친환경 선박 건조를 통해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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