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황기로 불리는 조선업이 올해 1분기만을 앞둔 가운데, 수주 잔고를 채우는 것은 물론 기술 초격차 실현을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LNG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 및 운반선으로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선박 훈풍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조선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사진=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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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정진택 대표이사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빠르게 수익성 개선을 이뤄가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세계 수주잔량 1위를 기반으로 해상플랜트를 비롯해 자율운항선박, 친환경 선박, 탄소포집저장 기술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디지털 전환 인프라 구축 등 스마트화를 통해 올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HD한국조선해양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올해 상반기 8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에도 이익 확대를 정조준하고 있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권가는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616억원으로 2분기보다 5%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8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8년간 이어진 적자행진의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업계 선두인 HD현대의 HD한국조선해양이 기록한 상반기 매출 10조2960억원 영업이익 523억원에 비해 같은 기간 매출 3조5509억원, 엉업이익 785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HD한국조선해양 3분의 1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00억원 가량 높았다.

이 같은 삼성중공업의 실적 개선 속도를 두고 업계는 정 사장의 원가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2020년 말부터 삼성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정 사장은 취임 당시 저비용·고효율 조선소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는 취임 직후 신년사에서 “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인 시대에 맞춰 최적화된 조선소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스마트SHI가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임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SHI는 삼성중공업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 활동으로 ICT(정보통신기술),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에서 구매, 생산에 이르는 모든 부문의 최적화를 통한 원가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조선소의 모든 정보를 첨단 IT 기술로 처리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향하고 있다.

◇ 정 사장 이끄는 저비용·고효율 청사진···흑자 전환

삼성중공업은 2020년부터 3년간 스마트SHI 1기를 통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메타버스, IoT, 3D모델 등 디지털 신기술을 영업, 설계, 구매, 생산, 품질, 시운전 등에 접목시킴으로써 더 정확하고 빠르고 안전한 공정을 통해 품질경쟁, 고객만족 강화, 안전 사업장, 친환경 바다환경 조성 등 다양한 가치 실현을 모색해왔다.

이에 스마트SHI 1기를 통해 수행한 과제를 바탕으로 2기에서는 전사 스마트 최적화 확대 및 고객사, 사내 협력회사, 공급업체 등 전후방 스마트 생태계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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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체질 개선이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 마련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해운사 팬오션과 손잡고 디지털 선박관리 플랫폼 실증에 나서는 등 자율운항선박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디지털트윈 기반 선박관리 플랫폼을 오는 2024년 1월 팬오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뉴에이팩스호에 탑재해 실증에 들어간다.

디지털트윈이란 현실세계 사물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구현하는 자율운항 선박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디지털 선박관리 플랫폼으로 통합관리·최적화를 구현해 선박운영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대한민국과 남중국해를 잇는 구간에서 선박 자율운향 기술 검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6월26일부터 7월1일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5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및 스마트십 시스템을 탑재해 거제에서 출발해 대만 가오슝항까지 약 1500km 운항에 성공했다.

친환경선박도 삼성중공업이 주력 미래 사업으로 손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대만 에버그린사로부터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수주해 HD한국조선해양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109척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43척을 수주하며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메탄올 추진선에 머물지 않고 향후 액화이산화탄소(LCO2)운반선, 암모니아·수소운반선 등 친환경선박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에너지 산업 전시회 ‘가스텍 2023’에 참가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모델을 중심으로 LNG 및 LCO2 운산선 등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소개했다.

특히 이번 가스텍 기간 연료탱크 전문 개발업체인 래티스테크놀로지와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협력 업무협약(MOU)를 채결하고 이를 활용해 저장 용량은 키우고 비용은 낮춘 새로운 LCO2운반선 및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설비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세계적 엔진 개발사인 윈지디(WinGD)와 암모니아 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선박 정조준···강점 해양플랜트 경쟁력 확대

이 외에도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감은 해양플랜트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강자인 삼성중공업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실제 올해 1월~7월 최종투자결정(FID)이 내려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약 895억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연간으로는 총 1705억달러(약 228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들에 대해 최종 투자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FLNG는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복합플랜트다. 통상 FLNG 1기 가격은 15억달러에서 30억달러 수준으로 LNG운반선 6척~12척가량의 금액에 해당된다.

삼성중공업은 전세계 4척밖에 없는 FLNG 가운데 3척을 건조할 정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중공업은 15억달러 규모의 페트로나스 FLNG를 수주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주입 설비(FCSU)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등 차세대 친환경 해양 신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글로벌 해상 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MISC Berhad와 손잡고 FCSU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장비는 대기의 탄소를 포집한 다음 해저의 빈 유전 등으로 주입해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장치다. 삼성중공업은 MISC와 협력해 말레이시아 CCS 사업에 자사의 FPSU를 활용할 방침이다.

[사진=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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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해상원전 사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덴마트 시보그와 함께 소형 용융원자로(CMSR)을 활용한 800MW급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 개발에 나섰다.

특히 해상원전은 원전을 위협하는 주요 재해로 꼽히는 지진과 쓰나미의 위협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탁월한 체질개선으로 빠르게 경영 개선 효과를 모색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치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무리하게 수주목표를 상향하기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들어 글로벌 발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무리한 목표치 확대보다 수익성 극대화에 힘을 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빠르게 실적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단순한 수주 목표 확대보다 알짜인 고부가 선박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 경 카타르 프로젝트 2차 물량을 비롯해 선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고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중국 조선소를 제치고 세계 수주 잔량 1위를 기록했다.

최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올해 현재 수주량 1100만 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 세계 수주량의 약 9%를 차지해 가장 많은 수주량을 확보하고 있다.

개별 조선소 기준으로 한국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2위, 한화오션 거제조선소가 3위, 현대삼호중공업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중국 후동중화조선소가 5위를 차지했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는 중국 국역 조선업체 중국국영조선협회(CSSC)가 세계 수주 1위, HD한국조선해양이 2위다. 이들 두 기업의 조선 수주량을 합치면 전 세계 수주량의 약 34%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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