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황기로 불리는 조선업이 올해 1분기만을 앞둔 가운데, 수주 잔고를 채우는 것은 물론 기술 초격차 실현을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특히 LNG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 및 운반선으로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선박 훈풍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조선사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사진=케이조선]
[사진=케이조선]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제2의 호황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수주 곶간을 채워가고 있지만 인력난 등을 비롯해 아직 중형조선사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새 주인을 맞아 새출발한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은 대주주 KHI의 지원 아래 실적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딪고 있다.

1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케이조선은 지난달 초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발급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면서 수주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선 가운데 KHI로부터 300억원을 지원받고 800억원 가량을 증권사 등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확보했다.

케이조선은 올해 상반기 말 개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43.3%, 전년 동기 대비 72.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현금 보유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유동성 부족은 작업 물량이 늘어나면서 일시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RG 발급이 막히면서 운전자금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통상 발부처는 선수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 조선사에 RG를 요구하고 조선사는 금융사로부터 RG를 발급받는데 한도가 정해져 있다.

문제는 중형조선사들 역시 지난해 수주가 늘면서 국책은행이 정한 RG 한도를 대부분 채운 상황이다. 정부 측에서는 시증은행들의 RG발급을 독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대형 조선사들의 경우 이러한 운전자금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반면 중형 조선사들은 RG 없이 선박을 수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대주주 통한 자금확보로 수주 확대 물꼬

이 때문에 케이조선은 대주주를 통한 운전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재무활동에서 509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며 영업활동에서의 현금 유출을 일부 상쇄했지만 결국 장기차입금이 발생했다. 케이조선은 2018년 3분기 이후 장기차입금을 보유하지 않는 재무구조를 유지해왔지만 21개 분기 만에 다시 장기차입에 나섰다.

특히 이번에 KHI로부터 지원받은 300억원은 2분기 말 케이조선의 현금보유량이 284억원에 불과한 상황을 감안할 때 자칫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자금이 됐다. 

이를 통해 케이조선은 2021~2022년도에 수주한 저가 물량을 2024년 중으로 모두 인도하고 지난해 이후 높은 선가로 수주한 물량 생산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 선박 인사를 통핸 RG 발급 여력을 확보해 추가 수주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더욱이 케이조선의 진해 조선소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의 인기가 급등한 것도 실적 개선에 큰 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케이조선이 계약 직전 단계에 있는 해외 선주를 여러 곳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주력 건조 선박인 PC선은 가격이 꾸준히 높아지는 중”이라며 “현재 건조 슬롯에 여유가 있는 만큼 남아있는 슬롯은 선별 수주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더욱 높이는 데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케이조선은 지난달 첫 ESG(환경·사회·투명경영) 활동 및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더욱이 2015년 이후 중단된 임직원 대상 성과평가를 7년 만에 도입해 인사 관련 의사 결정과 성과 보상 책정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급여 수준을 끌어올렸고 임직원 복리후생에 대한 투자도 확대됐다. 케이조선 복리후생 제도는 사원숙소 운영, 주택자금대출 이자 지원, 여가생활 지원, 복지카드, 경조사 지원, 의료 지원, 학자금 지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1인당 비용이 2020년 650만원에서 지난해 1210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협동로봇을 이용하여 자동 용접 비드로 문자를 마킹하고 있는 모습.[사진=케이조선]
협동로봇을 이용하여 자동 용접 비드로 문자를 마킹하고 있는 모습.[사진=케이조선]

◇ 문자 마킹 자동화···시간 단축·인력난 대응

이뿐만 아니라 케이조선은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케이조선은 두산로보틱스와 손잡고 협동로봇을 이용한 선체 문자 마킹 용접 자동화 장비 개발을 완료 했다.

양사가 개발한 협동로봇은 주행 대차에 탑재, 비전 센서를 통해 마킹 기준점 위치를 인식하고 입력된 문자를 자동으로 용접한다. 국내에서는 처음 적용한 기술로 수작업에 의존하던 선체 문자 마킹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더욱이 극심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가 부족한 일손을 대신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 도입하는 가운데 케이조선 역시 이에 합류했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러한 협동로봇을 소부재 용접이나 협소구역 용접 등에 응용해 작업 공정 개선을 통한 생산성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케이조선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곱히는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개발에도 나섰다.

케이조선은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가스·에너지 산업 전시회인 ‘가스텍 2023’에서 선보공업·한국선급 등과 1만2000CBM급 LCO2 운반선을 공동 개발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봉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지난해 12월 PC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발주 증가가 시작됐다“면서 ”PC선의 수주 잔고를 기준으로 보면 2026년부터 공급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발주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대형 조선사의 경우 3년 치 슬롯이 꽉 찰 정도지만 케이조선 등 아직 중형조선사들의 경우 건조 슬롯 여유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RG 발급 확대를 비롯해 인력 지원 등 정책지원이 이뤄져야 중형조선사들도 훈풍에 합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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