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 활용은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PIXABAY / 그래픽=김종효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 활용은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PIXABAY / 그래픽=김종효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은 언제나 ‘핫’하다. SNS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대기업 경영자를 꼽으면 늘 정 부회장이 가장 처음 거론된다.

최근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나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원조 오너 인플루언서’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79만7000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이른바 ‘핵인싸’다. 공식 활동 외에 SNS에 글을 올리지 않는 다른 재벌기업 오너들과 다르게 정 부회장은 SNS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 이용한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일상을 SNS에 게재한다. 골프, 요리하는 모습은 물론, 최근 관심사 등을 올려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브랜드’, ‘제이릴라’ 상품을 소개하거나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홍보한다. 때로는 회사 방침을 SNS에 먼저 공개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SNS를 잘 활용하는 이유를 단지 ‘젊은 오너’라는 것에서만 찾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트렌드를 빨리 읽는 감각과 관심을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분석한다. 2010년대부터 트위터를 적극 활용했고, 지난해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로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오르는 등 SNS를 적극 활용하는 얼리어답터 성향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이 SNS를 영리하게 활용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홍보를 위한 홍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음식 사진은 숨은 맛집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이마트 자체상표 식품 개발과 직접 연결돼 출시 전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먼저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끊임없이 트렌드를 연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트렌드를 살펴보며 누구보다 유행에 앞서가려 한다. 직접 해외 박람회를 방문해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개발하거나, 해외의 쇼핑 공간을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 등에 빠르게 적용한 사례는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에서 매우 유리한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공개한 ‘최애 레시피’는 순식간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스벅TV]
정용진 부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공개한 ‘최애 레시피’는 순식간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스벅TV]

정 부회장은 방송과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트렌드 세터로도 불린다. SBS ‘맛남의 광장’을 통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 감자 및 고구마를 대거 매입 판매함으로써 사업과 평판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과정에서 그는 SNS를 통해 적극 홍보를 했고, 이 모습은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업가’의 모습보다 ‘우리 농가를 살리려는 오피니언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회장은 미디어 노출에도 거부감이 없어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 지난 2020년 스타벅스코리아 유튜브 공식 채널에 출연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레시피를 소개한 영상은 불과 한 달 만에 조회수 20만회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고, 직접 이마트 광고모델로 나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홍보한 영상 역시 조회수 70만회를 훌쩍 넘겼다.

이밖에도 정 부회장은 베이커리 ‘유니버스바이제이릴라’ 론칭, 스타벅스와 협업한 ‘현대카드 더 그린’ 출시, 스타필드 고양점 개장 등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힌트를 담은 게시물을 올려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노브랜드 및 피코크 등 PB상품과 데블스다이너 개점 등 소식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먼저 알렸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룹에서도 발표하지 않은 것을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먼저 알렸다고 해서 ‘신세계 X맨’이라는 농담도 있지만, 사실 정 부회장의 SNS는 신세계그룹의 최신 소식과 향후 그룹사 방침을 알 수 있는 지표”라며 “정 부회장은 소식을 전해 미리 반응을 살펴볼 뿐 아니라 고객 건의사항과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는 소통 창구 역할로 SNS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의 오너’로 불리는 정 부회장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SNS를 활용하며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오너라는 위치 때문에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앞장서서 그 벽을 허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정 부회장의 ‘튀는 행보’를 싫어하는 이들은 그를 ‘소통의 오너’가 아니라 ‘관종’(관심종자)이라고 부른다. 일부러 논란을 일으키고 그 상황을 즐긴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21년 일었던 ‘공산당’ 발언 논란이다. 인스타그램에 여러 차례 ‘공산당이 싫다’는 내용을 게재해 신세계그룹의 중국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작성한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귀를 패러디한 듯한 게시물을 연달아 올렸을 때는 온라인에서 문 전 대통령 팬덤을 주축으로 신세계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야구단 인수 후에도 적극적인 발언을 지속하다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저격하기도 했고,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비속어를 내뱉기도 했다. 

이마트노조는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이마트노조는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결국 이마트노조는 “직원에게는 ‘고객 만족’을 제1의 가치로 강조하면서 (정 부회장) 본인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사는 ‘핵인싸’라고 표현한다. 정말 자유인이면서 핵인싸가 되고자 하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될 것이지만, 본인 스스로 기업인이라 한다면 이제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정 부회장은 논란이 지속되자 자신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린다는 예시를 들면서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향후 SNS 발언에 신중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또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며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입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기업 오너가 SNS로 논란을 일으킬 경우 기업 이미지와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의 경우 많은 팔로워만큼 영향력도 상당하기 때문에 사견이나 감정적인 글을 쓸 때마다 책임감을 갖고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과거 ‘멸공’ 발언 등 몇몇 논란이 있을 때마다 신세계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고 경계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아직 ‘관종’과 ‘트렌드 세터’의 경계에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소통 리더십’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용진이형’으로 설명되는 친근함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효과다. 고객들이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쓰는 댓글만 봐도 그를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며 “정 부회장의 전략적인 SNS 활용은 다른 기업 총수들이 참고해야 할 만큼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미 신세계그룹 홍보 수단 중 가장 큰 창구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안도 많지만, 언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글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말 한 마디에 시시각각 반응이 나오고, 여러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정 부회장의 큰 영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당장 지금만 해도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어떤 글과 사진이 게재됐는지 업계 사람 모두가 궁금해한다. 점심 메뉴 사진으로 피코크 곱창 사진을 올리자마자 완판됐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향후 전략을 공유하고 고객 반응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가장 열심히 뛰는 영업사원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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