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라며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라며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사진=신세계그룹]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유통의 왕자’로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도 아픈 손가락, 즉 실패한 사업들은 있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노브랜드, 스타필드 등을 통해 ‘발상의 전환’이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직접 보여줬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계속 성공의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의욕을 갖고 시작한 사업도 여러 장애물에 막혀 실패한 것들이 많다.

일례로 지난 2016년 인수한 뒤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철수한 ‘제주소주’가 있다. 신세계그룹이 매년 100억원을 투자하며 흥행을 노렸지만, 2020년 3분기 제주소주의 매출은 38억7100만원이었던 것에 반해 분기순손실만 86억8900만원에 달했다. 결국 2021년 3월 수익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정 부회장은 당초 참이슬, 처음처럼 등에 맞설 수 있는 소주 브랜드를 꿈꾸며 제주소주를 189억원에 인수하고, 이른바 ‘정용진 소주’로 불린 ‘푸른 밤’을 출시했다. 하지만 초기 인지도와는 달리 2017년 19억원 적자, 2018년 60억원 적자 등 거듭된 실적부진 속에 6차례 유상증자를 거친 670억원의 수혈 등에도 불구하고 부활하지 못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사업 론칭 전 국내 주류 유통에 대한 더욱 면밀한 조사가 필요했다고 본다. 신세계 이마트를 이용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가정용 주류였지 영업용 주류가 아니었다. 영업용 주류 판매 채널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푸른 밤’은 제주도 소주라는 한계도 있었다. 이미 제주 지역 소주는 ‘한라산’이라는 큰 벽이 있고, 제주에서 소주를 생산한 뒤 내륙으로 유통하기 위해 추가되는 운임 비용도 무시못할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의욕을 갖고 실패한 사업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여전히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부회장이 의욕을 갖고 진행했지만 실패한 사업은 생각보다 많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슷한 사례로는 만물 잡화점인 ‘삐에로쇼핑’이나 헬스&뷰티 스토어 ‘부츠’ 등이 있다.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잡화점 삐에로쇼핑도 계속되는 적자 속에 순차적으로 매장을 정리하다가 결국 2년도 안 돼 사업을 접었다. 정 부회장 최대 실패작으로 꼽힌다.

영국에서 들여온 브랜드 스토어 부츠 역시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다가 적자 속에 규모를 점차 축소했고, 약 3년 만에 모든 매장을 철수했다.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의 이마트 전문점 사업은 연간 9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프랑스 파리를 모티브로 론칭한 프리미엄 호텔 ‘레스케이프 호텔’도 있다. 신세계 조선호텔 첫 독자 브랜드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개장 초부터 낮은 객실 점유율을 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호텔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일반 객실도 40만원대 숙박료를 책정했기 때문에 주변 타 호텔과는 달리 예약률 20~3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레스케이프 호텔 실패 요인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드럭스토어 ‘분스’도 야심차게 시도했으나 곧 사업을 접었고, 그나마 이름이 잘 알려진 신세계의 전자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도 죽전점과 상권이 겹치는 판교점 등 수익성이 적은 곳을 과감히 폐점해 한계가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화성국제테마파크의 경우 경기도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현실화될 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는 관계자들이 많다. 특히 기존 테마파크 대비 월등한 규모는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만일 사업이 좌초된다면 피해가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든 사업이 성공할 수는 없지만, 사업 실패 이후 일자리 문제 등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은 “사업 철수시 그룹사 내 이동, 혹은 점포 이동 등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기 한참 전부터 이런 부분 해결까지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과거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 먹다 결국 쇠퇴한다”고 경계했다. [사진=신세계그룹]
정 부회장은 과거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 먹다 결국 쇠퇴한다”고 경계했다. [사진=신세계그룹]

그렇지만 정 부회장은 여전히 새로운 사업에 도전 중이다. 전혀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스타벅스의 한국화, 테마파크를 연상케하는 쇼핑몰 스타필드, ‘브랜드가 없는’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실현한 노브랜드 등을 성공시킨 사례는 유통업계에도 적지않은 충격을 가져왔다.

정 부회장이 과거 신년사에서 빅토리아 홀트를 인용해 밝힌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는 말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정 부회장의 판단 근거를 나타낸다.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냐가 (인수합병)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힌 대로 그는 새 사업에 뛰어들 때 먼 미래를 내다본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는 말은 유통업계에서 신세계그룹이 나갈 방향을 제시한다.

정 부회장은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는 세상이 고추냉이다.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 먹다 결국 쇠퇴한다”고 말했다. 그가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발상의 전환’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