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주주행동주의 반격에 LG화학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주식의 주인'을 넘어 '기업의 주인' 자리까지 노리는 동학개미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의결권 자문사가 오는 30일 LG화학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오른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에 찬성키로 했지만,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필두로 하는 주주행동주의 본진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내놓으면서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전일 개최한 'LG화학 물적분할 :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번 물적분할이 "㈜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구광모 회장 일가의 지배권 강화에 목적이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가치와 주식가치는 구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는 달리 지배주주 가치만 증가하고 일반주주의 가치는 오히려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파이 키우기(기업가치)와 파이 나누기(주주가치)를 구분하라"고 주문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란 일반주주의 기업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지주사의 시가총액이 계열사 보유 지분의 합보다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한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 대표이사 분석에 의하면 삼성의 경우 55% 이상, LG의 경우 60% 이상의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 영풍그룹처럼 90%에 달하는 기업도 있다.

주주행동주의에선 이를 '마이너리티 디스카운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평소 지주사 주가에 반영돼 있고 주식 투자에서도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 구조적 특징일뿐이다. 기업의 주인을 법인으로 규정하는 현대 기업론에선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와 주식의 주인에 불과한 일반주주의 역할이 구분된다.  

다만 이번에 LG화학에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문제로 떠오른 것은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선택하는 이벤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부 분사를 통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올라갈 수는 있지만,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이 훼손되는 '이해상충 문제'가 동학개미 반란의 원인이다. 

지난달 16일 LG화학이 물적분할을 공식화하자 이틀간 주가가 11.16% 급락하기도 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이를 막아달라는 청원글이 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100% 자회사가 되면 연결실적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배터리 고성장으로 누려온 프리미엄이 사라진다. 인적분할일 경우 누릴 수 있었던 '주식처분 이익에 대한 기회 상실'도 지주사 디스카운트의 한 단면이다.

이 교수는 "상법상 경영진이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며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아쉬운 것은 의결권 자문사와 언론이 이런 분석을 간과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에 비지배주주는 물적분할 결정에 모두 반대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가정이란 얘기다.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 토론회에서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 토론회에서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LG화학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관심이 높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하청 단체 격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물적분할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지분 약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일반주주들을 위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의 잠재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오는 30일 열리는 LG화학 임시주총에서 상법상 특별결의사안인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주총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LG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화학 지분은 2355만5760주다. 총 발행주식수 6893만9926주(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제외)의 34.17%를 차지하고 있다.

즉 산술적으로 행사 비율이 51.25% 이하일 경우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LG의 뜻대로 원안이 가결된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심도가 높고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참석률이 정기주총 수준인 약 75%에 이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엔 ㈜LG가 원안을 통과시키려면 보유 지분을 빼고 25% 가까운 추가 찬성표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지분 10%를 찬성표로 확보하더라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이 15%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안건 통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안 본부장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디스카운트 부분이 있다면 고려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정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사주를 추가적으로 소각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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