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소재 한옥찻집에서 정덕영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부관장이 시니어 리빙랩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명곤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명곤 기자] “체험관이란 물리적인 공간 속에서 연구자와 입주기업과 어르신들이 함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 시니어 리빙랩은 반쪽짜리 리빙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사회로 나가 고령자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서비스를 하며 나머지 반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국내 리빙랩 플랫폼의 선두주자이면서 포럼 등에서 자주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시니어 리빙랩의 정덕영 부관장은 아직 가야할 길의 반 밖에 오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성남시의 작은 치매안심마을에서 시니어 리빙랩의 나머지 절반을 성공시킨 후, 전국으로 확대해 대한민국 전체를 치매 안심 국가로 만든다는 계획을 하나둘 실천하고 있다.

순수 엔지니어로 시작해 ‘랩 안의 연구자’란 자신의 틀을 깨고 나와, 이제는 사회로 걸어 들어간 정덕영 부관장. 그의 연구의 목적지는 논문이 아닌, 연구의 주체인 고령자들의 삶의 변화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 5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소재 한옥찻집에서 정덕영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부관장과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모시고, 시니어 리빙랩과 플랫폼, 사회로의 확장과 그 의미에 대해 묻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는 질문과 답변.
 

“시니어 리빙랩은 한국의 대표적인 리빙랩 플랫폼 사례”

◇ 사회 =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정덕영 부관장님을 선택하셨다.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 성지은 연구위원 = 한국의 대표적인 리빙랩 사례이다. 비록 짧지만 우리나라 리빙랩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2017년 3월 한국 리빙랩 네트워크가 발족되어 제1회 포럼이 열렸는데 체험관에서 정부관장님이 주최가 되어 진행해 주셨다. 저는 당초 리빙랩을 플랫폼을 목표로 진행했었는데 그 뜻을 정확하게 아시고 발전시켜 주시고 계신다.

초기에 작게 리빙랩을 시작하지만 그 경험, 자원, 인프라가 축적이 되면 보다 지속가능한 플랫폼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현재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한국 시니어 리빙랩은 그렇게 발전되고 오고 있다.

실제 리빙랩을 운영하면서 참 재미있는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 얘기도 듣고 향후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도출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시니어들이 주도한 제품·서비스 만들어 보고자 기획”

◇ 사회 = 시니어 리빙랩과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 정덕영 부관장 = 시니어 리빙랩을 이해하려면 먼저 저희 체험관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체험관이라고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도자기 체험, 소방 체험 등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장소라고 생각하신다.

사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은 산업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고령자의 기술, 제품, 서비스 개발은 물론 개발 업체를 도와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연구 장비 42종, 석사 이상 급 연구자 8명, 고령자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동반협력기업들이 다수 입주한 생산자와 연구자가 공존하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는 우리나라에 무수하게 많다. 차별화되는 체험관의 장점은 최종 소비자인 고령자들이 상당한 규모로 방문한다는 것이다. 내방객들이 주도하는 리빙랩이 바로 시니어 리빙랩이다.

얼마 전까지는 체험관에 있는 생산자와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에서 기술개발이 시작됐다. 고령친화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가져와 연구자와 이야기를 하고 기술과 서비스 개발이 시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고령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연구개발은 실패로 이어진다.

원인은 생산자와 연구자가 고령자의 인지 특성, 실거주지에 대한 환경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개발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자와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다가 ‘체험관에 오는 시니어들이 주도를 해 그분들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해보자’라는 기획에 만들어진 것이 시니어 리빙랩이다.

◇ 사회 = 시니어 리빙랩을 시도하기 전에는 전형적인 랩의 모습에 가까웠을 것 같다.

◇ 정덕영 부관장 = 처음 체험관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입주기업들은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고, 연구자들은 연구 장비를 활용해 고령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이 두 주체들은 서로 만날 일이 없었다.

지금은 시니어라는 소비 주체를 중심으로 연구자와 생산자가 함께 만나는 일이 많이 생긴다.

소비자인 시니어를 만나면서 생산 활동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기업들이 저희 체험관에 입주하고 싶어 한다.

입주 기업들은 시니어들에게 니즈를 물어볼 수 있고, 제품을 만든 후 사용을 권유할 수 있다. 제품이 좋을 경우 소문이 나 홍보 마케팅까지 연결된다.

처음부터 입주기업과 연구자들이 소통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니어 리빙랩을 만들고 입주기업 대표님들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보기 전에 시니어들을 만나 니즈를 물어보는 게 어떨까”라고 권유를 드렸다.

대다수의 대표들은 “시간도 없는데 왜 하느냐. 이거 하면 대박이다”라며 탑다운 방식의 사고를 고집하셨다.

시니어 리빙랩 활동이 진행되며 이제는 그분들이 직접 시니어들과 소통을 하고 의견을 디자인에 반영시키고, 아이디어도 바꾸고, 사용을 부탁드리고 한다.

최근에 진행된 ‘시니어의 욕창 예방을 위한 복지연구’를 예로 들어보겠다.

욕창 예방 매트리스를 연구‧개발‧판매하는 회사가 외국의 경쟁 기업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매트리스의 소재를 바꿨다.

오염물질을 잘 닦아낼 수 있고, 냄새 발생 방지도 되고, 첨단 소재를 적용한 디자인도 멋져 제가 보았을 때에도 혹할 정도였다.

대표는 양산이 들어간 후 방향이 맞지 않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 어르신 평가단을 통해 소재에 대한 리뷰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신소재 매트리스를 사용해 보고선 “미끄러워서 못 쓴다”고 했다. 신소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혁신적 디자인은 “불편하다”고 했다. 또 소재가 고가여서 크기를 줄였는데 사용하기에 “답답하다”고 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회사는 해당 신소재 사용을 전면 보류했고 디자인 역시 시니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며 양산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최근 대표로부터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소재와 디자인을 변경하게 되면 다시 한 번 더 시니어 평가단에 자문을 부탁드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실제 사용 주체와 함께 만들지 않으면 창고에 쌓이는 제품 돼”
 

5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소재 한옥찻집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 시니어 리빙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명곤 기자]

◇ 사회 = 연구자나 기업이 기획한 기술과 제품이 실제 사용자단이나 현장에서 거부되는 상황이 많이 일어나나?

◇ 성지은 연구위원 = 우리가 그동안 추진했던 많은 연구개발은 정부의 기획 하에 산·학·연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 기술은 이렇게 탁월해서 개발하면 당연히 쓰일 거다’라는 기술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 주를 이뤘다.

리빙랩은 이 틀을 깨는 모델이다. 실제 기술을 쓰는 주체와 함께 만들어가지 않으면 창고에 쌓이는 기술과 제품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사회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법제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참 많다. 이 부분은 규제샌드박스 등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동안 혁신의 주체는 산·학·연이었지만 지금은 민·산·학·연·관으로 바뀌고 있다.

서로 따로 놀았던 주체들이 리빙랩을 통해 함께 모여 문제해결을 시도하면서 서로를 새롭게 이해하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연구개발이 이런 것도 해’, ‘나도 연구개발의 주체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 더 빨리 시장성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겠다’ 등으로 리빙랩 참여 주체들의 생각들이 바뀐다.

이런 계기를 통해 각 주체들의 의식이 확장되고 함께 성장한다. 물론 쉽지 않는 과정이다. 다만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든, 미세먼지 등 최근에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든 이러한 과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사회 = 기존에 기업이나 연구자들도 연구나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소비자의 니즈를 조사하지 않나? 시니어 리빙랩에서 진행하는 니즈파악과 어떤 차이가 있나?

◇ 정덕영 부관장 = 시니어 리빙랩에서의 니즈 조사 중 일부는 타 연구소와 기업의 니즈 파악과 비슷하게 진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생활에서 결과물을 쓸 수 있느냐’를 니즈의 포인트로 맞추고 있다.

시니어들이 집에서 직접 사용해 보겠다고 하는 분은 그렇게 진행을 한다. 개인의 활동 영역을 외부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2층 체험관에 만들어 놓은 실증실에서 제품을 사용해 보게 한다. 시니어들은 프라이버시나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 이를 침해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신다. 실증실은 고령자의 삶의 터전을 묘사해 만들어 놓은 곳이다.

시니어 리빙랩에선 제품의 모양만 보여주고 진행하는 설문지 테스트가 아닌, 실제 생활과 실생활에 가장 근접한 상황에서 해 볼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있다.
 

“연구자와 시니어의 인식 개선이 가장 어려웠다.”
 

◇ 사회 = 시니어 리빙랩을 운영해오며 어려움은 없었나?

◇ 정덕영 부관장 = 연구자와 시니어의 인식을 개선하기가 힘들었다.

연구자들이 리빙랩에서 연구자의 역할을 물었을 때 “지도를 하는 것이 아닌 시니어와 생산자들을 연결시켜 주고, 둘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들은 “우리 연구하는 것도 바쁜데, 시니어들 만나러 집에도 가봐야 하고, 파악도 하러 다녀야 한다면 이것을 언제 다 할 수 있나. 우리는 연구자이니 연구에서 끝나면 되고, 제품이나 서비스 분야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역할을 맡기는 것이 맞지 않나. 우리가 그 영역까지 도와주는 것은 연구자의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시니어들에게도 시니어를 위한 개발이니 참여를 당부 드렸으나 아이디어 회의 등에 아무도 나오지 않으셨다. 어르신들은 “내가 가서 뭘 하겠어. 내 아이디어가 반영이나 돼? 나 시간 많다고 이용하는거야?”라며 오해를 하셨다.

하지만 리빙랩에선 생산자와 소비자 서로가 필요한 것을 서로 충족시켜줄 수 있다.

생산자들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비즈니스를 위한 시간과 돈을 절감할 수 있다. 고령친화 관련 기업들은 경제적 상황이 열악해 한 번의 양산화 실수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시니어 리빙랩에선 그런 실패에 대한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처음에 반대하던 연구자들도 해보니 이러한 방식에 재미를 가지게 되었다. 연구자들이 원하는 논문을 쓰기에도 편했다. 예전의 경우 연구 결과를 실증하기 위해 많아야 다섯에서 여섯 분의 어르신을 모시려고 해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100명에서 200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오셔서 실험에 참가하시니, 이 숫자만으로도 논문의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소비자들인 시니어들에게도 자긍심을 안겨줄 수 있다. 저희가 1년에 한 번씩 생산자, 소비자, 연구자가 한 자리에 모여 파티를 여는 리빙랩 데이를 열고 있다. 성고보고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이러이러하게 비즈니스로 전환이 됐다고 말씀 드리면 “어! 내가 그 때 이야기 한 것이 반영이 됐네”라며 상당히 흥미로워 하신다.
 

“리빙랩은 민‧산‧학‧연‧관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 강조하는 개념”
 

◇ 사회 = 연구자, 기업, 소비자들이 리빙랩을 처음 접했을 때 거부감, 의심, 공감, 성취 등 공통된 반응들이 있는 것 같다.

◇ 성지은 연구위원 = 사실 리빙랩은 각자도생, 각개약진 하는 연구자, 기업, 소비자들을 다 자리에 모이게 하는 장을 마련하는 거다. ‘넌 그래서 안돼’, ‘이건 내 일이 아니야’, ‘제가 알아서 할께요’라는 말에 우리는 참 익숙하다. ‘혼자 열심히 잘하는 것’에 익숙하지 서로 다른 영역의 누군가를 만나 ‘함께 더불어 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같은 부처 내에서도 같은 조직 내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것이 참 어렵다.

리빙랩은 개별 주체로 존재했던 민, 산, 학, 연, 관이 사회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생활연구에서의 리빙랩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연구자들이 리빙랩을 처음 시도하면서 느낀 두려움은 엄청났다고 고백하셨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는 연구만 하고 리빙랩은 다른 누군가가 맡아서 해 줬으면’ 했던 게 그 분들의 말씀이었다.

성공적으로 리빙랩을 시도한 연구자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그냥 해 봐’이다. 리빙랩을 하기 전에 머리로 만들어내는 많은 두려움과 의심이 실제 리빙랩 과정을 거치면서 ‘이래서 리빙랩을 하는구나’, ‘함께 하지 않으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내가 가진 기술은 문제해결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로 생각이 바뀐다.

일회성의 연구개발사업을 리빙랩 방식으로 끝낸 후 ‘내 연구는 이제 리빙랩이다’로 표방하시는 연구자도 계시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리빙랩 활동을 통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진 주체로 성장하면서 리빙랩의 중요한 축이 되어 주고 계신다. 정부관장님을 통해 시니어 리빙랩에 참여했던 어르신들도 계속 성장하고 조직화되고 있구나를 느낀다.

 

“제가 만든 모든 기계들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 관점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 사회 = 부관장님은 순수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들었다.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 것 같다.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나?

◇ 정덕영 부관장 = (웃음) 전공이 기계공학이다 보니 세상의 문제를 기계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는 부처 사업인 커뮤니티 케어 등을 통해서였다.

제가 만든 기계들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에서 모두 실패를 경험했다. 심지어 단순하게 만든 것도 실패를 했다.

왜 실패를 할까 고민을 하는 중에 여러 학문 전공 연구자들이 모이는 세미나에 참석하게 됐는데 한 심리학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서 답을 얻게 됐다.

제품만 만든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제품이 서비스 안에 녹아들어서 플랫폼으로 제공 됐을 때 사회적인 문제를 정확히 해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보행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에게 보조 차나 기능성 지팡이 등을 드린다면 그 분의 생활이 조금 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어르신들의 이동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동에 대한 케어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를 하고 그 안에 휠체어 등 제품이 들어가는 형태가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저는 제품만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가지고 있었던 틀을 바꿔야만했다. 그때의 경험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시니어 리빙랩은 반쪽짜리 리빙랩이었다. 사회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 사회 = 부관장님과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 정덕영 부관장 = 시니어 리빙랩을 운영하다보니 리빙랩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시니어 리빙랩은 체험관이란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운용된 랩으로 아직 반쪽짜리 리빙랩이라 생각한다.

고령자한테 제공되는 제품과 그 것을 총괄 포괄하는 서비스까지 다 만들어 내려면 플랫폼 서비스가 사회로 나가야 한다.

연구의 초반에 생산자, 소비자, 연구자가 함께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피드백 해가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과정까지는 체험관에서 해 왔던 리빙랩 모델이 아주 좋다.

문제는 시제품이 만들어졌을 때이다. 다음 단계는 이 사회에서 사용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서비스가 제공 되었을 때만이 작동을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이 잘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팔리지 않거나 사용되지 않으면 사장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는 체험관이란 물리적 공간에서 운용하는 것이 좋지만, 그 다음에는 고령자들의 생활하는 삶 속에서 실제로 서비스가 되도록 하는 게 마지막 반쪽이다.

체험관이란 리빙랩이 만들어진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고민은 우리 체험관에 있는 리빙랩을 어떻게 사회로 가지고 가서 고령자에게 서비스 할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생산자, 소비자, 연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생산자는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쓴 것에 대해 소비자로부터 의견을 받아서 다시 서비스에 반영해 더 나아지게 제공을 해야 한다. 연구자는 연구만 하고 끝났다고 랩 안에만 있으면 안된다. 시니어가 어떻게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연구를 해 다음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다.

요즘 치매안심마을, 독거노인 지원센터, 요양시설연합회 관계자 등을 만나고, 요양시설에 직접 방문해 부딪히며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내가 고령자들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책만 읽고, 내 머릿속에서만 상상을 했구나”라는 점이었다.

올해는 성남 치매안심마을을 통해 시니어 리빙랩의 나머지 반쪽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체험관 공간에서의 리빙랩과 사회로 연결되는 리빙랩을 본격적으로 가동해보려고 한다.


“고령자 위한 기술이 비즈니스까지 성공하도록 접점으로서 기여하겠다.”
 

5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소재 한옥찻집에서 정덕영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부관장(오른쪽)과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정명곤 기자]

◇ 사회 = 지난해 기준 대학의 R&D 회수율이 약 1.4% 정도로 알고 있다. 외국의 경우 10%가 넘는다고 들었다. 리빙랩이 대학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의 방법론으로 활용이 된다면 R&D 회수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정덕영 부관장 =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기술이 기업에 이전되는 활동이 최근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대학의 본질은 연구를 위한 곳이고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R&D 회수율로 평가하는 것이 적합하다고는 보기 힘들다.

사실 그것보다 주목할 부분은 산업부나 과기정통부에서 기업들에게 내려주고 있는 R&D에 대한 회수율이다. 사실 기업들이 정부의 R&D 자금을 받아 연구개발을 하면서 회사에 필요한 곳에 쓰는 부분들이 있다.

그 예산이 고령자를 위한 연구에 투자된 것이라면, 실제로 고령자들이 쓸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현장에서 사용이 되고, 비즈니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를 창출하는 기업이 다시 고령사회를 위해 재투자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예산을 활용해 국내 R&D의 대부분을 지원해주는 방식은 이제는 안된다.

외국과 같이 국가는 일종의 R&D 펀드를 지원하고, 기업이 성장해 사회에 재 환원하는 그러한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그 것이 저희와 같은 사업화 비즈니스 리빙랩을 운용하는 곳에 적용된다. 그렇다면 기업의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주어야 한다.

최종 소비자인 고령자가 살아가는 환경, 인지능력 등 신체 특성 등을 정확히 파악해 기업들에게 제공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시니어 리빙랩은 R&D 회수율 등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전국을 대상으로 치매와 관련된 기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성남시 내의 기업부터 만나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 해 보면 치매 어르신과 그 분들의 생활환경을 잘 모르고 계셨다.

그런 이유로 성남시 지자체 내에 있는 치매 안심마을이란 커뮤니티로 이들을 다 불러들여서, 현재 만들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문제점을 찾아낼 계획이다. 치매 안심마을을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서 고령자를 위한 기술과 서비스를 케어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시니어 리빙랩이 접점의 역할을 하며 치매관련 기술이 빠르게 비즈니스까지 성공시킬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우리나라에 200여개가 넘는 치매마을이 있다. 지자체의 작은 치매마을에서 성공을 한다면 한 마을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치매마을에 확대해 치매에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도 꾸고 있다.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성공사례…국제적 대표되는 성공 사례 만들길”
 

◇ 사회 = 시니어 리빙랩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 성지은 연구위원 = 리빙랩에 관한 정책 연구를 하는 저에게는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성공 사례이다. 한국 시니어 리빙랩 사례를 통해 성공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가지고 리빙랩을 주창할 수 있었다.

국가, 사회적으로도 한국 시니어 리빙랩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고령화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관련 인력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체험관을 중심으로 시도한 리빙랩 활동이 결국 지자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어 가면서 관련 주체들을 더 크게 엮어내고 있다.

처음 시작하는 리빙랩은 소규모의 작은 실험이다. 그 과정에서 경험과 인프라를 축적하면서 향후 스케일 업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시니어 리빙랩은 스케일-업 하면서 하고 있는 단계이다.

해외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주체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제 국제적으로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사회문제는 실험실 안에서의 연구나 책상 위 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정부나 기업이나 시민만의 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사회문제의 해결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가능하다. 최근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담아내는 수단이자 사회운동으로 리빙랩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는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의의와 과제를 살펴보려한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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