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를 떠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잠행(潛行)'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세간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석방 직후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일체 대내외 활동없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수감생활로 누적된 피로에 더해 이 부회장 석방을 허용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논란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치 않을 전망인데, 이 부회장의 컴백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 "오늘도 이재용 부회장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다"며 "내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휴식을 취하면서 향후 구상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고 석방된 후 "이건희 회장을 찾아뵙겠다"고 말하고 이 회장이 입원해 있는 삼성 서울병원으로 직행했다. 이후 지난 6일부터 3일간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대외 활동도 별도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경영위원회를 개최, 평택 반도체 제2 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예비투자 안건을 승인했으나, 이는 삼성전자가 핵심사업인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전부터 논의해온 사안이다. 이 안건을 이 부회장이 출소 직후 내놓은 경영판단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부회장 석방을 둔 '논란'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재계와 보수야권에서 이 부회장의 석방을 환영하고 있으나,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들이 이를 비판하고 있고, 일부 판사들도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핵심 관계자들도 이를 성토하고 있다.

일반 여론도 판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가 다소 더 실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 7일 전국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 대해 응답자의 58.9%는 '공감하지 않는다', 35.7%는 '공감한다'는 의견을 각각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모든 지역, 50대 이하, 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지지층 등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비공감 여론이 대다수이거나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고 60대 이상,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지지층 등은 공감 여론이 우세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될 경우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권오현 회장을 비롯해 삼성 고위 경영진들이 "오너 부재로 회사 명운을 좌우할 대규모 전략 투자를 단행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파문에 휘말리기 직전, 1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단행해 전장전문 업체 하만을 인수하는 등 외연확대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외아들이자 오래동안 경영수업을 받은 이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다른 대안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평창올림픽 유치에 크게 공헌한 것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컴백'을 알리는 첫 외부 행사로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KT·노키아·퀄컴·에릭슨 등과 손잡고 평창올림픽용 5G 규격인 5G-SIG(이해관계자 그룹)를 만들어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했고 평창에 3069 평방미터 규모로 혁신 기술과 가상현실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는 '삼성 쇼케이스'를 구축하는 등 평창올림픽에 공을 들여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평창올림픽 현장도 찾지 않는다면 잠행이 길어질 것"이라며 "짧지 않은 수감생활 동안 누적된 피로, 석방 후 투자 확대나 사회공헌에 대한 일반의 높은 기대치를 감안하면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숙고하는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평했다.

김승연 회장은 석방 후 삼성과 방산·화학 부문 빅딜을 통해 그룹의 판도를 새롭게 짰고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투자 확대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 부회장의 위상을 감안하면 그에게 쏟아지는 기대치는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 주어졌던 것 보다 훨씬 높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 회장의 차명재산과 사회환원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한 논란으로 상고심의 법리 공방도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인만큼, 이 부회장이 상고심을 통한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전까지 대외활동을 스스로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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