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이재용 부회장 석방으로 한숨 돌리는 듯 했던 삼성이 끊이지 않는 오너리스크로 곤혹스러운 양상이다. 이 부회장 석방에 대한 여론이 마냥 호의적이지 않은데다 이건희 회장 자택 공사비 대납 과정에서의 횡령과 차명재산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삼성전자 미국 법인의 다스 소송비 대납 여부를 둔 검찰 수사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다스 소송비 대납 여부는 다스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인지 여부와 밀접히 연관되는 부분으로, 삼성 측이 이 전 대통령에게 이 회장의 사면복권을 매개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도 연결된다. 

해당 사안의 사실 여부를 예단키 어려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형성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악연', 삼성에 호의적이지 않은 정권 핵심부의 기류를 감안하면 수사 자체가 삼성에 큰 부담이다.

오너 일가의 문제인데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대신 전면에 나서 이를 수습하고 대응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부회장 또한 항소심 판결 논란으로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관련 논란이 확대되며 이 부회장의 조기 일선 복귀와 경영 활동에 족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양일간 삼성전자 서초사옥, 우면동 삼성전자 R&D 센터,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현재 해외 체류 중인 이학수 전 부회장에겐 귀국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삼성 미국 법인이 다스 미국 소송을 맡았던 대형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에 수십억원 규모의 비용을 대납한 정확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스는 지난 2009년 3월 다스가 미국 소송을 진행하며 에이킨검프(Akin Gump)를 선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을 삼성이 대신 내줬다는 것이 검찰 측 입장이다.

다스와 아무 관련 없는 삼성이 거액의 변호사비를 지불할 이유가 없는 만큼 삼성이 다스와 이 전 대통령의 '특수관계'를 인지하고 대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스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인지 여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2월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세간의 의혹처럼 다스 실소유주 임이 입증되고 삼성이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 회장의 사면복권과 관련한 대가성 논란으로 연결된다.

이에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회장과 삼성 임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임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포탈,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삼성그룹 임원 72명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관리하면서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귀속분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다.

삼성물산 임원 B씨와 현장소장 C씨도 입건됐는데, 이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이건희 회장 등 삼성일가 주택 수리비용을 삼성물산 법인자금으로 대납, 30억원 상당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간 옥중에서 '면회 경영'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회사 경영을 돌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5일 석방된 후 행적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석방 직후만 해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여론의 동향을 살피며 경영일선에 컴백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 회장의 입건에 이어 다스 관련 수사의 불똥이 삼성에 튀며 예기치 않게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결과를 예단키 어려운 상고심, 부친과 회사가 연루된 각종 사안에 대한 처리까지 떠맡게 된 상황"이라며 "우선 석방됐지만 그 짐이 여전히 무거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항소심 판결 중 가장 큰 논란을 샀던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상고심에서도 무죄로 인정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무죄로 판결됐기에, 이 부회장의 형기가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미만(2년6개월)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총수들이 계열사의 이사로 취임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재산국외도피 혐의 뿐 아니라 횡령 혐의까지 상고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부친인 이 회장이 공언했던 사회환원 약속 이행 등 차명 자산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도 과제다. 이 회장은 삼성 비자금 재판을 받으며 약속한 사회환원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 병석에 누운 상태다. 삼성 측은 "이 회장 개인 재산인만큼 환원과 관련해선 본인의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처리가 간단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다스 소송 비용 대납 여부 수사로 이 전 대통령과 삼성의 유착 여부에 시선이 끌리게 됐는데, 이는 박 전 대통령과의 정경유착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이 부회장과 삼성에겐 큰 부담이 돨 사안이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당분간 외부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부재 중 진행된 삼성전자의 각종 사업 현안과 그룹 전반의 이슈를 점검하고 향후 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라며 "삼성을 둘러싼 각종 수사 전개 양상에 따라 이 부회장이 상고심을 통한 최종 선고가 나올 때 까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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