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자 그 의도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사 견제에 나섰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지만 단순히 특허 소송만으로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5일 화웨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4G) 이동통신 표준과 관련된 특허 11건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소송 금액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부터 올해 출시된 ‘갤럭시 S7’ 시리즈까지 대부분의 제품이 자사의 네트워크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전자 지식재산권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승호 부사장은 같은 날 “(화웨이가)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맞소송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 ‘특허 공룡’ 화웨이의 ‘선전포고’

양사간의 법적 분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소송을 제기한 의도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출하량 기준)에 오른 화웨이가 본격적인 경쟁사 견제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이미 화웨이가 1위를 탈환한 안방 시장인 중국 외에도 글로벌 시장 영향력의 지표라고도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덧붙여 과거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2강 체제’ 이미지를 굳히게 된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화웨이는 “5년 내에 삼성전자와 애플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으며 최근 라이카 카메라와 협업한 듀얼카메라와 퀄컴의 최상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20’ 등을 탑재한 ‘P9’을 앞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동통신용 네트워크 장비 사업 비중이 더 컸던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화웨이와의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분쟁을 매듭 짖는 방법과 법적 대응을 통해 최대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선택지가 있다. 전자의 경우 ‘특허 공룡’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화웨이에 많은 라이선스 비용과 빠른 추격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는 이미 애플을 비롯해 퀄컴, 에릭슨, 노키아 등과 크로스라이선스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연간 수억달러 이상의 라이선스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에만 3898건의 특허를 신청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 출원 건수를 보유한 기업이다.

이번 소송 제기 직후 딩지안싱 화웨이 사장이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스마트폰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업과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왔다”며 “삼성도 스마트폰 산업을 함께 이끌어 나가기 위해 협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이 같은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도 화웨이는 삼성, 애플과의 ‘3강 경쟁 체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당장 크로스라이선스를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동통신 기술 특허를 다수 보유한 화웨이와의 분쟁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화웨이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화웨이 측에서는 “삼성전자 측에 협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삼성전자에 정식으로 요청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특허전만으로 ‘3강’은 어려워”… 삼성은 미래를 고민할 때

화웨이가 연매출 608억달러에 이르는 대기업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분쟁이 삼성전자에 부담스러울 가능성은 높지만, 단순히 이번 소송만으로 화웨이의 브랜드 이미지가 삼성, 애플과 대등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진행하면서 대등한 경쟁자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해석의 이면에는 그 동안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애플의 ‘아이폰’을 빠르게 추격한 과정이 있다. 아이폰의 디자인과 기능을 충실하게 벤치마킹 하면서도 상대적인 하드웨어 사양 우위를 유지하는 등의 노력이 그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현재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7’은 애플의 ‘아이폰 6S’와 비교해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 등을 인정받고 있으며 모바일 결제 솔루션 ‘애플페이’에 대응한 ‘삼성페이’를 비롯해 보안 솔루션 ‘녹스’, 듀얼픽셀 기능이 적용된 카메라 등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28.8%로 11개월 만에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점 등이 이를 반증한다.

즉 화웨이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 경쟁력에서 인정받는 것이 삼성전자와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화웨이도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과거 갤럭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충실한 하드웨어 사양 등을 앞세워 빠른 발전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타 중국 브랜드와 비교해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두주자 추격 역량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아이폰 또는 갤럭시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3위라는 위치도 ‘초대형 시장’인 중국 내에서의 판매량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는 점에서 삼성, 애플과의 분명한 격차가 있다.

삼성전자가 아직은 분명한 후발주자인 화웨이를 상대로 브랜드 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이번 특허 분쟁을 계기로 협업 관계를 구축하게 될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바짝 추격한 후발주자와의 경쟁 관계를 충분히 고민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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