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70여년 간의 동업을 이어오던 장씨·최씨 집안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이 펼쳐지면서 고요했던 침묵을 깨고 분란으로 마무리돼 씁쓸한 주총장이 됐다. 특히 양측 모두 무승부의 결과를 받아들면서 향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숙제를 떠안게 된 것으로 보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총해서 안건을 두고 대립했던 고려아연과 최대주주인 ㈜영풍의 갈등은 양측이 1승 1패를 거두며 사실상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먼저 1호 의안인 배당안건은 주주 90.31%가 참석한 가운데 찬성률 62.74%를 기록하며 원안이 통과돼 결산 배당금은 1주당 5000원(중간배당 포함 시 1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또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이사 선임의 건‘도 가결됐다.

반면 양측 갈등의 핵심이었던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률 53.02%를 기록, 부결됐다. 특히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미 영풍 측은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어 1~2%의 주주만 합류해도 가결 요건을 맞추지 못한다.

더욱이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는 최 회장 측은 이번 정관 변경을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삭제해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우호지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웠지만 영풍의 반대와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좌절됐다.

◇ 최 회장의 우호지분 확대 전략···한발짝 후퇴

물론 일찌감치 증권가에서는 영풍을 이끄는 장형진 고문 측이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고 일부 주주들이 주주권 침해라는 점에 동조하는 등 의결권을 위임한 만큼 통과는 쉽지 않다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사측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정관 변경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법인에 대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16% 가까이 지분이 넘어가면서 기존 주주들로부터 지분가치 훼손 논란이 이어져 왔고 배당금 역시 전년 대비 줄어들면서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불만이 쌓였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최대주주이자 동업관계인 장씨 집안과의 불협화음을 선택한 것이 고려아연으로서는 사실상 패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주총결과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관련 해외 법인 요건이 남게 되면서 고려아연 측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기존과 같은 편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재계는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의 핵심 자회사이고 최 회장 측이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영풍의 지분율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게 됐지만 최대주주인 영풍과 뜻을 달리하기에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영풍으로서는 주요 매출 수익원인 고려아연을 놓아줄 리는 만무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결국 이번 주총을 통해 양 가문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한 만큼 양측 모두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 영풍, 의결권 확보로 일단락···최대주주 위상 흔들

먼저 반기를 들었던 고려아연 측은 사실상 계열분리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서 먼저 영풍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동업을 믿고 있던 영풍으로서도 더 이상 고려아연의 경영을 방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돼 앙측은 서로 간에 견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씨 집안도 장씨 집안과의 화해를 선택할지 아니면 주도권 싸움으로 확전시킬 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영풍도 이번에 의결권 확보 등을 통해 큰 갈등 요인인 정관 변경은 막았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미 고려아연이 사업 협력을 명분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지분 격차를 허용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또 장씨 집안은 그간 지속적으로 고려아연 지분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큰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도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풍그룹을 만든 두 가문이 이제는 주도권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전락해 양측 모두 원하는 해법을 만들기까지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주총에서 무승부로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양측 모두 지분 매입 경쟁이 본격화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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