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이프시맨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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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지난해 8월 시범사업 종료 이후 하락세를 걷던 비대면진료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 차례 규제 완화 이후로도 이런 양상이 나타나자 사업의 핵심이었던 ‘약 배송’이 여전히 묶여있는 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대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닥터나우’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일본 법인은 닥터나우의 100% 자회사로 창업자인 장지호 대표가 직접 일본에 체류하며 법인장을 맡아 현지 시장 공략을 지휘한다. 이르면 5월 중 일본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기업의 진출 배경에는 ‘약 배송’이 있다. 국내는 약 배송이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지난해 8월 시범사업 종료 이후 비대면진료 핵심으로 꼽히는 초진, 약 배송 등이 금지된 가운데 업계가 고사위기에 빠지자 보건복지부는 12월 들어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규제가 완화된 이후에도 부분적으로 초진만 허용됐을뿐 약 배송은 여전히 제한된다.

반면 일본의 경우 1997년 들어 원격의료 시스템을 법제화했고 2015년부터 이를 전면 허용했다. 현재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등 원격의료 시스템이 모두 제도권에 들어와 있고 진료도 초진부터 제한 없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 산업이 성장하면서 약 배송의 기반을 잘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규모도 국내의 2.5배로 추산된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한국과 달리 일본 시장은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합법화·활성화된 시장으로, 다양한 의료기관과 약국체인 등 인프라가 강점이며 코로나19 이후 일본 현지에서 확산된 배달 산업의 성장도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서비스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 특화된 프로덕트를 구현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 기업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라이프시맨틱스’도 지난해 들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종료 이후 초진이 규제로 묶이자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라이프시맨틱스가 타기팅한 국가는 태국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오는 3월 태국 상급병원 중 하나인 ‘라마9병원’에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콜 타이’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태국도 일본처럼 약 배송이 허용되는 국가다. 태국공중보건부(MOPH)는 ‘아세안 지역 의료허브로의 부상’을 목표로 ‘e헬스 전략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IT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진료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태국이 국내보다 비대면진료 분야에서 앞서있다고 본다. 태국의료위원회는 2020년 7월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규제 완화에서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사업은 감기몸살 등으로 겪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시간을 내서 병원에 가기 힘든 현대인들을 타기팅하고 있는데 약 배달이 제한된 이상 환자들은 어떻게든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핵심 영역을 규제로 막아둔 상태로 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 같은 업계 분위기를 감지하고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대한민국 의료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차원에서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의료계의 견제로 약 배송 허용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여전히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는 지난 1월 16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성 확보 조치가 부족하다며 시범사업 중단과 원점 재논의를 촉구한 바 있다.

서울시약사회도 의료계에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 없이 어떻게 지역약국에서 위변조 처방전을 판독할 수 있으며,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그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지겠느냐”면서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해 어느 지역 약국에서나 편리하게 환자들이 조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표준화된 공적전자처방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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