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코로나19로 주목 받았던 비대면진료는 시범사업 계도기간을 걸치며 코마 상태에 빠졌다. 9월 들어 계도기간의 만료에 따라 지침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예고되자 업계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고야 말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유의미한 성장을 보였다. 그중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닥터나우는 2020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누적이용자수 300만명을 끌어모으며 업계를 향한 관심을 방증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1년 12월 대선후보 시절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격·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면서 관련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그간 비대면진료는 시장에 안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의 비대면진료 이용 현황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214억원 규모였던 진료비 규모는 2022년 1조5893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늘어난 시장 규모는 만족도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비대면진료 만족도 조사 결과, 국민 중 62.3%는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편리성(34%)과 코로나 격리(34%) 등이 차지했다. 관련 의료사고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5건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처방과정 누락·실수 등 경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대면진료는 지난 6월 시범사업 계도기간에 돌입하며 코마 상태에 빠졌다. 비대면진료의 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진료 허용범위가 섬·벽지 거주자, 취약계층 등 일부를 제외한 재진 환자로 한정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는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기피 현상으로 이어졌다. 시범사업 계도기간 동안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거부 사례는 6월 34%에서 7월 42%, 8월 60%까지 증가했다.

9월부로 계도기간이 만료되고 정부가 지침 위반 시 행정처분을 예고하자 업계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수준에 이르렀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이번달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비대면 일일 평균 신청건수는 246건, 이 중 진료 완료는 62건에 그쳤다. 이는 시범사업 이전인 5월에 비해 95% 이상 감소한 수치다.

결국 여기저기서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다시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일부는 병원예약 서비스 등 사업 전환을 도모했고, 일부는 해외진출을 노렸으며, 경영진이 물러난 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치게 협소한 초진 범위가 업계 침체로 이어진다는 업계의 불만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14일 공청회를 개최해 부랴부랴 초진범위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공청회는 의견수렴을 목적으로 개최됐지만 이해관계자들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기 바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각만 더 날카로워진 꼴이 됐다.

취재를 통해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며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보였다. 먼저 비대면진료를 향한 정부의 현행 정책 기조는 국민의 시선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비대면진료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고, 업계는 팬데믹 중 유의미한 성장세를 띠었으며, 의료소비자들은 높은 이용 만족도를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범사업안은 규제 위주로 구성됐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늑장대응과 함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보건복지부가 초진 허용범위 확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 업계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뿔뿔이 흩어졌으니 말이다. 심지어 공청회에서 어떠한 정책이 도출된 것도 아니다. 그저 의견 수렴의 장일 뿐이었고 그마저도 논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많이 늦은 듯해 보이지만 일말의 희망은 있다. 대표기업 닥터나우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아직 명목상으로나마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정책만 개선된다면 업계가 되살아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미 말라죽은 꽃은 아무리 물을 주더라도 다시 만개할 수 없다. 업계가 완전히 고사하기 전에 정부가 이 부분을 주지하고 비대면진료 사업 정책을 개선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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