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거래소]
지난달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지난달 상장한 ‘역대급 공모주’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발 수급 교란에 개인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엔솔은 자금유입 기대감에 반등했지만 모기업 LG화학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시초가 59만8000원으로 출발한 LG엔솔은 상장 이튿날 45만원으로 하락했다가 2월 들어 3거래일 만에 10만원가량 급등했다. 지난 8일에는 장중 고가 57만7000원을 찍으며 공모가(30만원) 대비 수익률이 최고 92%까지 치솟기도 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모회사 LG화학의 경우 지난 7일부터 3거래일간 주가(67만8000→61만원)의 6만8000원이 증발했다.

이를 의식한 LG화학은 지난 8일 컨퍼런스콜에서 친환경소재, 전지소재, 글로벌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며 중장기 성장에 눈을 돌렸다.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매출을 2021년 26조원에서 2030년 60조원으로 130% 이상 성장시키겠다”며 “3대 신성장 사업 매출을 2021년 3조원에서 30조 원으로 10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기존 핵심 성장동력이었던 전지부문이 별도 상장 법인으로 거래되면서 기존 사업부문에서의 신성장동력 확보가 주요과제로 남은 셈이다.

이와 관련, 전유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당 계획들은 올해 또는 단기간에 가시화 되기보다는 지금부터 점차 구체화되며 협상, 설비투자, 기술개발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장기작업”이라며 “시장이 기대하는 고성장, 고수익의 실현을 위해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겠지만,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7일 하루만 놓고 봐도 LG에너지솔루션이 8.73% 폭등하는 동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일제히 뒤걸음질쳤다. 특히 LG화학과 삼성SDI의 주가가 각각 5.75%, 3.24%씩 빠졌다.

LG엔솔을 담으려는 패시브 자금 유입이 시작되면서다. MSCI지수, 코스피200지수, 2차전지 섹터에서 LG엔솔을 담으려는 전체 패시브 자금은 2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120조원(시총 기준 2위)에 달하는 LG엔솔을 지수에 포함시켜야하는 만큼 패시브펀드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주식을 덜어내야 한다.

기관이 LG엔솔 매수를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던 종목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면서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우량주의 주가도 뒤흔들고 있다.

상장일인 지난달 27일부터 전일(9일)까지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의 순매수 금액만 2조205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연기금 등의 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2796억원) △삼성SDI(1384억원) △SK하이닉스(592억원) △LG화학(499억원) △기아(418억원) △KB금융(333억원) 등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의 우량주로만 구성돼 있다.

다만 LG엔솔은 8일부터는 3거래일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날도 개장과 함께 4.11% 하락한 49만원까지 미끄러지고 추가 하락해 47만4500원으로 장을 마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9일 주가 하락은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7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순매도(454억원)하면서 주도했다. 지수 편입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선제적으로 사들였던 기관이 일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의 수급 장난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이유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9일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물적분할 후 상장’의 개선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9일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물적분할 후 상장’의 개선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으로까지 확장된 물적분할 상장 이슈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알짜 자회사를 쪼개기 분할할 경우 모회사의 오너와 대주주는 별도의 자금투입 없이도 신설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부 투자금은 쉽게 유지할 수 있지만 기존 소액주주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물적분할이 발표된 이후 현재 LG화학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66만4000원으로 지난해 1월 고점(105만원) 대비 36.7% 빠졌다.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74조1220억원에서 46조6615억원으로 쪼그라들며 1년새 28조가량 증발했다. 

동학개미들의 표심을 의식한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8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LG화학의 알짜배기 사업이 분리되어 따로 상장되다 보니 주가가 100만원을 넘나들던 모회사 LG화학의 주가는 40% 가까이 빠지면서, LG화학에 투자했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면 대주주·오너들은 물적분할 후(100% 자회사를 만든 후) 상장을 해서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여전히 자회사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실리를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적분할 상장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가장 정직하고 공정한 방법은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을 살 권리를 주거나 쪼개진 자회사가 상장했을 때 공모주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쪼개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 매수 권한을 주겠다는 공약을 각각 내놨다. 

기존 자회사 물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던 기업들도 부정적인 여론을 감지하고 속속 계획을 미루고 있다.

CJ ENM은 지난 8일 제2의 스튜디오 자회사 설립을 중단키로 공시했다. 연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을 계획했던 카카오도 상장을 재검토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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