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영화 ‘걸(girl)’ 리뷰에 앞서 먼저 현실 여자 무용수란 이런 존재다. 무용을 하는 여동생이 있다. 그는 다이어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아프거나 심지어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때도 음식물 섭취를 늘리지 않는다. 컨디션을 회복해야 한다는 핑계로 타협하는 경우가 결코 없다. 항상 저체중이어서 허약하지만 동시에 한결같이 아름답다.

7일 개봉한 벨기에 감독 루카스 돈트 감독 영화 ‘걸’을 보면서 그런 여동생이 먼저 떠올랐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 여성 무용가 노라 몽셰쿠흐의 실화라는 점에서 독특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목 그대로 ‘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발레는 발끝으로 서는 푸앵트를 비롯한 일련의 동작 기술을 완벽히 해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마땅히 발레리나의 아름다움 또한 체화해야 한다. 레슨 때뿐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거울씬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라라 내면의 견지임을 지속 상기시킨다. 여주인공 라라(빅터 폴스터)가 체중을 계속 줄이고, 이상적인 여성 몸을 추구하느라 아이러니하게 성전환 수술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는 이유다.

라라는 급기야 쓰러지고 무용 연습을 강제로 쉬게 되자 극단적인 자해마저 강행한다. 논란이 된 장면이었지만 그 순간 라라는 벼랑 끝에 몰려도 타협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이같은 인지는 평소 여동생이 프로 무용가를 지속하기 위해 피나게 노력하는 직접 봐와서이겠다.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또 하나 대개 트랜스젠더를 다룬 영화가 사회적 차별과 충돌하는 성정체성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면 ‘걸’은 여자 또는 발레리나가 마주해야 하는 여러 현실을 다루고 있다. 이상적 신체 관리 외에 발레는 결국 혼자 춤추지 않고 무리가 어우러져야 하는 예술이다. 여기에는 남자 무용수와 시각적 밸런스뿐 아니라 여자 무용수와 조화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본래 남자였던 라라가 자신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두자 못 마땅해 하는 여자 커뮤니티의 시기와 질투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라라가 노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받는 시퀀스를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노 선생님은 라라에게 무용가가 되기 위한 본질을 말한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고 봐야 해. 정말 원한다면 노력해야 한다고. 원래 그런거야” “힘내, 얼마나 아픈지 알지만 적당히 넘길 수 없어”라고.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이 영화가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이 된 것도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남우주연상 (빅터 폴스터) △국제비평가협회상 △퀴어 종려상 수상 등 4관왕을 거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겠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영화학교를 막 시작했을 무렵 노라 몽셰쿠흐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감동을 느꼈다”며 “성별과 성은 결국 불가분의 관계이고, 그런 주제는 사회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지만 저는 이렇게 용기 있는 젊은 캐릭터를 보여 주고 싶은 열정이 가득했고 본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 몸을 가진 어린 여주인공이 위험에 처하면서도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내적 갈등을 묘사하는데 공을 들였고 사람의 성별과 여성성, 남성성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사진=영화 ‘걸’]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