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수수하고 담담한 소품이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일례로 아내 영혼을 가진 딸(히로스에 료코)과 동거하는 남자(코바야시 카오루) 이야기를 그야말로 잔잔하게 그려낸 ‘비밀’ 같은 영화가 그러하다. 이를 연출했던 타키타 요지로 감독은 10년 후 또 다른 소품 ‘굿바이’로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외국어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 역시 따듯한 감동과 더불어 2008년 국내 개봉시 14만명 관객을 끌어모으며 호응을 얻었다.

타키타 감독은 당시 아카데미 수상 소감으로 “이 영화 ‘굿바이’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나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됐으며 아카데미에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음까지 춥게 느껴지는 올해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 ‘굿바이’가 11년만에 극장에서 재개봉한다. 타키타 감독 다음 영화가 도착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그사이 국내에서도 장례문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굿바이’를 접하는 관객 시각도 예전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이 영화는 도쿄 첼리스트에서 야마가타 장례지도사로 전업하게 된 남자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와 그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를 이야기 한다. 다이고는 갑작스런 악단 해체로 당장 수입이 끊긴데다가 첼로 대출금 1억엔(11억원)까지 갚아야 하는 처지다. 할 수 없이 고향에 돌아가 일자리를 구해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연령, 경험 무관! 정규직 보장!’이란 의심스런 여행사 구인 광고에 응하게 된다.

다이고는 그곳이 국내도, 해외도 아닌 인생 마지막 여행인 죽음을 배웅하는 장례지도 회사임을 곧 알게 되지만 돈 때문에 뛰쳐나올 수 없다. 그나마 사장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에게 일을 배우며 사명감을 갖게 되지만 또다른 장벽으로 미카와 친구들 반응이 싸늘하기만 하다. 심지어 아내 미카는 가출까지 하며 반대한다.

[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장의사’라고도 부르는 장례지도사는 장례식 업무를 진행하는 이를 일컫는다. 시체를 닦고 옷을 입혀주는 염습을 하고, 시체를 운반하는 운구와 묫자리를 봐주고 시체를 묻는 산역까지 진행한다.

이처럼 특별한 직업을 소재로 삼을 경우 배우들 연기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첼리스트가 왜 기술을 두고 전직을 하는 지를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영화를 따라갈 수 있게 된다.

모토키 마사히로는 연기는 물론이고 극중 2가지 직업을 모두 직접 해내는 열정을 보였다. 촬영을 위해 직접 장례지도 수업을 받았고, 완벽을 기하기 위해 자신의 스태프들에게 실습을 행하기도 했다. 또 첼리스트로서 극중 모든 첼로 연주도 직접 소화해냈다.

히로스에 료코는 첼리스트에서 장례지도사로 전업하는 남편을 마주하며 극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남편이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해도, 빚이 1억엔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도 쓴소리 한 번 하지 않았지만 장례지도사로 일하겠단 말에 폭발하는 미카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울러 타키타 요지로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이를 뒷받침한다. 의도적으로 유머를 적절하게 안배해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밝고 따듯하게 그려냈다. 일본 고유 장례 문화를 소재로 하면서도 아카데미 영화제 위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사진=영화 ‘굿바이’]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