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올해 건설업계 최대 화두는 코로나19였다. 건설업계는 코로나19를 어려워하는 동시에 적응하는 한 해를 보냈다.

다수 건설사가 해외 수주가 힘들어 지자 주택사업에 집중한 가운데 기술과 친환경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건설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TV]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건설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TV]

◇코로나19로 해외수주 불안…돌파구는 주택 사업

해외건설협회(협회)가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의 올해 누적 해외수주액(4일 기준)은 305억6642만 달러(한화 약 33조8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늘었다. 이는 올 초 정부와 협회 연간 목표액이었던 300억 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호텔이나 리조트 사업이 위축되며 상반기 일찌감치 ‘추후 발주’나 ‘발주 취소’를 결정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수주도 정유 및 수처리 프로젝트에 집중돼 해당 분야에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일부 기업만 수혜를 입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계약액(74억5483만 달러) 기준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정유플랜트(4조5000억원 규모), 헝가리 전지박 플랜트(1500억원 규모) 사업 등 모두 기본설계(FEED Front-End Engineering Design)서 합격점을 받아 연계 공사인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설계‧조달‧공사)로 연결됐다.

해외수주 상위권인 △2위 현대건설(62억4415만 달러 전년 대비 50% 증가) △3위 삼성물산(44억8337만 달러 전년 대비 98.3% 증가) △4위 GS건설(30억8000만 달러 전년 대비 40.9% 증가)는 모두 수주액이 올랐다.

반면 해외 진출업체도 지난해 370개사서 올해 345개사로 6.7% 감소했다. 해외 수주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같이 해외 플랜트 사업 주력 기업과 달리 주택사업을 동시 전개하는 건설사들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비사업 수주에도 열을 올렸다.

현대건설의 경우 최근 10년 간 매해 1조원 이상 정비사업을 수주 해왔다. 올해는 지난 10월 4조4491억원의 수주잔고를 달성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건설 2조6326억원 △포스코건설 2조5617억원 △GS건설 2조5092억원 등이 정비사업 ‘2조 클럽’을 형성했다.

수주잔고는 건설사 능력을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안간힘으로도 풀이된다. 거대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리 ‘곳간’을 채워둬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아무래도 분양이다.

게다가 올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한 집값 상승으로 미분양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분양이 곧장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어 매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서는 8위(7341억원)에 머물렀으나, 민간 주택공급에서는 1위를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연말까지 3만5000여 채 가량 분양할 예정이다.

SK건설이 최근 준공한 화성 연료전지 발전소 전경. [사진=SK건설]
SK건설이 최근 준공한 화성 연료전지 발전소 전경. [사진=SK건설]

◇주택도 불안한 건설사, 친환경 기업 변신

불안한 마음에 주택 수주 잔고를 잔뜩 쌓아둔 건설사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정비사업 안전진단이 강화돼 인‧허가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지난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소식에 주요 건설주가 반등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관 내정자인 변창흠 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또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반등이 무색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토부는 택지개발마저 임대주택을 더 짓는 건설사에 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을 경험한 건설사도 있어 쉽지 않은 선택지로 여겨진다.

이에 친환경 기업을 선언하는 건설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4년 태영환경(현 TSK코퍼레이션)을 만든 태영건설은 친환경 기업 대표주자다.

2010년 SK건설도 관련 산업 진출을 노리고 태영건설(62.61%)에 이어 2대주주(16.7%)로 TSK코퍼레이션(TSK)에 참여했다.

올해 10월 △SK건설(16.7%) △휴비스(16.52%) △SK디스커버리(4.17%) 등 3사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TSK 지분 전량을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 측에 4408억원에 매각했다.

이 같은 SK건설의 친환경 사업 홀로서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SK건설은 올해 7월 친환경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은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특히 친환경사업부문은 안재현 사장이 직접 부문장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친환경사업은 스마트그린산단사업그룹, 리사이클링사업그룹 등으로 나뉜다.

지난 9월 초에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종합 환경 플랫폼 기업 EMC홀딩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TSK 매각 대금과 인수금융 등은 1조원 상당의 EMC홀딩스 인수 자금으로 사용됐다. EMC홀딩스는 수처리 부문 국내 1위 사업자이자 폐기물 소각‧매립 부문서도 성장세가 가파른 기업이다.

앞으로 SK건설은 EMC홀딩스를 통해 스마트그린산단 조성 및 폐열‧폐촉매를 활용한 신에너지 발전, 터널‧지하공간 기술력과 융합한 신개념 복합 환경처리시설 개발 사업 등에 진출할 방침이다.

10월에 SK건설은 화성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고 파주 연료전지 발전소의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SK건설 주택 사업의존도는 25%였으나 친환경 사업 다각화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나 정책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됐다. 수소연료 배터리 사업은 SK건설 외에 현대건설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에는 GS건설 △수처리 사업에는 GS건설, 롯데건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GS건설, 대림건설 △자동차 배터리 개발은 대우건설 등이 신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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